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에서 감독의 뒷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어차피 그 영화 나오는 수컷들이란 다 그렇고 그런 주인공들이란 걸 감안하고 보는 거잖아요.
북촌배경이 참 좋았습니다. 자주가던 거리와 정경들을 잘 보여주네요. 갑자기 팔각정을 줌인한다던가 하는 식의 장면도 재밌었어요. 예전 첩첩산중 때는 굳이 전주까지 가놓고 죄다 싸구려 식당 모텔만 보여주시더니 하하하나 북촌방향은 지자체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흑백이란게 고도의 노림수에요. 주인공이 여자집에서 자고나온게 낮인지 밤인지 애매모호하게 처리해서 하루가 간건지 안간건지 같은 하루인건지 모호합니다. 영어제목을 보면 The day he arrives 같은 하루의 변주라는 게 의도한 바일겁니다. 어떻게 보아도 큰 상관은 없어요.
예전 영화 대사도 몇 번 나와서 재밌고 고현정의 얼굴도 반갑습니다. 여주인공 두명은 정말 예쁩니다. 눈오는 북촌골목에서 기습키스하는 장면들은 너무 아름다워 판타지네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했는데 그느낌이 납니다.
보고나서 제일 안쓰러운 건 김상중이 연기하는 선배에요. 어떻게해도 안될놈은 안된다는걸 잘 보여줘요. 여자주인공들은 시종일관 유준상에게만 관심보이고 유준상의 시덥잖은 피아노 연주나 멘트들도 잘 먹혀요. 반면 김상중은 여자들이 별로 듣기 싫어하는 얘기나 하고 자꾸 설명하려고 하니...재미가 없죠. 나중에 발끈하는 그가 참 불쌍해집니다.
그나저나 유준상의 점퍼에 백팩패션은 홍감독 평소차림 그대로입니다. 사이즈 줄이고 얼굴 잘생긴 홍감독 미니어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