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라]는 1954년에 나왔습니다.
그때는 아직 일본이 잘사는 나라도 아니었고 와이드스크린은 미국에서도 갓나온 신품이던 때여서 스탠더드 화면의 흑백 영화로 나왔습니다.


56년에는 [괴수왕, 갓질라!]로 개명 및 개조된 버전이 미국에 수출됩니다. 이때의 미국은 와이드스크린이 한창 화제이던 때라서 [괴수왕]은 스탠더드 화면에서 위아래가 날라간 플랫 와이드스크린 형태로 상영되었습니다. 원제작사인 토호는 아마도 이걸 보고 감명을 받았던 모양이예요. '어 저래도 되네?'


토호는 [괴수왕]을 역수입해 일본에 개봉합니다. 그러면서 미국판 [고지라]는 일본에서와는 다르게 와이드스크린이란 걸 대대적으로 선전합니다. 그리고는, 한술 더 떠서, 시네마스코프(!) [고지라]가 나왔다고 사기를 쳤... 아니 진짜로 스코프로 상영했답니다.


스탠더드 구도에 맞춰 촬영된 영화가 시네마스코프가 될 수 있는 마법같은 게 세상에 어디있겠습니까. 미국애들이 플랫으로 잘라낸 거보다 위아래로 더! 자른거죠. 플랫이야 배우들 머리꼭지 좀 날아가면 되지만 스코프로 잘라내면 뭐 남는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순진하던 당시 일본 관객들이 곱게 속아넘어갔...을지는 전 잘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그때까지 극장에서 상영된 [고지라]는 오리지날 스탠더드 버전, 위아래로 자른 플랫, 위아래로 더 자른 스코프, 세가지 화면이 있었던 거죠. 그리고 그로부터 수십년 지나... 무려, 칼라판 [고지라]가 등장하게 됩니다.

1976년 디노 데 라우렌티스가 제작한 리메이크 [킹콩]이 개봉되었습니다.
킹콩이 워낙에 오래전부터 유명세가 쟁쟁한 아이피였어서 다들 성공은 따놓은 당상이라 여겼고, 이 리메이크작을 전후해 괴수붐이 불거라고들 예상했습니다. 여기저기서 괴수영화를 찾는 배급업자들의 수요가 있었습니다. 일본에선 그시기에 [공룡백만년]을 재개봉했고, 심지어 한국에서도 짝퉁 킹콩영화 [킹콩의 대역습]이 나왔죠.

이런 기회를 타고, 이태리(라우렌티스의 나라기도 하죠)의 쌈마이 남아 루이지 코찌도 한몫 벌어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코찌에겐 괴수영화를 만들 능력도 돈도 없었지만요.

그래서 이래저래 알아보던 중, 이탈리아에선 오리지날 버전 [고지라]가 공개된 적이 없다는 걸 알게되었다네요. 뭐 대부분의 나라들이 다 그랬지만요. 고지라를 세계에 알린건 [괴수왕 고질라]니까.


그래서 [고지라] 원본을 재개봉, 아니 최초 개봉 해보기로 마음 먹고 토호측에 접촉해 라이센스는 얻어냈지만 토호 이탈리아 지사가 가진 건 [괴수왕 고질라] 프린트 뿐이었습니다. 살짝 계획이 틀어지지만 그거라도 없는 거 보단 낫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76년에 누가 흑백영화를 보려고 하겠냐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코찌는 대담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럼 칼라로 만들자'


