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워낙 괴상한 드라마라서 스포일러가 스포일러가 아니고 스포일러 아닌 게 스포일러 같기도 하고 뭐 알쏭달쏭하긴 합니다만.

앞으로 감상하실 분들이 이 글 읽고 김 새는 일 없도록 조심해서 적어 보겠습니다. ㅋㅋ


이게 시즌 숫자로는 1, 2, 3 이렇게 나뉘어지지만 내용상으로 나누면 로라 파머 사건, 윈덤 얼 사건, 그리고 시즌 3. 이렇게 나뉘죠.

개인적으로는 로라 파머 사건은 아주 재밌게 봤고 윈덤 얼은 의리와 정으로 가까스로 버텨냈으며 시즌 3은... 재밌었지만 에... 뭐 그랬습니다. ㅋㅋ


일단 어쨌든 이어지는 이야기였던 시즌 1, 2부터 얘기하자면.


감상을 끝낸 후 이것저것 검색해 보다 어느샌가 '공인 트윈픽스 매니아' 직함을 달고 있는 허지웅이 트윈픽스 1, 2에 대해 쓴 소개 글을 읽어 봤는데.

제가 원래 글쟁이 허지웅을 안 좋아 하긴 하지만 뭐 어쨌든 하품이 나오더군요. 기성 세대들에게 착취 당하는 청춘들을 그린 작품이라나 뭐라나.

뭐 딱히 길게 글을 적으며 그 얘기를 부정할 생각은 없고, 제게 트윈픽스는 그냥 재밌는 막장 드라마(...)였습니다. 적어도 2시즌 까지는요.


작가가 참 여럿 투입된 드라마인데, 이 작가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짜낸 게 아니라 그냥 '각자' 썼습니다.

또한 연출자가 참 여럿 투입된 드라마인데 역시 '각자' 연출했고 뭐 서로 상의해서 뭘 맞추고 그런 것도 없었다고 하더군요.

정작 데이빗 린치는 각본 쓴 것도 한 두 편이고 연출도 그만큼만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작가들에게 뭘 요구한 것도 없었대요.

(심지어 린치는 2시즌 피날레의 내용도 몰랐고, 각본 받아 들고 본인이 연출하면서도 내내 '이게 왜 이렇게 되는 건데?' 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일부러 균일하지 않은, 울퉁불퉁 아무 데로나 막 튀는 이야기를 의도한 셈인데, 그 의도를 너무나 잘 살린 나머지 이야기 흐름이 정말 개판입니다. ㅋㅋ

정상적인 사람들이 만든 드라마라면 당연히 메인 이벤트... 가 되어야 할 로라 파머나 윈덤 얼 사건은 그저 매 회 주동 인물이 바뀌면서 대충 막 흘러가는 이야기를 어떻게든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주는 도구로만 존재할 뿐. 멀쩡한 듯 미친 듯한 트윈 픽스 주민들이 벌이는 막장 엽기 소동극이나 로라 파머의 죽음이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중요도는 거의 비슷해 보여요.


암튼 참 정신 없는 드라맙니다.

죽었던 사람이 갑자기 살아 돌아오기도 하고. 천하의 악인이었던 캐릭터가 난데 없이 인간미 뿜뿜 뿜어내며 동정심을 유발... 하면서 동시에 나쁜 짓하고.

임성한도 엉엉 울고 갈 만한 억지 설정을 진지하게 막 이어가다가 역시 임성한도 놀라 쓰러질만큼 어이 없이 급 마무리 해 버리는 일도 다반사구요.

특히나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할 시기인 시즌 2 후반에 들어가면 이 놈도 저 놈도 다 그냥 급히 퇴장하느라 바빠서 헛웃음이 실실 나옵니다. ㅋㅋ

절대로 이야기 측면에서 명작 소리를 들을 드라마는 아니에요. 그냥 정신 줄 놓고 만든 드라마 넘버 원으로 기네스북에 올리는 쪽이 설득력이 있죠.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참 괴상망측하게 매력적이고 재미가 있다는 겁니다. =ㅅ=

맨날 해괴한 꿈만 꾸면서 커피랑 파이를 입에 물고 엄지를 치켜 올리는 쿠퍼 찡이야 말할 것도 없고.

도대체 일관된 내면 심리라는 게 존재하는 캐릭터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정신 없이 막 나가는 트윈픽스 주민들에게 어느샌가 정이 들어서 거의 뭐 인질 잡힌 듯한 기분으로 재미 없는 에피소드도 끝까지 버티게 해 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그것이 바로 막장극의 힘이기도 하고. 또 거기에 '어쨌거나' 스며 있는 데이빗 린치의 변태스러움이 더해져서 나타나는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뭐라 설명은 더 못 하겠습니다. ㅋㅋㅋ 해묵은 표현인 '컬트' 라는 단어를 소환해 갖다 붙이면서 정리를 대신하겠습니다.


