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78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보시다시피 원제는 심플하게 그냥 'Dolls' 입니다. 영화에서 인형들이 자꾸 분노하긴 하는데 뭐...)


 

 - 한 가족이 차를 타고 휴가를 가는 중입니다. 아빠, 엄마, 7살 딸인데, 엄마는 새엄마이고 딱 봐도 인성 쓰레기. 아빠는 새엄마 비위 맞추느라 딸을 귀찮은 짐짝 취급하고 애만 혼자 슬퍼요. 뭐 '아줌마는 내 엄마 아니잖아요'라고 쏘쿨하게 쏘아 붙이는 걸 보면 얘도 딱히 여린 애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암튼 그러다 길을 잃고, 차는 수렁에 빠지고, 비는 와장창 쏟아지고, 내려서 헤매다 보니 '이거슨 공포의 저택이다'라는 삘의 저택이 나타나고, 들어가 집주인 노부부에게 하루 신세를 부탁하고, 모여서 밥 먹고 있는데 자기들이랑 같은 처지의 젊은 남자 하나, 양아치 여자 둘이 나타나고, 그 저택엔 아주아주 많이 격하게 수상할 정도로 인형들이 많고, 잠시 후 그 인형들이 스멀스멀 움직이는 눈치를 보이고, 곧 피를 보기 시작하겠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사실상 빌런은 인형들보단 이 부모에 가깝습니다. 여자분은 감독님 와이프시라는군요. '지옥인간'에도 나오셨다고. ㅋㅋ)



 - 스튜어트 고든 감독에 브라이언 유즈나 제작입니다. 원래는 스튜어트 고든이 데뷔작으로 굴리던 아이디어였다고 하지만 어쨌든 순서상으론 이렇게 됐구요. 근데 이게... 이 콤비의 전작들인 '리-애니메이터'나 '지옥인간'과는 저언혀 다른 물건입니다. 고든 아저씨 뼛속까지 러브크래프트 빠인 줄 알았더니 실망이었... ㅋㅋㅋㅋ 근데 그렇게 달라도 아무 상관 없어요. 이 영화만 재밌으면 되는 것인데 정말 전작들과 하나도 안 닮은 다른 방향으로 괜찮았거든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외딴 숲속 커다란 집의 수상할 정도로 옛스러운 노부부님들. 아니 뭐 그냥 대놓고 수상하죠. 저 할배 헤어스타일과 할매 표정만 봐도 수상 그 자체!)



 - 그러니까 역시 무진장 심플한 아이디어죠. 살아 움직이는 인형들이 사람을 죽인다! 라는 것이고 배경도 숲속 한가운데 처박힌 외딴 저택을 시작부터 끝까지 벗어나지 않고요. 등장 인물도 도입부에 제시된 사람 8명으로 끝이면서 극중 시간도 그 날 밤에 시작해서 다음 날 아침에 끝나요. 돈도 절약하고 시간도 절약하고 각본 난이도도 낮추고 아주 전형적인, 그러면서 동시에 모범적인 저예산 B급 호러물 되겠습니다. 그런데 스토리 측면에서 제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으니...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인형 갖고 호러 영화 만든다면 이 정도 성의는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닙니꽈!!!!!)



 - 굉장히 동화적인 이야기입니다. 끝까지 다 보고 나면 심지어 건전해요. ㅋㅋㅋ 어린 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상상력. 그러니까 한 마디로 동심. 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면서 반대로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풍자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영화 속의 인형들도 단순한 사이코 살인마 같은 게 전혀 아닙니다. '리-애니메이터'의 감독이 생각해낸 존재들이라고 하기엔 의외로 상냥(!)하달까... 뭐 그렇고. 전체적인 이야기도 어린이 동화풍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물론 스튜어트 고든 작품이니 순수하게 동화적일 리는 없겠죠. 도입부에서 새엄마가 딸의 곰인형을 던져 버린 후 벌어지는 짧은 사건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함축해준다 할 수 있겠습니다. 뭐냐면요, 거대한 큐티 곰돌이 인형이 아장아장 나타나서 엄마의 팔을 뜯어내고 아빠의 목을 비틀어 버려요. ㅋㅋㅋㅋㅋ 아이의 상상입니다만. 그게 더 무서움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크아앙 나는 무시무시한 곰돌이 괴물이라능!!!!!)



