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4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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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보면 꼭 가족 영화 같은데... 가족 영화가 맞기는 한데 그게......)



 - 일리아스와 그레고르라는 형제가 나옵니다. 일단 일리아스는... 그야말로 비호감의 정수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못 생기고 (매즈 미켈슨인데!!) 무식한 것까진 뭐라 할 수 없겠으나 무시무시할 정도로 무례하고 개념이 없으며 멍청해요. 반면에 그레고르는 똑똑하고 매너도 있고 다 괜찮은데 다만 옛날 말로 '언청이' 입을 갖고 있구요. 그 외에도 건강 면에서 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암튼 도입부에서 이 형제의 아버지가 죽는데, 자기 떠난 후에 꼭 틀어 보라 했던 비디오 테잎을 틀어 보니 "사실 난 니들 친아버지가 아니다!" 라며 친부의 이름을 알려 줘요. 그러자 어쩐지 그럴 줄 알았다던 그레고르는 인터넷 검색으로 친부를 찾아내고 (유명했던 과학자랍니다) 이상할 정도로 동생에게 집착하는 형을 끌고 부자 상봉의 여행을 떠납니다만... 그렇게 도착한 낙도의 폐가에는 배다른 3형제가 버티고 있고. 이들은 일리아스보다 더 거칠고 더 무식하며 더 살벌해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이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모습이 보이지도 않아요. 난감하지만 어쨌든 내친 김에 여기 눌러 앉게 되는 우리 비호감 형제는 과연 친부와 감동의 상봉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뭐 이런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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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호감 형제'라고 적었지만 사실 동생 쪽은 얼굴에 언청이 흔적이 있을 뿐 그냥 괜찮은 사람입니다. 문제는 형 쪽이...)



 - 일단 감독이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의 그 감독이십니다. 그 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이라면 많은 걸 떠올릴 수 있으실 테고 그게 거의 맞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결국 가족 코미디 영화인 건데, 그 톤이 말도 안 되게 살벌하고 불쾌하며 거칠거칠해요.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보지 않으면 코미디는 커녕 호러/스릴러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 아예 작정하고 호러 분위기로 흘러가는 전개도 꽤 있구요.


 그리고 이게 그냥 튀기 위해, 위악적으로 막 몰아 붙이는 그런 것... 처럼 보이는데 마지막까지 보고 대충 의도를 파악하고 나면 또 안 그런 느낌인 거죠.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게 다 이유가 있었구나. 하고 납득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어쨌거나 보는 동안엔 정말 경악스럽고 불쾌하고 끔찍합니다. ㅋㅋ 이런 영화들 안 좋아하는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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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러움을 표현하는 것만 봐도 북유럽식 더러움(?)에는 헐리웃 식의 더러움(??)과는 다른 질감의 무언가가 있습니다. ㅋㅋㅋ 이 짤은 그냥 평범해 보입니다만.)



 - 그래서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냐고 하면, 대충 우화입니다. 근데 그게 좀 스케일이 커요. 기본적으로 인간 세상에 대한 우화이기도 하고, 특히 콕 찝어서 남성들에 대한 우화이기도 합니다. 완전 초 비호감 덩어리의 흉물 그 자체 생명체들을 주욱 보여주니 기겁을 하며 대체 이게 뭐여... 하다가 마지막엔 좀 과장과 조미료는 많이 들어갔으나 그게 결국 인류 역사 속의 인간들, 특히 남성들이 그동안 살아 온 모습에 가깝다는 걸 깨닫게 하는 식이에요. 이런 식으로 우리네(?) 삶의 모습을 다시 돌이켜 보게 만드는. 뭐 그런 이야기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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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역사란 보는 관점에 따라 비호감 찐따들의 역사로 볼 수도 있고... 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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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찐...)



 - 문제는 그것이 정말로 흉하다는 겁니다. ㅋㅋㅋㅋ 너무 흉해서 웃으라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잘 안 나와요. 이것이 북유럽의 매운 맛 블랙 코미디인가!!? 하고 감탄하며 보긴 했는데. 정말 순수하게 이 영화를 코미디로 즐길 수 있는 관객이 과연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 동네 사람들에겐 웃겼... 던 거겠죠? ㅋㅋ 아마 이 영화에 비하면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정말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코믹 드라마일 겁니다.


 게다가 전체의 대략 1/3 정도는 진짜로 의도된 호러이기도 해요. 망측하고 압박스럽고 긴장되는 호러 장면들이 꽤 많이 나오는데, 이런 것들마저 막나가는 블랙 코미디 장면들이랑 마구 뒤섞여 있다 보니 보면서 "도대체 이 장면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들이 꽤 됩니다. 보기 불편한 영화이고, 다수의 사람들이 쉽게 재미를 느끼기도 난감한 영화이고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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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대로 닭들이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는데요. 그게... ㅋㅋㅋㅋㅋㅋ)



 - 하지만 어쨌든 잘 만들었습니다. 그 의도와 표현 방식에 100% 빠져들진 못하더라도 '의도대로' 잘 만든 영화라는 건 분명해 보였구요.

