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종로의 기적>을 봤어요.

 

영화 주인공 중 한 명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군(병원)에서 강제로 입원당하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화장실도 따로 가야 했다더군요. 화장실 비었을 때, 감시병하고 갔대요.

'공동 화장실에서 다른 군인들을 어떻게 할까봐 그런 조치를 내린 거 아니겠냐'고 자조적으로 말하던데요, 참, 인간들,,, 싶더란. (이거 스포일러는 아니겠지요?)

호모포비아의 주된 감정은 아래 모님의 말씀대로, 커밍아웃을 한 동성이 동의없이 나를 성적 대상으로 '어떻게' 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가 큰 것 같아요.

 

일전에 신동엽이 나온 <승승장구>에 홍석천이 게스트로 나온 적이 있는데,

신동엽을 비롯한 그 프로그램의 남성 몇이 그런 뉘앙스로 계속 농을 던지는 것을 보니 '호모 포비아'가 어디서 나오는지 처음으로 이해가 좀 될 것 같더군요. 참 거북했어요.

동성애자를 성추행 가능성 있는 사람으로 무의식 중에 느끼는 거 같아요.

 

그때 홍석천이 어떤 농담 끝에 이수근에게 "당신은 내 취향이 아니다. 나는 눈이 높다. 외모도 본다"라는 식으로 받아쳤지요.

다른 방식으로 더 잘, 어떻게 받아칠 수 있었을까요?

 

나와 다르다,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들이댈 것을 생각하면 공포스럽다, 뭐 이런 거겠죠.

암튼.

 

 

 

<종로의 기적>  보면서 차이를 용납하지 못하고, 획일성을 강요하는 집단성이 지긋지긋하단 생각을 새삼 했네요.

다양성을 억압하면 공동체 전체도 손해 아닌가요.

 

 

 

+

 

영화 보기 전에 일행과 용산역 바깥을 헤매다 무슨 다방엘 들어갔는데, 타임머신 탄 줄 알았어요. 완전 70년대.

"이런 데 처음 봤죠." 웃으시다, 옆테이블에서 곤히 주무시고, 카드는 안 된다며 현찰을 받아 '지갑'에 넣으시던 할머니 얼굴, 손, 다 또렷하네요.

티비엔 6시 내고향이 시끌시끌.

 

다방 나와서 포장마차 떡볶이를 먹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매운 맛'을 시켰더니, 뇌가 사라지고 안면 근육이 찌릿찌릿 저리는 체험을 할 수 있더군요.

일행은 "이건 맛이 아니야!"라고 목놓아 부르짖었습니다.

둘이서 1인분의 반도 못 먹었어요.

중요한 얘기 중이었는데, 대화는 중단되었고, 우린 헐떡거리면서 서로의 얼굴만 쳐다봤어요. 정신을 차리고 나니 뭔가 신체를 리부팅한 느낌이었지요.

 

 

여튼.

오랜만의 용산역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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