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로마로 돌아왔습니다.


로마에서 떠날땐 생각하지도 못했던 인연들을 만나 일정이 많이 변경되었습니다.


원래는 로마의 오래된 카페들을 더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스페셜티 커피를 파는 공간들을 둘러봐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의도치 않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카페들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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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로마의 유적들은 위대하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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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소개할 카페는 페르가미노 카페입니다. 바티칸 입구에 즐비한 식당들 사이에 자리잡았습니다.


밀라노 친구들의 소개가 아니었다면, 무심코 지났을수도 있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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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내부는 이렇습니다. 전통적인 이탈리안 카페들과 달리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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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점은 바로 이 부분. 로마 각지의 스페셜티 카페에서 가져온 원두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중의 일부는 브루잉으로 내려주기도 하죠. 


저기 홍학이 그려져있는 분홍색 봉투가 보이시나요? 2018년도 월드 로스팅 챔피언 자리에 오른 가르델리 로스터스의 원두입니다. 로마에서 북서쪽으로 4시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포를리Forli 지역을 기반으로한 카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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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마셔볼 수 있는 원두가 꽤 많았는데, 추천을 부탁하니 역시나 가르델리의 원두를 마셔보라 권하더군요. 


내친김에 원두도 구입했습니다. 우간다 커피였는데, 뜯지도 않은 봉투에서 블루베리를 쥐어짜낸듯한 향기가 폴폴 풍겼습니다. 괜히 세계 챔피언이 아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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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주문한 콜롬비아도 훌륭했습니다.


직접 포를리에 가서 마시지는 못했지만, 로마에서라도 이렇게 훌륭한 커피를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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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은 라마르조꼬 EP, 그라인더는 브랜드를 확인 못했습니다.


역시나 머신은 아주 깨끗하게 관리되어있고, 잔들도 빛이납니다. 오래된 이탈리안 카페들 못지않게 손님이 몰려드는 카페지만 바리스타는 끊임없이 바를 청소하고 머신을 닦습니다.


에스프레소의 경우 스페셜티 커피와 페르가미노에서 직접 볶은 커머셜(혹은 하이커머셜급)의 원두를 사용합니다. 이탈리안 에스프레소를 원하는 관광객이나, 클래식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에 익숙한 사람들이 괴리감을 느끼지 않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커피들도 제공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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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바리스타는 시간이 될때마다 페르가미노를 찾는 손님들에게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고 합니다. 원산지부터 한 잔의 커피가 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명명백백하고, 또 생두 재배부터 운송, 로스팅, 추출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의 손길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있음을 말해주는거죠.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스페셜티 커피는 그 개념부터 맛까지 전부 낯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바리스타는 자신의 하루의 80%가량을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설명하느라 보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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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력으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스페셜티커피로 만든 에스프레소를 찾고, 브루잉도 마신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카페의 에스프레소와 달리, 스페셜티 커피 에스프레소는 양도 많습니다. 양질의 커피로부터 추출했기에, 이정도를 뽑아도 맛있게 마실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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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모금 마셔봅니다. 에티오피아 싱글로 내린 에스프레소는 뛰어난 클린컵을 자랑합니다.


밀라노의 바리스타도, 이곳의 바리스타도 한결같이 얘기합니다. 이탈리아의 오랜 카페에서 이정도 양의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일은 절대 불가능 하다고요. 그러니 이제는 변화가 필요할때라고 말합니다. 양질의 재료를 사용해 청결하게 내린 커피들이 존중 받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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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리도 판매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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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프레스도 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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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커피를 알아봐주어 고맙다고, 바리스타는 말합니다.


물론 이탈리아의 커피 역사는 존중 받아야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도 덧붙입니다. 로마에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카페가 지금은 고작 2곳뿐이지만, 훌륭한 카페들이 이탈리아 각지에 생겨나는것처럼 곧 로마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거라고 그는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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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 카페의 멋스러움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건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바리스타들과의 대화였고 확신에 차서 내려준 그들의 커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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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일정으로 로마 현대미술관을 찾았습니다.


