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길게 썼습니다. 이 영화 정보에 대해 아무것도 원치 않으시고 편견을 갖고 싶지 않으시면 나중에 읽어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결론은 '미녀와 야수' 실사판을 보고난 후의 느낌이랑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재밌고 신나고 좋았지만 좀 허전하고 캐스팅에 불만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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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을 봤을 때는 디즈니에서 작정하고 한판 거하게 잘 만들어보겠단 욕심이 느껴져서 들뜬 마음으로 봤습니다만 

막상 보고난 후 느낌은 '정말 야심찬 기획이었을까? 그냥 매년 나오는 디즈니 영화 중 하나일뿐일까?' 그런 기분이랄까요.


재밌었어요. 감동적이었고. 저 눈물도 제법 흘렸습니다.

그런데 뭔가 아쉬워요. 한번 보기로는 괜찮지만 이 작품이 시대를 관통하여 고전으로 남을 수 있을까? 글쎄요....



1. 캐스팅

캐스팅 이야기를 안할 수 없는 게, 결국 메리 포핀스를 비롯해 배우들의 매력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영화니까요.

에밀리 블런트는....음.....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입니다만 메리 포핀스.....에 어울리나....흠. 잘 모르겠네요.

그 누가 줄리 앤드류스를 넘어설 수 있겠습니까. 거기까지 기대는 안하지만 에밀리의 메리 포핀스는 뭐랄까요. 애들이 바라는 nanny가 아닌 부모들이 바라는 nanny상이랄까.

딱 돈준만큼 값어치 확실히 하고 미련없이 떠날 수 있는 캐릭터? 뭐 그런 느낌.

영화를 보는 동안 불만은 없었어요. 하지만 기억에 남고 또 만나고 싶은 메리 포핀스가 될 것 같진 않습니다.


가장 큰 불만은 잭 역의 린 마누엘 미란다인데, 이 동네에서도 이 캐스팅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고 있네요.

개인적으로도 더 좋은 선택이 많지 않았나..아쉽습니다. 이 잭이란 캐릭터가 너무 밍밍하고 재미가 없고 대체 왜 이 영화에 억지로 끼워 들어갔는가 싶을 정도라서.

제 미국인 친구는 영국식도 미국식도 아닌 뭉개지는 듯한 발성이 맘에 안든다고 하더군요. 해밀턴으로 대박을 친 사람답게 해밀턴스러운 본인 노래 파트도 있습니다만 솔직히 매력이 안느껴졌어요.

특히 원작의 딕반다이크를 생각하면 이건....거의 죄짓는 수준이랄까요.


벤 위쇼는 언제나처럼 잘하고 충분히 공감이 가는 캐릭터를 잘 연기했습니다. 아 좋아요 이런 배우들.

꼬마 세 명의 앙증맞은 연기도 참 좋았습니다. 너무 귀엽고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하는 훌륭한 아역 연기들. 사랑스러워요. 셋 다.

가장 놀라운 연기는 역시 메릴 스트립. 분량이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만 역시 도장 확실하게 한 방 찍어주시네요. 멋집니다!

콜린 퍼스의 코미디 연기도 좋았어요. 각잡고 신사인척 하는 것보단 이게 훨씬 자연스러워 보이고 정이 가네요. ㅋㅋㅋ 참 좋았습니다.

나머지 반가운 얼굴들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노 코멘트.


2. 노래들

귀에 꽂히는 노래가 없단 혹평이 좀 있어요. 이해가 갑니다. 좋은 넘버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좀 약해요. 원작을 생각한다면 특히나 더.

하지만 'Nowhere to go but up'같은 노래는 2019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나 왜 이 장면에서 운거지...?


3. 분위기

이 영화를 보고 바로 다시 전편을 집에서 봤습니다.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전편은 밝고 맑고 행복이 팡팡팡 터지는 느낌이라면 이 속편은 상대적으로 매우 어둡습니다. 스토리 자체가 힘겨운 이야기고 갈등을 극복해 나가는 거다보니...

하지만 스토리가 암만 그래도 분위기는 좀 더 밝게 가져갈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좀 남네요.

극장안에서 꼬마들이 보채고 화장실 가고 싶다 자주 칭얼대는 걸로 봐서는 애들보단 부모들에게 더 어필한 영화가 아닌가.....ㅎㅎㅎ 


4. 애니메이션

전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의도적으로 고전적인 2D 디즈니식 화법을 가져온 것도 전 아주 좋았어요.  하지만 역시 전작을 다시 보니...

전작의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느낌이 훨씬 더 좋구나...싶은 건 어쩔 수 없네요.

 

5. 정리하자면...

매우 행복한 관람이었습니다. 어깨를 들썩거리며 신나다가 눈물도 흘렸다가.

이 영화는 2018년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바치는 영화라기보단 그 부모들에게 추억을 되살려주는 걸 목표로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메리와 함께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신나는 모험을 하는 것입니다만 큰 줄거리는 초심을 잃은 어른들의 동심소환.

부모들을 위한 영화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장 분위기도 좀 그랬구요.

하지만 만든 사람들의 열정이 잘 느껴지는데 반해 곡 넘버들이랑 군무가 썩 인상적이지 못한 게 좀 아쉽고...

이걸 보고 전편을 보니 전편이 '엄청나게 잘 만든 작품이었구나'를 새삼 느끼게 된 아이러니는 어쩔......ㅋㅋㅋㅋ


아마 전 블루레이가 출시되면 살 것 같습니다. 당연히 전작과 함께 콤보 상품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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