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해볼래요. 저는 지금 홍콩 여행 중 입니다.
이제 제법 익숙해졌어요. 내일은 듀게에서 추천해준 호텔의 차를 마시고, 편지를 쓰다가 책을 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홍콩섬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쏟아지는 햇볕을 맞으며 와인을
마셨어요. 라고 말하고 싶어요... 혼자 앉아있으니 뭔 사진을 그리 많이 찍어달라는지, 오늘 홍콩사람들 다 찍은 느낌입니다.
아임 낫 포토그래퍼를 등에 붙이고 나갈까봐요. 아니면 나도 여행중이라고 붙일까요.
귀에 스테인레스 컵을 숟가락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홍콩거리는 이 소리가 계속 들리거든요.
근데 전 이 소리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뭘 두드리는 소리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집에 뭐 고치는 아저씨가 오면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었어요. 뚝딱뚝딱
하는 소리.
야시장에 갔다가 방금 들어왔어요. 만두를 먹었는데 어찌나 느끼한지, 왜 이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지 알겠더라구요. 가만 그냥 차를 안마시고 안느끼하게 먹으면 되잖아. 라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묵묵히 차 위에 뜬 미역 같은 잎이 가라앉기를 기다렸습니다.
니하오와 씨에씨에만 아는 한국사람이 한국사람 짝퉁시계만 아는 홍콩 사람 만나서 웃을 수 있다는게 묘한 것 같습니다.
아... 앙?이 공용어인 것 같아요.
오늘 서점에 갔다가 밥을 먹고 길을 돌아다니다보니 응? 종로랑 차이가 뭐지? 하고 말았습니다.
하루키가 달리기를 이야기할 때 막상 달리면 달리기의 낭만따위는 없다고 하잖아요. 여행도 마찬가지에요. 그냥 그래요.
귀여운 아이를 보고 멍하게. 이쁜 아가씨를 보고 멍하니. 무서운 청년을 보고 멍하게 먼 곳을 바라봤습니다.
여전히 한심하지만, 여행은 좀 묵히면 단 맛이 나는 것 같아서 그냥 후리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다들 잘 주무세요. 비키니는 잘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들 말자구요. 우리 여름에 웃으며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