#.사람들은 가끔 내게 핀잔을 주곤 해요. 이상한 징크스들을 너무 신경쓴다고 말이죠. 하지만 그건 남의 사정도 모르면서 너무 속편한 소리를 하는 거예요!



 1. 왜냐면 그 사람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잖아요? 그들의 업무는 제어가 가능한 일이거나, 혼자서 전부를 책임질 필요가 없는 일이예요. 시간을 들이면 어쨌든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는 업무이거나 일이 망쳐져도 100% 책임을 뒤집어쓸 필요가 없는 일들이거든요. 


 트레이너를 예로 들어보죠. 트레이너가 PT를 여러 번 끊은 회원을 가르쳤는데 회원의 몸이 좋아지지 않으면? 그렇다고 해도 환불 따윈 없거든요. 트레이너는 '난 열심히 가르쳤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퉁칠 수 있는 거예요. 상담사도 그래요. 10년 동안 상담사를 찾았는데도 나아지지 않은 가엾은 환자가 있더라도 그들은 전혀 미안해하지 않거든요. '난 최선을 다했습니다. 당신은 나아지려고 노력했나요? 새는 한쪽 날개만으론 날 수 없죠.'같은 헛소리 한마디로 퉁치고 마는 거죠.


 그러니까 저런 속편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공포에 극도로 시달릴 필요가 없거든요. 이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의 직업의식을 함부로 말하지 마라.'라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글쎄요? 그 사람들의 직업의식이 투철하든 말든, 어차피 환불은 안해줄거잖아요!


 그야 그들은 돈값을 못하고 실패했을 때 미안해하는 흉내는 낼 수 있겠죠. 하지만 '충분히 미안해한다면' 미안해하는 흉내따위나 내는 대신 돈을 환불해 주겠죠. 



 2.그러니,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미신을 믿거나 강박증을 가질 필요가 없는 거예요. 왜냐면 그들은 그냥 최선만 다해서 살면 되는 거거든요. 그들은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어쨌든 사다리에서 굴러떨어질 일은 없는 거니까요. 


 그야 그 사람들도 '젠장, 내일도 열심히 일해야 하잖아. 귀찮네.'라며 툴툴댈 수 있겠죠. 일종의 짜증의 감정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열심히 일하는 건 그냥 기본적인 거잖아요? 돈을 받는 건데 당연히 열심히 일해야죠. 열심히 일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예요.


 한데 나는 '젠장, 내일 열심히 일해도...최선을 다해도 실패해버리면 어쩌지?'라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거든요. 일을 해도 돈을 벌긴커녕 잃을 수 있다니...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니 이런 불합리한 일이 어딨어요?


 

 3.예를 들면 스포츠 선수들도 그렇잖아요. 열심히 연습을 하는 것과 성적을 내는 건 별개예요. 왜냐면 거긴 빡센 곳이거든요. 어렸을 때 자기 동네에서 천재 소리를 안 들어본 녀석이 없는 곳이니까요. 그런 놈들만 모아놓은 곳에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의 100%를 다 해낸 후에도 아웃풋을 제어할 수가 없는 법이죠.


 그래서 루틴을 수행하거나 징크스를 지켜내거나 하는 걸 중요시하는 선수들이 많은 거예요. 수염 안 깎기나 칫솔 놓는 방향 등, 적당한 수준으로 하는 선수들도 있고 물병의 위치, 다리 떨기, 볼 바운드 횟수, 코 만지기, 머리 넘기는 동작까지 하나하나 신경써서 루틴을 맞추는 나달같은 선수도 있죠. 그야 그런 행동이 승리와 직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불안은 잊게 해주니까요. 불안을 잊어야만 본실력을 발휘할 수 있고요.


 왜 그런 버릇을 가지게 되냐면...빌어먹을. 최선을 다한다는 건 성공에 있어서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거든요.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 많거나 경쟁자들이 지나치게 강한 분야로 올라갈수록 아무리 노력을 많이 해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어요. 