 그렇게 빡세게 비호감과 혐오감을 적립해 나가는 와중에 그래도 결말을 위한 감정 빌드업을 꼼꼼하게 잘 해나가서 마지막에는 의외의 연민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구요. 또 배우들이 정말... ㅋㅋㅋㅋ 기가 막히게...... ㅋㅋㅋㅋㅋㅋ 잘 합니다!! ㅋㅋㅋ 특히 매즈 미켈슨 이 양반은 진짴ㅋㅋㅋㅋ 정말로 헐리웃에서 돈 벌면서 자국 영화로 예술 하는 걸로 컨셉을 잡기라도 한 것인지. 경악할 캐릭터를 맡아서 너무 천연덕스럽게 잘 해요. 그리고 그 형제들 중에서 유일한 정상(멘탈)인으로 이야기의 균형을 잡아주는 그레고르 역의 배우님도 참 잘 하셨구요. 나머지 분들도 모두 다, 자칫하면 "영구 없~다!"가 되어 버릴 수 있는 위태로운 캐릭터들을 아주 리얼하게 잘 소화해 주셨습니다. 이것도 워낙 소규모 영화인지라 배우들 지분이 컸는데, 다들 100% 이상으로 잘 하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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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 혼을 불사르시는 간지남 매즈 미켈슨씨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십시오! 물론 그 옆 분이 훨씬 강렬하긴 합니다만.)



 - 윗 단락들을 다 읽고 내려오셨다면 이미 이해하셨겠지만, 뭔가 불특정 다수에게 추천하기는 불가능한 영화입니다. 이에 비하면 요르고스 란티모스 영화들은 참 예쁘게 잘 다듬어진 작품들이었구나... 싶을 정도로 거칠고 난폭하며 불쾌하거든요. 

 그러니 여러모로 비위가 강하신(...) 분들.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을 보면서 낄낄대고 웃으셨던 유머 감각의 소유자분들. 평소에 센 영화들을 많이 봐서 요즘엔 어지간한 걸론 감이 안 온다... 라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그래도 분명히 잘 만든 영화인 건 맞아서요. ㅋㅋ 저도 최종적으론 만족스러운 느낌으로 잘 봤습니다.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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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만드는 당사자들은 만들면서 즐거운 시간 보냈던 모양입니다.)




 + 바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주인공 형제 + 섬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3형제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하자면요. 일단 모두 다 언청이입니다. 입술에 줄이 가 있는 얼굴들을 하고 있구요. 말하는 거나 움직이는 거나 다들 조금씩 비정상적으로, 지적으로 좀 모자란 특성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굉장히 난폭하고 쉽게 화를 냅니다. 마지막으로 사실상의 주인공인 그레고르를 제외하곤 모두가 그 나이까지 모태 솔로들인데, 발정기 강아지처럼 여자만 보면 그냥 이성을 잃고 달려 들어서 아무 짓이나 마구 해대는... 뭐 그런 존재들이에요.


 그런데 주인공들이 찾아간 아버지의 집에서 정작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데... 뭐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진작에 죽었습니다. 그런데 이 형제들이 워낙 모자라고 사방에서 사고를 쳐댄 고로 정상인 보호자가 없으면 다 정신 병원에 넣어 버린다는 조건 하에 이 섬에서 살다 보니 삼형제 중 맏이가 그 죽음을 비밀로 하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어쨌거나 정상인 멘탈의 그레고르 입장에서 아버지 시체가 미라가 되어 썩어가는 건 방치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래서 섬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장례를 치르구요. 그때부터 아버지 대신에 본인이 이 형제들의 보호자가 됩니다. 그러고는 어떻게든 이 금수에 가까운 생명체들을 인간에 가깝게 만들어 보려고 예의 범절도 가르치고 위생, 교양 같은 것도 쌓게 하고... 노력을 하지만 잘 되지는 않구요. 


 그 와중에 삼형제 맏이가 죽어라고 비밀로 하려고 하는 아버지의 지하 연구실이 있거든요. 단순한 교양인이 아니라 본인도 과학자인 그레고르는 그 연구실을 호시탐탐 노리다가 결국 몰래 들어가 보고 마는데... 음. 그곳에 있는 것은 각종 기괴한 혼종 생명체들의 표본이었습니다. 소와 닭, 돼지와 닭, 쥐와 그 무언가... 등등의 시체가 가득했구요. 그래서 아 우리 아버지는 종의 구분을 뛰어 넘는 생체 실험을 하는 사람이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습니다만. 바로 그 순간에 삼형제 맏이에게 딱 걸려 버린 그레고르는 반죽음이 되도록 두들겨 맞고 동물 우리에 갇혔다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탈출해서 그들 곁을 떠나 버립니다. 그러고 섬을 떠나려고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사람 발을 달고 있는 황새를 발견합니다. ㅋㅋㅋ 그런데 그 놈을 자세히 아니 세상에, 사람 언청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순식간에 쏟아져 내려오는 깨달음. 그러합니다. 주인공 형제 + 섬의 삼형제는 모두 아버지가 생체 실험으로 만들어낸 인간과 동물의 혼종 생명체였던 거에요. 그래서 보통 사람과는 달랐던 것이고. 그래서 신체 곳곳에 결함이 있었던 것이고...


 이 깨달음 덕에 그레고르는 평생 보기 싫고 인생에 보탬 안 되는 비호감이었던 자기 형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고. 강물처럼 넘쳐 흐르는 짠한 감성에 그만 마음을 바꾸고 돌아와요. 그리고 보호자가 사라졌으니 이제 다 강제로 정신병원에 끌려가는 중이었던 형제들의 보호자가 되구요. 이 섬에서 다섯 형제가 계속해서 살아가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리고 짤막하게, 그레고르의 교육이 끝내는 효과를 본 것인지 이전보다는 많이 평범해진 행색으로 무려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아 키우는 다섯 형제의 행복한 식사 장면을 보여주며 대충 "아버지 덕택에 형제들은 모든 생명은 기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같은 나레이션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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