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작이니 확인에 14년이 걸렸네요. 런닝타임은 무려 2시간 8분. 본문에는 스포일러가 없지만 댓글에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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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 그 대결 전혀 뜨겁지는 않습니다. 거의 궁상 대결에 가까운...)



 - 황당한 도입부로 시작합니다. 바다에서 무슨 선박 테러가 일어났다는데 경찰이 물리학자를 찾아가서 조언을 들어요. 그리고 이 학자는 자기 나름의 가설을 설명하는데 그걸 엄청 크고 번거로워 보이는 장비와 수십 명의 인력을 동원해서 아주 화려한 야외 대폭발쇼와 함께 보여주죠. 무슨 데이빗 커퍼필드 클라이막스 마술인 줄;

 암튼 살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얼굴이 뭉개지고 지문이 다 삭제된 시체가 발견이 되지만 주변에 남은 흔적들을 단서로 경찰은 피해자 신원을 알아내고 완전 유력한 용의자도 파악을 해요. 그런데... 어차피 범인은 우리가 다 압니다. 첨부터 보여주거든요. 이혼한 전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여성과 그 딸이 얼떨결에 벌어진 몸싸움으로 죽인 것이고. 이들에게 호감을 품고 있던 옆집 독거 아저씨가 증거 인멸을 도와준 겁니다. 이 아저씨가 그 유명한 용의자X. 


 근데 내용도 단순하고, 또 수사도 순조롭다 생각했는데 자꾸만 그 순조로운 수사의 방향은 진범들이 범인이 아니라는 쪽으로 아주 분명하게 흘러가구요. 아니 이럴 리가 없는데? 라는 생각에 당황한 담당 형사는 결국 도입부의 그 거창한 교수님을 찾아가죠. 처음엔 '아 뭐 갸들이 범인 아닌가보지!' 라던 교수님입니다만. 불행한 우연으로 그 옆집 주민 용의자X씨가 자신의 대학 동기이자 본인이 유일하게 천재라고 인정했던 친구라는 걸 알게 된 교수님께선 태세를 전환해서 이 사건에 집착하기 시작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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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해맑은 진범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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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차!!!)



 - 히가시노 게이고의 히트작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기도 하고. 같은 작가의 시리즈로 만들어진 드라마 '갈릴레오'의 극장판이기도 합니다. 다만 엊그제 얘기했던 '스펙'과는 달리 드라마를 굳이 보지 않아도 내용 따라가는 데 아무런 지장은 없죠. 당연히 드라마의 등장 인물들이 그대로 나오고, 그래서 드라마를 보고 보는 편이 더 재밌게 보이긴 하겠습니다만, 어쨌든 이해와 감상에 지장은 없습니다. 원작 소설도 그랬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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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영화에선 별 존재감 없는 저 시커먼 두 분도 드라마에서부터 쭉 나오던 분들이란 얘기죠.)



 - 특이한 점이라면 처음부터 사건과 진범을 다 보여주고 시작하는 살짝 형사 콜롬보스런 구성입니다. 좀 신선하다 싶지만 보다 보면 애초에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구나... 라고 깨닫게 돼요. 

 그러니까 '범인은 누구냐!'가 아니라 '도대체 어떻게 속였냐!'를 중점에 두고 두 천재의 공방, 두뇌 싸움을 보여주는 게 재미 포인트인 작품입니다. 공격과 방어를 모두 실시간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 수밖에 없고요.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사실 추리물의 탈을 쓴 순정 멜로거든요. 그러니 처음부터 용의자X와 진범 간의 관계와 감정 교류를 따라가며 보여줘야 하고 그러니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범인을 까 놓고 전개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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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 빌런, 우리의 그 유명한 용의자X님. 갬성 터지는 아련한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 그래서 이야기의 중심은 탐정 놀이하는 교수도, 성실하게 추적하는 형사도, 안타까운 사연의 진범도 아닌 공범 '용의자X'입니다. 천천히 아주 공들여서 이 양반의 고독한 삶을 보여주고, 옆집 식구들에 대한 애틋함을 보여주고, 기타 등등 계속해서 '얘가 원래 나쁜 애가 아니다'라는 걸 보여줘요. 그리고 애초에 사건 자체가 진범들이 사실은 진짜 피해자라는 (이혼한 쌩양아치 전남편에게 삥 뜯기고 두들겨 맞고... 살인도 사실 자기 방어였고...) 식이기 때문에 이런 멜로 무드는 자연스럽게 잘 먹힙니다. 그렇긴 한데...


