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에 있었던 열불났던 일.

2011.04.28 16:05

뚜루뚜르 조회 수:2613

제 사촌누나 남편되시는 분, 즉 매부가 계십니다.

모 대기업에 근무하시고 선하고 덩치도 좋은-상관 없지만- 분입니다.

인척들 중에선 상대적으로 친하기도 합니다.

이 형님 전화를 하셨습니다.

 

 

뚜루뚜르야, 니가 도서편집을 한다고 들었다.

이번에 우리 사업부에서 모바일 앱을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니가 디자인을 해보지 않겠니?

 

엥? 제 분야는 디자인이 아닌댑쇼? 디자이너를 찾아보셈요.

 

아니, 디자인은 대충(...)하고 기획자도 필요해서 그런다. 디자이너가 필요하면 다른 사람을 구해보면 되지.

프로그래머는 내가 구해놨다.

 

기획자라고 다 같나염. 제 분야가 아니라서 어렵네요.

 

그러지말고 함 이야기나 해보자. 언제 함 볼까?

 

 

 

만났습니다. 솔직히 저런 식으로 말을 하는데 제대로 된 이야기가 나올리는 없다고 예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어쩌나요. 형님께서 함 보자는데 나갔죠.

이야기를 대충 들어보니 블로그 형식으로 앱 상에서 포스트를 작성하고 그걸 자동으로 정리해서 하나의 결과물로 만드는 것까지 하는 초 고난이도의 앱을 바라는 거였습니다.

 

 

아니, 형님. 그래서 이거 하면 돈 얼마나 나오나요?

 

그게 당장 수익은 안 되지. 그렇지만 이걸로 부가적인 수입이 생기면 니캉내캉(회사를 뜻함) 갈라먹는 거얌.

 

보쇼 형님. 일단 제가 이런 거 안 만들어봐서 모르겠는데요,  들어보니 그 기능 구현하려면 시간 댑따 많이 걸릴 것 같은데요. 최소 몇 달은 걸릴 것 같은데 그 동안 땡전 한푼 안 받고 일하라굽쇼?

 

... 그 정도 노력 없이 되는 일이 있겠어?

 

 

이때부터 분노 폭발.

물론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냥 대놓고 그 앱과 연동되는 사업-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지는 안 밝힙니다만-은 그냥 수입이 안 될 것 같다,

돈도 안 되는 사업에 몇 달씩이나 시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형님도 빈정이 상한 듯 한 눈치였죠.

관계가 틀어지면 안 되니 난 빈말은 못한다,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많은 문제가 보이는데 실재 실현되는 과정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거다,

그럼 일을 벌이기 전에 대충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라고 대충 무마(라지만 무마 안 됐을지도...)하고 나왔습니다.

 

솔직히 제가 도서편집 쪽에서 쪼렙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취급을 당하니 자존심이 많이 상했습니다.

아님 프리랜서라고 무시하는 건지, 그냥 생각이 없는 건지 원...

더 무서운 건 매부는 순전히 '호의에서' 이 일을 주선해보고자 했다는 점입니다.

사업성도 없고,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는 일을 해보라면서 호의라 착각한다니 참 무섭습니다.

자기 위치가 갑 中 갑 이다보니 저런 사고가 박히는 걸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긴 어렵지 않을텐데요.

어쨌든 사람들의 무심함이란 한도 끝도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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