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이고 런닝타임은 100분. 장르는 호러/스릴러에요.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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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결하고 느낌 좋은 포스터네요. 그리고 이제사 제작사 이름을 인식했습니다. 해머사 작품이었군요.)



 - 도입부에서 한 이혼 가정에 벌어지는 영 안 좋은 사건을 간략하고 인상적으로 보여준 후 본편에 들어갑니다.

 10대 오빠와 좀 어린 여동생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빠랑 산장에 놀러가요. 사실 아빠에겐 속셈이 있는데, 이 양반이 젊다 못해 어리고 예쁜 여자랑 재혼할 생각이라 이 참에 여자랑 애들을 친하게 만들어 보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집안 사정상 자식들은 그게 달가울 리가 없구요. 심지어 이 어리고 예쁜 여자는 십여년전 벌어진 사교집단 집단 자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라는 어두컴컴한 스펙을 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빠의 간절한 압박에 자식들은 결국 못이기는 듯 산장을 향하구요. 당연히 상황은 호러 장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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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계속해서 불쾌함 조성을 맡아주는 인형의 집. 확실히 불쾌하긴 한데 좀 맥락 없이 튀어나오기도 해요. ㅋㅋ)



 - 제가 한 줄로 대충 넘겨 버린 도입부가 상당히 임팩트 있습니다. 먼저 인형의 집을 보여주고, 마치 인형의 집 같은 느낌으로 주인공들이 사는 집을 보여줘서 음침한 분위기를 만들고, 느릿느릿하지만 확실히 불길하게 흘러가다 갑작스레 쾅! 하고 한 방을 날리는 전개가 꽤 강력해서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기대하게 만들죠. 아니 시작이 이렇게 강렬한데 나머지는 얼마나 재밌을까!!! 

 ...근데 과연 그럴까요. ㅋㅋㅋㅋ 이 바닥에 용두사미격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들 아시잖아요. 시작이야 쉽죠. 그걸 감당하는 게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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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장 가기 전 남매들의 쌩쌩하고 건강한 모습.)



 - 여기에서 기대치 조정이 필요합니다. 도입부의 그 분위기 그 패턴 그대로 가는 건 맞습니다. 근데 도입부 말미의 '쾅!'에서 다른 '쾅!'들이 바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에요. 느릿느릿, 불길불길, 아 위험해위험해 그러지마, 아니 이건 뭐지, 으아아아아아아 하지 말라고!!!!! ...뭐 이런 식으로 여유롭게 흘러가며 차근차근 안 좋은 징조들을 쌓아올려가다가 막판에 가서야 '쾅!'인 거죠. 그래서 그 '쾅!'이 나오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요. 이렇게 굉장히 느긋하게, 차근차근 흘러가는 이야기라는 건 알고 보시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역시 감독의 전작 '굿나잇 마미'와 비슷한 느낌이네요. 클라이막스까지 가도, 마지막 장면까지 가도 변함 없이 여유롭고 느릿한 템포로 흘러가며 그 느긋함으로 오히려 압박감을 조성하는 이야기라는 점도 비슷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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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곧 이렇게 됩니다. ㅋㅋㅋ)



 - 그래서 시작된 본편(?)의 절반 정도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새엄마 후보와 새자식 후보들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색함과 긴장감을 동력으로 흘러갑니다. 어떻게든 이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지만 천성이 그다지 대인 친화적이지 않은, 그리고 애초에 막 간, 쓸개 다 빼줄 생각까진 없는 새 엄마. 그리고 친엄마에 대한 감정 때문에 새엄마를 노골적으로 밀쳐내고 배척하며 거리를 두려는 아들과 딸. 게다가 폭설로 외딴 산장에 갇혀서 서로 계속해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 여기서 발생하는 칙칙하고 불쾌한 감정들을 차곡차곡 쌓아올려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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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색어색어색어색어색어색어색어색어색어색어색어색...)



 - 나머지 절반은 당연히 영문을 알 수 없는 해괴한 사건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과 이어지는 '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감독의 예전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역시나 반전은 처음부터 빤히 들여다 보입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게 별로 단점이 아니에요. 진상이 빤히 보이기 때문에 그게 밝혀진 후에 불어닥칠 폭풍과 비극을 확신하게 되고, 그래서 애를 태우며 구경하게 되는 게 핵심이거든요. 하지마! 작작 좀 하라고!! 아니 이건 선 넘었잖아!!! 라며 스트레스를 받다가 나중엔...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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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일이 싹 다 꼬일 거라는 걸 알고, 얼마나 꼬일지 기대하며 영화를 틀지만 보는 동안엔 적당히만 꼬여 달라고 바라게 되는 아이러니.)