토호한테서도 허락을 받았습니다. 토호는 손해볼 거 없겠죠. 자기네 돈 안들이고 칼라판이 생긴다는데.
코찌는 [괴수왕]의 필름에 색을 입히고, 최신 센서라운드 사운드를 도입하는등(근데 유니버설이 남한테 센서라운드 라이센스 내준 적은 없는 걸로 알고있는데...?) 소리도 현대적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글구... [괴수왕]은 미국에서 재편집하면서 즈그네한테 껄끄러운 부분이나 지루하다싶은 부분은 다 잘라냈기 때문에 상영시간이 80분이었습니다. 이게 50년대 미국 비무비로서는 준수한 상영시간이었지만 70년대 이탈리아 극장에 걸기엔 좀 아쉬운 시간이었답니다. 코찌는 분량늘이기에 들어갑니다.
[고지라]의 모티브가 된 영화 [심해에서 온 괴물]을 비롯해 다른 괴수영화, SF 영화, 고지라 속편 등에서 조금씩 떼어내 붙이고(아마 쓴다는 말은 안하고 썼을듯...), 그외에도 전쟁 기록장면, 사고장면 같은 스톡 푸티지도 붙였습니다. 거기다가, 영화를 좀더 시리어스해 보이게 만들겠다고 히로시마의 실제 원폭 피해장면과 시신들을 찍은 것 까지도 붙였습니다.
그렇게 세달만에(...) 완성시켜서 1977년에 공개합니다.

이 루이지 코찌가 재편집한 [고지라]는 괴수팬들 사이에서는 코찌의 이름을 따서 '코찔라'라는 이름으로 통하는데, 기본적으로는 [괴수왕 고질라]의 이탈리아어 더빙판입니다. 중간중간 들어간 삽입장면들과 약간의 추가된 음악으로 약간 느낌이 달라지는 건 있겠지만 딱히 새로운 건 없다고 합니다.

중요한건, 칼라(!)라는 거죠.
컴퓨터를 이용해서 고전영화를 채색하기 시작한게 대략 80년대 후반부터일겁니다. 그보다 10년은 앞선 70년대, 컴퓨터도 없는 코찌가 (아마도 세계최초로?) 고전흑백영화를 칼라로 만들었던 비결은... 걍 필름에다 알록달록하게 젤을 발랐답니다.


옛날에 흑백테레비를 칼라로 만들어준다는 변환기를 팔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색셀로판지 몇개를 붙여놓은 아주 조잡한 물건이었어요. 그걸 흑백 브라운관에다 붙여놓으면 화면이 알록달락하게 보여 어떻게든 색깔은 나온다는... 거짓말은 하지않은(...) 물건이었죠. 속아서 산 사람도 있고... (근데 이게 실제로 업계에서도 사용되던 물건이예요. '인베이더'같은 극초기 오락실 게임은 모니터가 흑백이라 이런 색셀로판지를 붙여놓고는 컬러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었죠.)


그니까 그거랑 비슷하게, '코찔라'도 제대로 사물의 색이 나오는건 아니고, 그냥에 화면이 알록달록해 보이도록 색깔이 나오게 만든, 어쨌든 색깔은 나오니까 칼라인 화면이었습니다. 뭔가 사이키델릭한 듯도 하고...(어쩜 위에 말한 변환기 만든 사람이 '코찔라'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을지도...)

토호는, 코찌가 칼라판 [고지라]를 만들어오면 그걸로 또 한번 장사 한번 잘해봐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을 테지만, 코찌의 버전을 보고는... 영화를 봉인해버렸답니다.

그래서 '코찔라'는 이탈리아와 아주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 밖의 괴수팬들은 '코찔라'를 괴소문 정도로 여기기도...

토호에서는 이 영화를 흑역사로 곱게 묻어두려고 하는 것 같으니(크라이테리언에서 [고지라] 낼때 '코찔라'를 언급하는 부분은 토호 요청으로 다 삭제되었다는 소문도 있고...) 정식으로는 세상에 나오기 힘들어 보이지만 그래도 정식 출시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팬들도 조금은 있는 것 같네요.





-코찌가 '코찔라'를 만들기 직전에 내놓은 영화가 한국에서는 추억의 명작으로 알려져있는 [라스트 콘서트]...였죠.




루이지 코찌가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입니다. 오됴상태가 좀 안좋네요.







그냥... 21세기에 나온 팬에디트 같아보이는 영상도 붙여봅니다.
요새는 기술이 좋아져서 개인레벨에서도 이정도는 하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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