그냥 한 줄로 요약하자면,

뭐라 설명은 못 하겠고 그렇게 잘 만들었다는 말도 못 하겠지만 재밌고. 보다 보면 정 드는 드라맙니다. 다만 2시즌 후반은 좀 버티기 고통스럽다는 거.



그럼 이제 시즌 3 얘기로 들어가면.


시즌 1, 2와는 다르게 시즌 3은 그냥 데이빗 린치의 작품입니다. 

이전처럼 마크 프로스트와 협업을 했고 작가도 데이빗 린치 한 명인 건 아니지만 이번엔 거의 본인의 통제 하에 만들어냈죠.

그래서 정말로 시즌 주행 내내 스무 시간 짜리 데이빗 린치 영화를 보는 기분입니다. ㅋㅋ 특히 로스트 하이웨이나 멀홀랜드 드라이브요.

그러니 이 두 영화를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시즌 3도 만족스러우실 거에요. 아니셨다면 절대로 피하시는 게.


내용상으로는 맘에 드는 점도 있고 안 드는 점도 아주아주 많은데요.


일단 내용상으로 쿠퍼 요원 vs 악의 존재... 의 대결에 강려크하게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며, 그러다 보니 당연히 예전 트윈픽스 주민들의 비중은 공기화됩니다. 캐스트를 훑어 보면 돌아가신 분, 아예 배우 은퇴하신 분(해리ㅠㅜ), 이야기상 완전히 퇴장해서 재등장이 불가능하신 분들을 제외하면 총출동 수준으로 컴백해 있는 걸로 보이지만, 비중이 없어요. 분량도 없고 역할도 없습니다. 사실상 보안관 사무실 식구들 몇몇을 제외하곤 안 나와 버렸어도 줄거리 진행에 차이가 없었을 정도. 그러니 자연스레 시즌 1, 2의 중요한 특징이었던 막장 드라마 요소 역시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등장 인물들은... 정말 소수를 제외하곤 (한 대 여섯명 정도?) 역시 비중이 없고. 줄거리에 큰 영향을 주지도 않으며 또 그 중 몇몇은 그냥 왜 나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의미가 없습니다. ㅋㅋ 그나마 그 소수들은 대체로 매력적이어서 괜찮긴 했지만요.


그리고 이전 시즌에 비해 '떡밥 놀이'의 비중이 엄청나게 커졌어요. 그냥 시종일관 매 회, 매 순간 순간이 새로운 떡밥이며, 데이빗 린치 영화 답게 그 떡밥들 중 거의 대부분은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은 채 대단원을 맞습니다. ㅋㅋㅋ 그냥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줄기만 대략 따라갈 수만 있으면 좋겠다... 라는 정도의 분들이라면 괜찮겠지만. 뭔가 좀 이해해 보고 싶다는 분들에겐 추천하지 않습니다. 뭐 그 고통의 과정을 즐기시는 분들이라면야 오히려 하늘이 내린 드라마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리고 에... 이건 스포일러를 피해서 이야기하기가 참 애매한데.

그래도 어떻게든 피해서 적어 보자면, '보통의 시청자들이 기대하고 원하는 그런 내용과 전개'가 시즌 종료 직전까지 안 나옵니다.

결국 나오긴 하는데 정말 짧아요. ㅋㅋㅋㅋ 뭐 결과적으로 그만큼 인고의 시간을 보낸 후에 맞는 장면이라 상당히 감동적이긴 합니다만.

그 인고의 시간이 '세월'로 느껴질만큼 길고 답답하며 고통스럽습니다. ㅋㅋ 아. 글을 적다 보니 정말 이 드라마를 끝까지 버틴 제가 장하네요.



뭐 이렇게 적어 놓으니 '재미 없어요! 보지 마세요!!!!' 라고 고함을 치는 것 같은데.

사실은 재밌게 봤습니다.


충격과 공포를 예상했던 결말도 이 정도면 린치 치고는 해피 엔딩이네 뭐... 라는 정도여서 안심했구요. ㅋㅋ

넘실거리는 불가해 떡밥들에도 불구하고 몇몇 주연 및 주연급 캐릭터의 드라마가 나름 충실해서 한 시즌 동안 따라갈만 했어요.