 - 계속 '전작과 비슷하다'는 얘기들을 반복하고 있는데요. 어차피 그러는 김에 한 번 추가하자면, 결국 전작과 비슷한 얘기를 하는 영화입니다. '모성'에 대한 이야기요.

 '굿나잇 마미'나 이거나 무책임하고 인생에 보탬 안 되는 남자 덕에 인생 대차게 꼬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구요. 거기에 '모성'을 요구하는 자식들이 갈등의 핵심을 이룬다는 것도 비슷해요. 그리고 결론적으로 그 '모성'이란 것에 대해, 그리고 그것에 집착하는 행위에 대해 매우 많이 몹시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며 마무리되는 이야기라는 것도 같구요. 이러다 감독님 언젠간 모성 신화 해체에 대해 논문이라도 쓰실 듯. ㅋㅋㅋ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를 끝까지 다 보고 나서, 그것도 전작과 연결지어 생각할 때 떠오르는 떡밥이고. 영화 자체는 그냥 '참신하게 여러분들을 불쾌하게 만들어드리겠어요'라는 단단한 소품 심리 스릴러입니다. 

 소재나 설정이나 하나하나 얘기하자면 딱히 특이할 게 없는데 그걸 조립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나름 흔치 않아서 좋았네요. 사실 이야기 자체는 끝까지 다 보고 나도 별 거 없고 되게 단순한 이야기인데, 보는 동안엔 그게 어떻게 흘러갈지 잘 짐작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이야기는 느리지만 긴장감은 끝까지 잘 살아 있고,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잘 봤습니다. 근데 진짜로 별 거 없거든요? ㅋㅋ 하지만 보는 동안엔 그런 생각이 별로 안 들어요. 이야기 솜씨가 좋은 감독님인 것 같아요. 사람들 신경 거슬리게 하는 분위기 조성 능력도 일품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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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 보탬이 안 되는 존재님. 리처드 아미티지가 맡았습니다. 승리호 출연은 즐거우셨는지...)



 - 마지막으로 '새엄마 후보'를 맡은 라일리 키오의 연기가 꽤 좋습니다. 여리고 상냥하면서도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모를 위태롭고 음험한 캐릭터를 잘 살렸어요. 제가 본 영화들에서 이 분은 대체로 좀 당찬 캐릭터들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신선한 느낌도 들고 그랬구요.

 자식놈들은 사실 그다지 훌륭한 연기 같은 건 필요 없는 캐릭터들이긴 했는데, 그래도 진짜 그 또래 애들 같은 느낌이 들어서 괜찮았습니다. 이 셋이서 산장 안에서 지지고 볶는 게 전체의 80% 이상인 영화이니 연기가 괜찮았던 게 참 다행이었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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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비스 프레슬리 이후로 집안 최고의 아웃풋... 인가요? 사실 그 집안 잘 모릅니다. ㅋㅋ)



 -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느릿느릿 시작해서 끝까지 그렇게 가는 영화에요. 다만 그렇게 느린 속도로 여유롭게 갈 데까지 갑니다? ㅋㅋㅋ

 '굿나잇 마미'만큼 강력한 고통을 안겨주는 경험은 아니지만 이 역시 평범한 헐리웃 스릴러들의 평균치는 간단히 넘어서는 불쾌감을 주니 관람 결정에 참고하시구요.

 어찌보면 살짝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드는 참으로 뒷맛 찝찝한 영화지만 전작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그냥 보는 사람 불쾌하게 만들려고 대충 막나가는 경우는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하고픈 이야기가 확실한 감독이라는 생각.

 암튼 그렇습니다. 느릿한 스릴러라도 잘 보시는 분들, 스릴러는 좋아하는데 뻔한 넷플릭스산 양산형 스릴러들 느낌에 물리신 분들께 추천해요.

 다만 막 엄청난 재미를 기대하진 마시라는 거. ㅋㅋ



 + 도입부에 짧게 등장하는 애들 친엄마는 이 분이 연기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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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아... 드립이 저절로 튀어나오긴 하지만 여전히 예쁘고 연기도 괜찮았어요. 설마 누군지 못 알아보시는 분은 없겠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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