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고, 그리고 애니메이터

2011.03.19 15:28

동글 조회 수:1727

오늘 랭고를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뻔한 스토리에 뻔한 내용이지만, 여태 나왔던 애니메이션들과는 무언가 다릅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연기는 보통 애니메이터에게 맡겨집니다. 애니메이터가 샷을 분배받고 음성과 스토리보드를 받아서
많은 분석과 섬네일을 거친 후 작업에 들어갑니다.
할리우드의 대형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예를들면 픽사나 드림웍스) 같은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하면 애니메이터 한명이 일주일에 2~5초 사이를 작업한다고 합니다. 가끔은 1초를 가지고 몇 주씩 작업할 때도 있다고 하네요.
영화 흐름상 중요한 부분에 특정 캐릭터는 감독이 믿을만한 한명의 애니메이터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애니메이터가 맡은 샷에 나오는
대부분의 캐릭터를 모두 작업하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애니메이터는 한명이 수십명을 역할을 맡아야 하는거죠. 오전에는 마초스타일의 근육맨이 됬다가 오후에는 엉덩이 살랑살랑 움직이는
아가씨가 되고, 퇴근하기 전에는 꼬마여자아이가 됩니다.
조니 뎁도 캐러비안 해적을 찍을 때는 캡틴 잭 스페로우가 되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찍을 때에는 윌리 웡카가 되지만 애니메이터는 배우의 연기 변신에 비해서
그 간극이 너무 큽니다.
또한 배우들이 연기 할때는 연기 그 자체에 몰입을 하지 걸을때 발의 각도가 어떻게 되고 이때 고개는 몇 도로 치켜들어야 하며 손가락은 자연스러운 모양을 위해
어느 정도로 굽혀야할지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터들은 캐릭터를 컨트롤 할때 스토리를 전달 할 수 있는 연기의 밑에 몸의 매커니즘에 맞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깔려있어야 합니다. 관객들은 10년~ 수십 년 동안 주위에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살아 왔기 때문에 동작에 1/24초라도 어색한 부분이 있으면
눈이 그걸 발견하고 어색하게 느껴지면서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신경 써야 할게 무지하게 많은 작업이다 보니 작업 들어가면서 분배받은 씬에서 캐릭터가 어떤 연기를 할지 '선택'할 때 클리셰를 반복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슬픈 씬이라면 단순히 미간을 올리고 입꼬리를 내리는 식으로 말이죠. 또 작업하는 과정이 어느 정도 공식화가 되어버리니 분명 다른 내용의 애니메이션임에도
왠지 거기서 거기이며 진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픽사는 예외 입니다. 픽사는 그저 찬앙할 뿐)
애니메이터들도 이런 점에 가장 큰 고민을 느끼고 그 진부함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최근 몇 년 사이에 애니메이터들 사이에서
많이 알려진 방법으로 바로 스스로 레퍼런스를 찍어 보는 겁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ouaspd_dr5o
이런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애니메이터가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실제 세계적인 배우들 만큼 잘하기는 정말정말 힘들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보통 레퍼런스를 찍을 때 혼자서 찍기 때문에 배경, 오브젝트 혹은 다른 캐릭터와 상호작용이 필요한 경우에 뭔가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음... 이야기가 산으로 갔는데 아무튼 애니메이션은 이런식으로 제작이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랭고가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조니 뎁이 도마뱀으로 변신할 수는 없으니 대신 최고의 연기를 제공해주는거죠!
물론 아바타에서도 연기자가 연기를 하긴 했지만 그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홍보영상에서 스스로가 말했듯이 Animated movie가 아닙니다. CG의 형식을 빌린 '영화'죠.
랭고에서는 할리우드에서 난다 긴다 하는 배우들이 연기를 직접 합니다. 그 장면을 카메라로 실제 최종 아웃풋과 얼추 맞춰서 촬영 하구요. 하지만 이게 실제 관객에게
보여주는 영상은 아니기 때문에 주위 환경이나 조명 분장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때문에 촬영은 매우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구요.
이렇게 촬영된 영상들은 애니메이터들에게 보내져서 최고의 레퍼런스로 활용됩니다. 조니 뎁의 유니크한 연기 선택을 기본으로해서 과장할 부분을
과장하고 축소할 부분은 축소한 후에 도마뱀에 맞는 움직임을 입혀주는거죠.

스토리나 연출에서는 마음에 안드는 점이 몇군대 있었지만 이 애니메이션이 의미가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했거든요.
앞으로 이런 식으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 꽤 나올거라 생각이 됩니다. 연기잘하는 배우를 가져와서 더빙만 시키는 건 낭비하는게 맞긴 하거든요ㅋ

아참, 한국에서는 아이돌 대려와 더빙만 시켜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줄 요약: 다른 파트도 마찬가지지만 애니메이터들 정말 고생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보시면서 더빙배우말고 애니메이터들에게도 박수 좀...;ㅂ;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4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3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057
126212 프레임드 #795 [1] new Lunagazer 2024.05.14 23
126211 그린데이 Dookie(1994) new catgotmy 2024.05.14 45
126210 에스파 선공개곡 Supernova 뮤직비디오 new 상수 2024.05.14 71
126209 매콤이라 쓰고 핫이라고 해야한다, 신기루를 인터넷에 구현하려는 노력들(오픈 AI), 상수 2024.05.14 92
12620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2] update 조성용 2024.05.14 284
126207 <혹성탈출:새로운 시대> 줄거리 요약 짤 (스포) 스누피커피 2024.05.14 190
126206 (정보) CGV아트하우스 [에릭 로메르 감독전]을 하네요 [4] jeremy 2024.05.13 141
126205 [넷플릭스바낭] 태국산 월세 호러... 인 줄 알았던 '집을 빌려 드립니다' 잡담입니다 [5] update 로이배티 2024.05.13 211
126204 에피소드 #89 [2] update Lunagazer 2024.05.13 41
126203 프레임드 #794 [4] update Lunagazer 2024.05.13 40
126202 고지혈증 예방등 catgotmy 2024.05.13 149
126201 [넷플릭스바낭] 시간 여행물은 아니고 과거 변경물(?) 정도 됩니다. '나락' 잡담 [1] update 로이배티 2024.05.13 236
126200 <베이비 레인디어>의 실제 마사가 토크쇼에 출연했네요 [4] 사막여우 2024.05.12 389
126199 프레임드 #793 [4] Lunagazer 2024.05.12 43
126198 어머니와 [쇼생크 탈출]을 보았어요. [4] jeremy 2024.05.12 304
126197 [넷플] 시티헌터(2024) [2] 가라 2024.05.12 275
126196 코로나때 멀어진 친구 catgotmy 2024.05.12 185
126195 드레이크는 [1] daviddain 2024.05.12 119
126194 옹정황제가 십팔동인을 크게 물리치다 [2] 돌도끼 2024.05.12 159
126193 바낭 - 우유도 투쁠(다 큰 어른이 우유를 마시면 역시...) 상수 2024.05.12 13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