 심지어는, 어떤 분야에서는 노력이 필수적인 부분조차도 아니예요. 그나마 스포츠 선수라면 러닝이라도 한번 더 하고 웨이트라도 한셋트 더 하면서 불안을 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나는 그것조차도 아니거든요. 최선을 다하거나 노력을 더 해도 성공 확률이 딱히 올라가지가 않아요. 그래서 불안을 잊기 위해 온갖 종류의 징크스를 새로 만들고 있죠. 요전에는 반드시 특정 브랜드의 탄산수를 마신다던가...하는 거였어요.



 4.휴.



 5.올해 초중반 일기엔 금요일마다 로얄샬루트 타령을 했었죠. 그때의 북한 테마 사이클에서는 금요일마다 로얄샬루트를 먹는 루틴이 있어서 그랬어요. 로얄샬루트21에 물은 반드시 페리에라임을 타서 마시는 루틴이었죠. 


 하여간 뭐 그래요. 결과물을 제어할 수도 없고...그렇다고 노력이라도 하면서 불안을 다스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서요. 불안을 잊기 위해 약간 이상해 보일 수도 있는 징크스를 개발해내곤 하는 거죠.



 6.물론 너무 심하게 징크스를 만들어내면 그건 강박증이 너무 심해지는 부작용을 낳아요. 징크스라는 건, 실제로는 연관성 없는 것들 사이에 연관성을 구축하는 거니까요. 불안을 잊을 만큼만 몰입해야지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면 좀 무시무시하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버려요. 



 7.아 맞다, 내일(토요일) 드래곤시티에서 번개하고싶네요. 빌어먹을 돈도 모자라니까 싼거 먹어요. 그냥 논알콜 칵테일 몇잔 마시고 음식 몇개 시켜 먹는 번개로 해요. 홍대든 압구정이든 동대입구역이든 신중동역이든 상관은 없지만...'용산에서 한다면' 드래곤시티에서요.


 아 아닌가? 그냥 비싼 거 먹을까요? 뭐 그건 와 주는 사람이 정하는 걸로 하죠. 오실 분은 내일 오전 10시까지 쪽지 주세요. 1명만 와도 번개하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01381
110478 허클베리핀 - 누구인가 휴먼명조 2018.12.07 417
110477 잡담 - 아이패드 프로 3세대 후기 [1] 연등 2018.12.07 657
» 이런저런 잡담...(징크스, 강박, 번개) [1] 안유미 2018.12.07 388
110475 드라마 맨투맨 - 중2병 상상력이 만든 첩보원 이야기 [8] Bigcat 2018.12.07 1485
110474 날씨가 추워지니까 커피가 좋네요 [3] 백단향 2018.12.07 754
110473 Golden Globes nominations 2019 [4] 감동 2018.12.07 538
110472 어제 부시 대통령 장례식을 TV로 보다가 놀란 건... [6] S.S.S. 2018.12.07 1812
110471 의외로 돈을 못으거나 or 안모은 이들이 좀 있군요. 그리고 막연한 노후에 대한 불안감. [1] 귀장 2018.12.06 1402
110470 백종원을 보니 팔방미인격인 사람이군요 [1] 가끔영화 2018.12.06 1158
110469 혹시 오늘 [저니스 엔드] 관람하실 분 있으신가요? 쿠루쿠루 2018.12.06 313
110468 외국 체널은 전부 부시 장레식 [1] 가끔영화 2018.12.06 658
110467 신 엑소시스트 성신황후 가끔영화 2018.12.06 545
110466 나의 양지바른 언덕 [16] 은밀한 생 2018.12.05 1677
110465 대한민국의 흔한 듣보잡 벌레 한마리 근황. [3] 귀장 2018.12.05 1687
110464 잡담- 진정한 사랑은 어디에?, 동반자의 나이듦에 대하여 [3] 연등 2018.12.05 1087
110463 '스타워즈' 키드는 보지 마세요 [5] soboo 2018.12.05 1364
110462 Philip Bosco 1930-2018 R.I.P. [1] 조성용 2018.12.05 170
110461 허클베리 핀 6집이 나왔어요 [3] 휴먼명조 2018.12.05 511
110460 축알못이지만 모드리치가 발롱 받아서 기쁘네요 ㅋㅋ [1] toast 2018.12.05 491
110459 '나를 무시해서 (여자를) 죽였다' [12] soboo 2018.12.04 210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