발디딜틈 없이 북적이는 관광지와는 달리 이곳은 정말 한산했습니다. 관광객은 몇 안됐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너무나 한산해서 괜히 찾아왔나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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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유럽 전역에서 모여든 근현대 명작들이 상설전시관을 가득 채웠고, 그 사이사이를 고전 작품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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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베, 드가, 에른스트, 뒤샹, 미로, 로뎅, 바트롤리니, 자코메티, 세잔, 클림트, 모네의 명작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걸려있었고 그 사이를 작품에 나온 그림들의 모티브가 된 고전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명작들도 명작들이었지만, 이런식의 디스플레이는 로마이기에 가능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관광객들이 끝이질 않는 명소들도 좋았지만, 다시 로마에 온다면 저는 이곳을 가장 먼저 찾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인상 깊은 관람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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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다 보고 보르게세 공원을 가로질러 이곳을 찾았습니다.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스페셜티 카페, 파로-루미네리스 오브 커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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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와는 조금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이 카페는 이미 지역주민들은 물론이요 좋은 커피를 찾아 헤매는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한 공간입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3-4시쯤이었음에도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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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분위기의 카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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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류와 간단한 베이커리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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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은 보시는바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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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페를 찾아가기 전에 읽었던 리뷰가 생각났습니다.


"바리스타분들이 엄청나게 친절합니다. 그리고 사진찍는것을 좋아해요. 몇장이나 찍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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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된다고 말한것은 물론, 어딜 찍어도 자신들의 모습이 나오게 재치를 발휘합니다. 더 찍어달라고, 또 찍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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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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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가져옵니다. 각각의 커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메뉴보드에 담았고, 필요한 경우 옆에 붙어 친절하게 설명도 해줍니다.


다른 유럽 로스터는 워낙 유명해 마셔본 경험이 있으니, 이탈리안 로스터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피렌체의 또다른 스페셜티 커피 명소 D612의 케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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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와인잔에 주는 이유는 커피의 향미를 최대한 즐길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낯설게 보일수도 있지만, 좋은 맥주를 와인잔에 따라 마시며 향을 즐기듯 커피도 종종 이렇게 마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커피의 온도가 높은 경우 향미를 제대로 느낄수 없는 경우가 많아 온도를 빠르게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마실만큼 따라서 식혀가며 커피를 음미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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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도 커피가 천천히 식을때까지 즐겨달라고 말합니다.역시나 커피는 맛잇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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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니 식사를 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이탈리아의 카페들은 이처럼 술도 팔고 음식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여행중에 카페를 들리실 분이 있다면 가벼운 식사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해 계획을 짜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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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마르조꼬 리네아, 그라인더는 메져, EK 43입니다.


스페셜티 카페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세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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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는 동일 로스터의 에티오피아입니다.


클린컵이 좋고, 과일의 향미가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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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플레이버 휠에서 마신 커피의 향미를 찾아보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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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스페셜티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서적들과 잡지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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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바리스타들은 사진 찍는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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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도 많아 동아시아의 커피 문화에 대해 이것저것 묻더라고요. 우리나라의 믹스커피, 일본의 킷샤텐 등 이런저런 얘기들을 들려주었더니 흥미로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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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샷을 찍는것도 잊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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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씬에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밝고 건강합니다. 그리고 커피에 대해서는 언제나 열린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언제나 소통할 준비를 하고있죠. 커피만 있다면 국경도, 나이도 중요치 않습니다. 


이곳을 마지막 일정으로 로마를 떠나며, 이탈리아의 스페셜티 커피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구한 역사가 오랜 도시를 먹여살리기도 하고 또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켰던것처럼, 이들의 커피문화도 그렇기 때문이죠. 




Pergamino Caffè

Piazza del Risorgimento, 7, 00192 Roma RM, 이탈리아

+39 06 8953 3745

매일 0800 - 2000


Faro - Luminaries of Coffee

Via Piave, 55, 00187 Roma RM, 이탈리아

+39 06 4281 5714

월-금 0700 - 1800 / 토-일 0800 -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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