 - 살짝 감탄했던 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소재인 '인형들'의 디테일이었습니다. 보아하니 낚싯줄로 조종도 하고, 기계 장치를 넣어 움직이기도 하고, 스톱모션으로 표현도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본 것 같은데요. 그게 다 굉장히 그럴싸하고 적절합니다. 표정도 다양하게 지으면서 온갖 액션들을 다 하는데 그게 어설프단 느낌이 거의 없고 자연스러워요. 80년대에 저예산으로 만든 호러 영화다... 라는 걸 감안해주지 않아도 훌륭하단 느낌. 

 그리고 이런 인형들이 참 많이 나오면서, 주인공들이 헤매고 다니는 저택 안에 참 보기 좋으면서 동시에 불길하고 불쾌한 느낌이 들만큼 적절하게 배치가 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제목값, 컨셉값을 하는 성실한 작품이었다고 칭찬해줘야 할 것 같았네요.



img.gif

 (그냥 평범한 예에엣날 인형에다가 눈알만 살짝 포인트를 줬는데 결과물은 아주 효과적입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눈알에 포인...ㅌ.......)



 - 스토리 측면에선 뭐... 사실 별다른 건 없습니다. 숲속 외딴 곳의 아주 수상한 할매 할배가 사는 집에 어쩌다 굴러들어간 사람들이 살인 인형의 습격을 받고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아남는다. 그냥 이게 전부라고 해도 좋을만큼 심플한 이야기구요. 거기에 박복한 주인공 소녀와 선량 청년 랄프의 애틋한 드라마를 살짝 얹어서 80분도 안 되는 짧은 런닝타임을 채웁니다. 

 하지만 짧은 런닝타임 덕에 이런 심플한 스토리임에도 내내 심심할 틈 없이 계속해서 뭔가 벌어지니 좋구요. 또 우리 주인공 콤비가 은근 귀엽고 좋습니다. 무려 정이 가고 응원하게 된단 말이죠. 그리고 영화가 괜한 위악 떨지 않고 이 콤비에게 진심이기 때문에 다 보고난 후에 뒷맛도 좋아요. 이 정도면 깔끔하게 잘 짠 스토리라고 생각했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매우 건전하고 훈훈한 영화 맞습니다. 농담 아님.)



 - 뭐 대충 마무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매우 많이 아주 완벽한 소품 호러지만 잘 만들었습니다. 인형 갖고 공포 영화를 찍을 생각이면 이 정도는 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며 즐겁게 봤어요.

 진짜로 '무섭다' 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까진 기대하지 마시고, 뭔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옛날 호러 영화'를 원하신다면 아마 꽤 흡족하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정말 이런 풍의 영화일 거라고 전혀 생각을 못 했다가 기대 이상으로 만족했어요. ㅋㅋ 잘 봤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 생각해보면 스튜어트 고든 아저씨도 영화들 속 여성 캐릭터들 대접이 좀 수상쩍은 느낌이 있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렇게 훵키하신 여자분들이라면야 뭐 말할 것도 없구요. ㅋㅋ 정말 어처구니 없도록 뇌도 없고 도덕성도 없는 극단적인 분들이셨네요.



 ++ 그래서 스포일러는요.