 사실 요즘 분위기로 보면 우리 용의자X님은 아무리 봐도 모쏠 인셀(...)의 프로필에 참 잘 맞아요. 그게 문젭니다. ㅋㅋㅋ 이미 나온지 17년이나 된 작품이다 보니 작가가 용의자X를 다루는 태도가 참으로 천진난만 순수합니다만. 요즘 기준으로 보면 더도 덜도 아니고 인셀님이세요. ㅋㅋ 모쏠에 사회성 떨어지고 경제적으로도 별로... 이렇게 살면 뭐하나 해서 죽을 각오까지 하던 남자구요. 

 그래도 나름 선한 동기로 일을 벌이긴 합니다만. 무턱대고 '내가 다 해결해 줄 테니 너희는 걱정말고 행복하게 살라고!!!' 라는 식으로 자신의 희생을 사실상 강요하듯 받아들이게 하는 태도도 그렇고. 또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을 보면 착하긴 개뿔. 걍 자기 만족을 위해 한 점 후회도 없이 험한 짓을 저지르는 자기 연민 갑으로 보기가 더 쉬워요. 그래서 마지막 울부짖음(?)을 보면서도 슬프기 보단 "아, 이거 싸이코 스릴러로 만들었음 더 어울렸겠다"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더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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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나가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은 훈남 친구에게 앙심을 품은 인셀X의 음모!!! 였다면 더 재밌었을 것 같...)



 - 추리물로서는 괜찮습니다. 아무래도 멜로가 메인이 되다 보니 좀 가볍긴 한데, 가볍게 괜찮아요. 주역들의 직업 특성을 활용해서 4색 정리니 뭐니 하는 것들을 이야기 속에 끼워 넣어서 뭔가 더 있어 보이는 분위기 조성하는 것도 좋았구요. 반전들도 (이야기 분위기상 뻔하긴 하지만) 나름 적절하게 잘 들어가 있었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도 대략 짐작하기 어렵지 않지만 그 디테일들이 괜찮았어요. 괜찮은 추리 소설의 영상 번역판 하나 본 기분.


 다만 '영화'로서는 어땠냐... 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일본의 티비 시리즈 극장판의 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더군요.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크게 흠 잡을 덴 없는데, 그냥 두 시간 짜리 티비 특집 드라마 보는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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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화면의 질감부터 드라마 느낌이 물씬.)



 -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크게 인상 깊었던 게 없는 무난무난한 영화라서 할 말도 별로. 그래서 급마무리를 해보겠습니다.

 추리보다 멜로! 이고 또 일본 멜로라고 하면 좀 부담스러워질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 막 격하게 표현하지 않은 편입니다. 보기 부담스럽지 않아요.

 배우들 연기도 (사실 우리 훈남 천재 교수님은 어쩔 수 없이 좀...) 대체로 한국인들 기준으로도 안 부담스럽게 괜찮구요.

 또 히트작 원작 빨로 이야기도 괜찮은 편입니다. 멜로로서도, 추리물로서도 양호해요.

 다만 저처럼 사고가 좀 삐뚤어지신(?) 분들께선 아마도 용의자X의 불꽃 순정에 이입하기가 좀 힘드시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분들은 안 보셔도 좋을 듯 하구요. ㅋㅋ 어쨌든 요즘 세상에 이런 정통 추리물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이 정도면 제대로 된 정통 추리극 영화라는 점에서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잘 봤어요.



 

 + 모범 열정 경찰관으로 나오는 시바사키 코우를 보며 또 한 번 세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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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랬던 분이 말입니다... ㅋ



 ++ 보는 내내 의아했던 부분이. 그냥 시신을 어디 멀리 머얼~리에다가 유기해 버리고 모르쇠 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았나 싶어서요. 설정을 보면 어차피 떠돌이에다가 가족도 없고 뭣보다 생활 양식 자체가 양아치라 그냥 사라져 버려도 아무도 신경 안 썼을 것 같은데. 몇 개월 후에는 발견되어도 딱히 알리바이니 증거니 신경 쓸 부분도 없었을 테고. 뭘 굳이 그렇게 복잡한 트릭과 드라마틱한 수고를 기획해가며... ㅋㅋㅋ 소설을 보면 뭔가 이유가 나오는 거겠죠. 



 +++ 드라마 버전의 2시즌 마지막화에 카메오 출연하고 주제가를 한국어 버전으로 부른 아이돌이 있었죠.



 영화 중간에 '갈릴레오'라고 교수님 별명 나오는 걸 듣고서야 기억나더라구요. 우연의 일치였는데. 감상 시기가 공교롭네요. 

 암튼 우리 주인공 교수님이 직접 만든 곡이고 직접 기타 연주까지 하시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전 원래 이런 분인 줄 몰랐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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