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경험한 희한한 면접 이야기

2011.11.23 06:58

걍태공 조회 수:4317

입사 첫날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전에 제가 다녔던 회사입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요. 두 번다 아주 짧게 다녔죠. 두 차례 근무 기간을 통틀어서 3개월이 채 안됩니다. 그리고도 저는 이 회사에 다시 돌아왔어요. 돌아온 저도 받아준 회사도 웃기다고 생각했습니다.

돌아온 첫날 세 명의 입사 후보자를 면접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대화로  대충 사람을 파악하는건 남들 보다 잘하는 편이니, 저는 면접관이 된다는게 자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첫출근한 사람에게 이런 일을 맡긴건, 아무래도 꿈이니까 가능한 일이었겠죠.

첫번째 입사후보자는 책 한 권 분량의 자기소개서를 제출했습니다. 자기의 능력, 지금까지 해온 공부 그리고 왜 회사가 자기를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마치 경영자문 회사에서 만든 프로페셔널한 보고서같았어요.  그런데 자기의 진짜 생각은 없고 클리셰가 한가득하다는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런건 길다는게 오히려 마이너스죠. 머리좋고 성실근면한 일개미.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순발력과 창의력은 없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야겠다고 소개서를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좀 잔인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가차없는 공격에도 성실남은 꽤 잘 방어를 해냈습니다. 문제는 면접에서도 자기의 진짜 생각보다는 면접관이 좋아할 대답이라고 들은걸 단순히 되풀이했다는 거죠. 본인의 생각이 없거나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을 뽑을 수 없다는 힌트를 몇 번이나 주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면접의 후반은 그래서 왜 내가 그 사람을 탈락시키는가에 대한 설명으로 채웠습니다. 면접이 끝나기도 전에 탈락했음을 통보받은 성실남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돌아갔죠. 이럴땐 기분이 참 씁쓸합니다.

면접 하나에 시간을 너무 썼나 생각하는데, 점심 시간이 되었는지 회사 직원들이 찾아왔습니다. 지난번에 회사를 다닐때도 있었던 고참 사원들에게 일일이 인사와 악수를 하고, 그들은 이번엔 며칠만에 퇴사할거냐며 웃으며 놀렸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알지 못하는 이들과 인사를 하다 잠에서 깨어났어요.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꿈은 참 오랜만입니다. 게다가 잠시 생각해보니 꿈속에서 겪었던 일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다 해석할 수 있더군요.

꿈을 통해 제가 진짜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깨닫는 경험은 거의 처음인 듯 해요. 이번 주말부터 시작될 장기 출장에서 어느정도 제가 취해야할 액션에 대한 결심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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