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음악의 시대가 오는가

2011.06.05 00:25

서생 조회 수:3250

90년대의 자양분과 독소를 함께 먹고 자란 세대로서 그 시대에 대해 음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물론 칠팔십년대가 그야말로 기라성같은 뮤지션들이 음악만으로 주목받고, 성공하던 대표적인 시대였던 것에 비해 

90년대가 음악적으로 품격있고, 세련된 시대였는지는 의문이지만요.(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음악과 시대를 이야기할 때마다 회자되듯이 90년대 음악계가  역사상 다양하고 풍요로운 시대였음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태지가 있었고 이를 벤치마킹한(?) 소위 1세대 아이돌들이 판을 치는 흐름이 이어졌음에도, 유희열, 이적, 김동률 크루(?)의 고급 가요들도 맹위를 떨칠 수 있었고,

낯선 사람들이 등장할 수 있었으며, 이전 시대의 가수들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었던 시대였습니다. 끝물인 99년에만 하더라도 1999대한민국이라는 힙합음반이 크게 히트를 쳤던 기억이 나네요. 주류를 어디에 두는가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달랐겠지만 적어도 아이돌 외 가수의 활동을 용기있다, 다르다라는 식으로 평하지는 않았지요. 


그런데 2000년대 이후로 음악에 대한 관심이 점점 사그라들더군요. 여전히 잘나가는 이들은 꾸준히 그 위상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나날이 발전하는 영화계와 비교해서 한국의 음악시장은 점점 사양길로 접어드는듯 했습니다. 시기마다 히트곡이 나왔음에도 제 생각에 문화계에서 음악은 이미 영화에 그 왕좌를 물려준지 오래였습니다. 


무엇이 원인이었던건지요. 음악계 사람들도 위기를 감지하기 시작했고 그 원인을 분석했지만 mp3와 컬러링의 등장 외에 그들이 내세울 수 있는 논리적인 분석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보는 음악으로 전환은 90년대 말부터 이어졌던 담론이었고, 그 사람들도 자기 명분을 주장하는 것에 이골이 났을 겁니다. 정말로 모르겠어요. 어느 시대에나 재기넘치는 뮤지션들은 항상 있어왔고, 그건 소위 인디신이 자리잡은 지금에도 다르지 않단 말입니다. 물론 음악을 굳이 거시적으로 분류하고 위기다 아니다를 역설하는 것도 문제겠지만(그리고 나 하나쯤 들을 만한 음악은 지금도 넘쳐나지만) 한국 음악계에 대한 이미지는 왠지 측은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긴 서론에 짧은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헌데 지금 사람들이 다시 음악에 열광하기 시작합니다.(아니 어쩌면 다시 '음악계'에 관심을 주기 시작한 건지도.) 그 시작이 언제였는지는 모르지만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는 kbs 심야 음악프로를 필두로 라디오 스타는 정말 고품격 음악프로의 모습을 간간히 보여주고, 놀러와에는 무려 세시봉이 등장했고, 슈퍼스타k는 오랜만에 가창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냈으며, 나는 가수다는 어쩌면 그 절정이자 본격적인 부활의 시작이 된 듯 합니다. 이 게시판만 하더라도 일정 시기 동안에는 영화이야기보다 나는 가수다 관련 게시물이 압도적으로 많지요. 언급한 대부분의 프로가 예능이기에 그 관심의 공을 절대적으로 음악에 둘 수는 없지만 대체 얼마만에 사람들이 노래와 가수에 대해 흥분하고, 논쟁한건가요! 더욱이 발빠른(혹은 약삭빠른) 방송사들은 저마다 특색을 갖춘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네요. 오늘 방송된 top밴드만 해도 그렇고요. 이것도 역시 하나의 신드롬이고, 신드롬이란 것이 가지고 있는 한계도 명약관화입니다만 의도가 어찌됐든 점점 다양성을 갖추기 시작하는 것도 사실이예요.(주류 방송에서 말이죠.) 실은 몹시 흥분됩니다. 다시 한 번 주류음악계가 대문문화의 왕좌를 탈환할 수 있을지요. 어쨌든 기분좋게 시끄러운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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