또 초반의 벽(시작하자마자 3회 동안 내용 전개 없이 떡밥만 던져대거나, 8화처럼 한 회 전체를 내용 없이 떡밥 영상으로만 채우거나;)을 넘고 나면 이야기도 조금씩 (정말 아주아주 조금만!!) 속도가 붙고. 또 그냥 쉽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유머도 꽤 많은 편이라 집중해서 몰아 보게 되더라구요.


매회 뱅뱅 하우스 공연으로 끝내는 거야 뭐. '봐라, 이것이 내 취향이야! 니들도 듣고 좋아해줘!!' 라는 덕후의 욕심이었겠습니다만. 다행히도 음악 취향이 저랑 잘 맞아서 아무 이야기 없는 뮤직비디오임에도 불구하고 잘 봤습니다. 나인 인치 네일스에 에디 베더까지 불러다가 공연을 시키다니 25년 동안 뱅뱅 하우스 정말 많이 컸네요. ㅋㅋ



아... 더 이상은 스포일러 없이 이야기를 못 하겠으니 정리하겠습니다.


트윈픽스 시즌3은 시즌 1, 2의 '떡밥 해결편' 입니다. 그런데 전혀 해결이 안돼!!!

쿠퍼와 FBI 요원들, 그리고 몇몇 보안관 사무실 식구들이 새로운 인물들과 이끌어 가는 새로운 이야기나 마찬가지이니 참고하시고.

새로운 등장인물들도 재미가 있고 드라마도 흥미로우며 유머도 충분하지만 일단 시즌 초반의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오랜 고통 후에만 느낄 수 있는 잠시의 짜릿함으로 만족하실 수 있을 만큼 페더럴 뷰로 오브 인베스티게이션 스페셜 에이전트 데일 쿠퍼를 사랑하셨던 분들. 그리고 떡밥 놀이 좋아하시는 분들. 또는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아주 즐겁게 보셨던 분들... 에게 추천드립니다.


혹시라도 이전 시즌에 대한 지식과 경험 없이 '이게 그렇게 명작이라며? 한 번 볼까?' 와 같은 생각을 품으신 분들이라면...

뭐 재밌게 보실 수도 있겠지만 어지간하면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ㅋ



끝.



+ 아무래도 나중에 하드코어 스포일러 버전으로 글을 한 번 더 적어야겠습니다.

 글 적기가 참 답답하네요. 다 적어 놓은 글을 다시 읽어 보니 뭔 소린지도 모르겠구요. ㅋㅋ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 [160] DJUNA 2018.03.05 802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299017
» [스포일러없음] 트윈픽스 3시즌까지 다 봤네요 [9] 로이배티 2018.06.14 722
109526 영화 유전 재밌네요. [15] 뻐드렁니 2018.06.14 1554
109525 선거결과 맞추기 불판의 승자 / 선거 단상 [12] 일희일비 2018.06.14 1122
109524 신지예 서울시장 (전) 후보에 대한 좀 쓸데없는 궁금증 [42] 빵팥단 2018.06.14 2974
109523 개표방송 네이버로 MBC꺼를 보고 있는데.... S.S.S. 2018.06.14 966
109522 서촌 궁중족발 사건 관련 청원과 탄원서 [16] 윤주 2018.06.14 1586
109521 [불판] 6.13 지방선거 [52] 연등 2018.06.13 3267
109520 [소확행] 영화관VIP가 되었습니다 [1] 연등 2018.06.13 671
109519 코미디)트럼프와 로버트 드 니로 [3] 가끔영화 2018.06.13 916
109518 애니 수어사이드 스쿼드 엔딩크레딧을 보면,클래식 제목이 뭐죠 [2] 가끔영화 2018.06.13 607
109517 [벼룩] 문예지 판매하고자 합니다. qnfdksdmltj 2018.06.13 297
109516 믿기 어려운 북미정상회담 결과, 찍기 어려운 지방선거, 보기 어려운 영화 밤쉘 [2] soboo 2018.06.13 1217
109515 [단문 바낭] 무리수 공약 [1] 연등 2018.06.13 459
109514 북미정상회담 (별 내용 없는) 소소한 리뷰 [6] 프레데리크 2018.06.13 1564
109513 이미 다 늦었지만 안철수가 경기도지사에 나갔더라면 [1] 연등 2018.06.13 1418
109512 잡담 - 친인척 채용 공고, 잠시 싫어졌던 사람과 오해를 풀고, 찌질이의 짝사랑은 호감도가 낮아져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5] 연등 2018.06.12 926
109511 공지영혐, 혐김부선 살구 2018.06.12 1302
109510 에메랄드 드레스의 아가씨 [2] 샌드맨 2018.06.12 349
109509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18.06.12 1142
109508 [바낭] 오늘의 게임계 블랙 코미디성 뉴스 하나 [29] 로이배티 2018.06.12 172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