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이겨도 좋고, 져도 정치적 이익을 얻는 그런 싸움입니다. 


역시 관건은 신학용 의원이  지난주에 낸 '손대표 차출 불가론' 이었죠. 전 신 의원이 요 성명 발표하는 거 보면서 손학규의 출마를 확신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신 의원의 성명이 전체 판세를 뒤바꾼겁니다. 


그 전까지 분당을 손학규 출마를 둘러싼 대립은 대표가 승리할 수도 있는 곳에 출마하지 않으려 한다와 vs 재보선에 당대표가 전면 지원 나가야지 어떻게 지역구 출마하냐 였습니다. 거칠게 말하면 이런 겁니다. 이 구도 하에서는 손 대표 그룹은 수세입니다. 분당을이 야당 약세 지역임을 알면서도 쉽사리 말 못했던 거는 경기도에 영향력이 있는 손 대표가 대놓고 '거기 어려워 나 못나가' 이래 버리면 '뭐야 경기도에 영향력 있다며. 그거 하나 못나가?' 라는 반론에 휩싸이기 쉽습니다. 결국 손 대표로서는 약세임을 알면서도 쉽사리 분당을 에서 자기 안 먹히니까 못나간다. 이런 소리를 못한거죠. 물론 측근 그룹에서 그런 소리가 일부 나오긴 했습니다만. 그거야 개인적인 불평인거고;;


손 대표와 대립각에 있는 정동영 측이나 유시민측에서 그의 분당을 출마를 종용한 것에서도 손 대표의 난처한 처지가 드러납니다. 정동영이나 유시민이 뭐 좋다고 손학규 좋을 일 하겠습니까. 냉정하게 말해서 그의 분당을 출마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정치적 도박에 가까운 거였죠. 손학규를 분당 을에 묶어 두는 동안 유시민은 김해에서 친노 적자로의 승기를 잡고. 정동영은 당권을 흔든다. 요런 계획이었을 껍니다. 설령 손학규가 분당 을에서 승리하면 전세는 완전히 뒤바뀌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손학규가 승리할 꺼라도 아무도 믿지 않았겠죠. 


이 계획의 전제는 앞에서 말씀드렸다 시피. 분당 을은 여권 우세지역. 그리고 손학규는 이 지역에 나가고 싶어하지 않지만 대놓고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였습니다.


근데 신 의원이 이 전제를 뒤집어 버렸죠. 손학규 측근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나와서 '그래 우리 여기에 약해. 그래서 못나가.' 이렇게 말해 버린겁니다. 이 발언의 효과는 두가지입니다. 첫째. 진짜로 분당 을이 사지가 되어버렸습니다. 둘째. 역설적으로 이 사지에 갈 수 있는 사람은 손학규밖에 안되는 상황이 되어버렸죠. 신 의원이 노골적으로 안된다. 이래버리니까. '어 진짜? 거기가 힘든 지역이야?' 이런 정서가 퍼져 버린거죠. 정동영 측이나 유시민 측에서 계속 말해왔던 '거기 할만해.' 라는 게 깨지는 순간입니다. 


이렇게 되어버리면 손 대표는 분당 을 출마 자체가 '사지'로 저절로 걸어들어가는 대표의 모양새가 되어버립니다. 즉. 자기 한 몸 희생해서 전체 판도를 키우는 거죠. 만약 신 의원이 '거기 힘들어' 라고 말하지 않는 상황에서 손 대표가 출마를 결정했다면,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을 껍니다. 분당 을이 나쁘지 않은 곳이구나. 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는 곳에서의 출마니까요. 기껏해야. 대권 출마를 위한 승부수, 또는 도박 이런 식으로 언론에서 얘기했겠죠.


하지만 사정은 달라집니다. 손 대표 스스로가 경기도에서 영향력이 있다는 이미지를 일부 훼손하면서까지. 분당 을을 죽음의 전쟁터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스스로 기어 들어갔구요. 이러면 이기던 지던 손 대표로서는 이익입니다. 이기면? 상상치 못할 정치적 플러스가 오죠. 사지였던 데에서 생환해 돌아왔다. 손 대표가 경기도에서 장난 아니구나. 이런 이미지를 얻습니다. 당연히 대권 가도가 열리겠죠?


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 이 경우는 약간 복잡한 셈법이 필요합니다. 만약 손 대표가 분당에서 지는 경우 타격을 입는 케이스는 딱 한가지입니다. 손 대표 자신도 대패를 당하고 야권도 재보궐선거에서 대패를 당하는 경우죠. 만약 둘 중의 하나라도 석패로 마무리 된다면 손 대표로서는 나쁠게 없습니다. 분당에서 석패라면 '그래도 손 대표니까 거기서 그나마 붙지' 라는 얘기를 듣겠죠. 재보궐선거에서 석패라면 '손 대표가 분당 을 안나가고 지원유세 나갔으면 이겼을지 몰라.' 이렇게 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분당을을 사지로 만들어 버렸으니 애시당초 손 대표의 득표력 자체가 별다른 이슈가 안되어버립니다. 


문제는 재보궐선거에서도 대패, 분당 을에서도 대패입니다. 이 중에서도 강원도지사 패배가 더 클겁니다. 손 대표는 춘천에서 2년동안 칩거 생활을 했기 때문에 강원도에 영향력이 있다는 게 일반적이죠. 여기서 변수가 또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일본 원전 사태입니다. 원전 사태 전. 강원도 삼척에서 원전 유치 경쟁이 붙었는데. 당시 삼척 주민의 90% 이상이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졌죠. 개발논리에 먹힌겁니다. 근데 여당 후보들은 이 삼척 원전에 찬성을 했습니다. 엄기영 후보가 대표적이죠. 야당 후보는 반대로 돌아섰죠. 최문순 후보입니다. 당시 최 후보의 선택은 좀 무리수로 보일 수도 있었습니다. 삼척표가 다 날라가니까요. 최 후보 측은 삼척표를 잃어도, 나머지 시군구에 불안심리를 심어서 역전하겠다는 구상이었을껍니다. 자 근데 원전이 불안정하다는게 드러났습니다. 삼척의 찬성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죠. 삼척이 그 지경인데 다른 시군은 오죽 할까요. 오히려 다른 시군이 더 불안정하겠죠. 삼척은 원전의 직접 수혜라도 입겠지만 다른 시군은 그런거 하나 없이 만약의 사태에 피해만 입을 테니까요. 


요건 정치적으로 볼 때 최문순 후보측에게 매우 유리한 소재입니다. 뒤늦게 엄 후보 측에서 삼척 원전에 대해 유보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미 늦었고. 선거구도 내내 최후보측이 이걸 공략할 가능성이 큽니다. 더군다나 방사능이 한국 하늘에서도 돌아다니는게 뉴스 소재가 되는 이상. 


그렇다면 자동적으로 추측이 가능해지죠. 강원도지사 선거 역시 대패를 당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이길 수도 있을 것이고, 져도 큰 표차이는 못됩니다. 더군다나 이광재 버프도 있구요. 이런 상황에서 손 대표는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강원도지사 선거는 그렇게 큰 차이는 안날 것이다. 이렇게 판단했을 껍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분당 을을 지른거죠. 



뭐 시간이 된다면 더 복잡하게 손 대표의 발표문 하나 하나를 분석해 보겠습니다만;; 저도 자야하니까 이정도로.... 몇 마디만 덧붙이자면, 저는 손 대표가 분당 을에서 이길 가능성 보다는 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쪽입니다. 현.재.까.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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