 결국 이 집의 주인 노부부는 마법사였어요. 이유를 알 수 없게 '동심'에 집착해서, 이 집을 들른 사람들을 대략 평가해서 동심을 잃어버린 나아쁜 어른은 인형들 출동시켜 콰직콰직 혼내주고 마법을 걸어서 인형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였죠. 그래서 먼저 이 집을 털어 버리겠다고 설치던 펑크족 처녀 둘이 인형이 되고, 다음으론 정말 1차원적으로 싸가지 없고 매정하던 새엄마가 처단 당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 소녀 주디와 순수 총각 랄프가 서로 맘이 통하게 되구요. 그때쯤 이제 주디의 아빠가 자기 아내 시체를 발견하고는 우아아악 다 주겨버릴테다!! 하고 출동해서 랄프를 막 두들겨 팹니다만. 이미 집주인에게 인정 받은 랄프인지라 인형들이 출동해서 구출해주고요. 호올로 인형들과 고독한 사투를 벌이던 아빠 앞에 집주인 부부가 나타나 마법을 걸어 산채로 인형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 와중에 정신을 잃었던 랄프와 주디가 다음 날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니 상냥하기 그지 없는 표정의 노부부가 '펑크족 처녀들은 일 있다고 먼저 떠났고 주디 엄마 아빠는 요 편지를 남기고 떠났단다. 편지 내용은 대충 우리가 돈 좀 남겨주고 갈 테니 이 돈으로 비행기 타고 니 친엄마에게 가서 잘 먹고 잘 살아라. 이런 거라네.' 라는 참 설득력 없는 이야길 들려주고요. 전날 밤 일은 다 니들 꿈이라고 우기면서 어여 집에나 가라네요. 아무리 순수해도 다 큰 어른인 랄프는 그 말이 1도 안 믿기지만 아무리 봐도 수상하고 위험해 보이는 노친네들이랑 더 있기 무서워서 부랴부랴 주디를 데리고 집을 떠나요. 그리고 그 길에 주디가 "아저씨 혹시 예쁜 여자 좋아해? 우리 엄마 예쁜데." 라든가, "아저씨 혹시 나 같은 딸 필요 없어?" 같은 옥희 빙의 대사를 치는 걸 보면 대략 해피엔딩이 맞는 걸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ㅋ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6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1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16
126081 장기하가 부릅니다 '그건 니 생각이고'(자본주의하는데 방해돼) new 상수 2024.04.27 57
126080 근래 아이돌 이슈를 바라보며 [2] new 메피스토 2024.04.27 118
126079 마이클 잭슨 Invincible (2001) new catgotmy 2024.04.26 51
126078 [KBS1 독립영화관] 믿을 수 있는 사람 [2] new underground 2024.04.26 67
126077 뉴욕타임즈와 조선일보 catgotmy 2024.04.26 104
126076 프레임드 #777 [1] update Lunagazer 2024.04.26 29
126075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1] update 산호초2010 2024.04.26 148
126074 한화 이글스는 daviddain 2024.04.26 75
126073 낚시터에서 들은 요즘 고기가 안잡히는 이유 [2] ND 2024.04.26 258
126072 토렌트, 넷플릭스, 어중간하거나 명작인 영화들이 더이상 없는 이유 [2] catgotmy 2024.04.26 225
126071 [왓챠바낭] 전 이런 거 딱 싫어하는데요. '헌터 헌터' 잡담입니다 [5] 로이배티 2024.04.25 332
126070 에피소드 #86 [4] Lunagazer 2024.04.25 52
126069 프레임드 #776 [4] Lunagazer 2024.04.25 52
126068 ‘미친년’ vs ‘개저씨들‘ [1] soboo 2024.04.25 735
126067 Shohei Ohtani 'Grateful' for Dodgers for Showing Support Amid Ippei Mizuhara Probe daviddain 2024.04.25 46
126066 오아시스 Be Here Now를 듣다가 catgotmy 2024.04.25 91
126065 하이에나같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생각해본다 [2] 상수 2024.04.25 279
126064 민희진 사태, 창조성의 자본주의적 환산 [13] Sonny 2024.04.25 1174
126063 3일째 먹고 있는 늦은 아침 daviddain 2024.04.25 128
126062 치어리더 이주은 catgotmy 2024.04.25 20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