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두 마리의 두꺼비를 키우셨다

해가 말끔하게 떨어진 후에야 퇴근하셨던 아버지는 두꺼비부터
씻겨 주고 늦은 식사를 했다 동물 애호가도 아닌 아버지가 녀석에게
만 관심을 갖는 것 같아 나는 녀석을 시샘했었다 한번은 아버지가
녀석을 껴안고 주무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기회는 이때다 싶어 살짝
만져보았다 그런데 녀석이 독을 뿜어대는 통에 내 양 눈이 한동난
충혈되어야 했다 아버지, 저는 두꺼비가 싫어요.

아버지는 이윽고 식구들에게 두꺼비를 보여 주는 것조차 꺼리셨다.
칠순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날이 새기 전에 막일판으로 나가셨는데
그때마다 잠들어 있던 녀석을 깨워 자전거 손잡이에 올려놓고 페달을 밟았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아버지는 지난 겨울, 두꺼비집을 지으셨다 두꺼비와 아버지는 그
집에서 긴 겨울잠에 들어갔다 봄이 지났으나 잔디만 깨어났다.

내 아버지 양손에 우툴두툴한 두꺼비가 살았었다.

<두꺼비>, 박성우

 

 

 

 

오늘 신문 한 켠에서 무심코 읽었는데

엊그제 잡아본 아빠 손이 떠오르면서 무척 짠했어요.

한동안 아무것도 못할만큼...

 

사정상 1-2주에 한번씩 부모님을 뵙는데

아빠는 볼 때마다 점점 성마르시는 것 같아요. 안 그래도 마르시구 피부도 까만데

눈썹도 하얘지고 코털도 하얘지고

예전에 염색하는 모습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이젠 웃으시는 모습조차도 잗주름 때문에 왠지 가슴 아파요.

 

건강검진 잘 받구 계시냐고 짐짓 뚱하게 굴었더니

옆에서 듣고 계시던 엄마께서 니 아부지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수면내시경 받는 사람이니 걱정말라고 핀잔하시데요.^^;

아빠가 좀 연약하잖아 ㅋㅋ 이러면서 문득 아빠 오래오래 사셔야 돼..

그랬더니 아빠가

고럼! 다~ 같이 오래오래 살아야지! 너네들 다 끼고 살껴, 각오해! 그러시더라구요.

 

최근에 알게 된 건데, 아빠는 우리가족이라는 개념이 은근히 강한 것 같아요.

어쩌다 결혼 얘기가 나오면 맨날 아들딸 둘 다 결혼 안하고 우리끼리만 살았음 좋겠다셔요.

요샌 그런 말 더 더 많이 하세요.

 

어젠 남동생이 군 휴가를 나왔는데 그때도 저녁 먹으면서 약주 드시면서 그러셨어요.

아 지금 너무 좋다구. 우리 새끼들이랑만 살았음 좋겠다고. 여기 다른 식구 끼면 싫다구. 그러자 엄마도 나도나도 그러시구요.

그랬더니 남동생이 아빠, 그건 아빠 욕심이지. 하고 확 무자르는 거에요. 아오;;; 저걸;;;

 

그 말에 아빠는 예상못했다는 듯이 서운해하시는 눈으로 동생을 한번 쳐다보시고는 그래, 이젠 다 떠나는구나. 그러시더라구요.

듣고 있으시던 엄마가 그럼 이참에 둥지 다 부셔야겠다 ㅋㅋ 아주 못 돌아오게 ㅋㅋ!! 이렇게 개그;치지 않으셨으면

진짜 분위기 무지 썰렁했을 듯....

 

누군가는 그 말을 보고 시월드 오픈이라구 며느리사위될 사람 고생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근데 전... 아빠가 그런 말씀 하시는 게 이해가 되더라구요.

딱히 며느리사위 그런 얘기보다는

외가 한 대여섯 가족이 모여사는 이곳에 사시면서 느끼셨던 여러가지 생각들 땜에 그러셨던 것 같아요.

물론 엄마껜 내색 안 하셨지만...

솔직히 아빤 외가에게 너무 많이 양보하고 시달리세요.

 

어제 같이 저녁먹고 걸어오면서 짐짓 종알종알 그랬더랬어요.

아빠 암만 그래도 한두다리 건너 사촌이랑은 달라, 아들보다 나은 사위도 많대잖아! 내가 저런 냉정한 넘보다 나은 넘으로 구해올게! ㅋㅋ

같이 낚시도 다니고 산도 타고 바둑도 두고 하여간 알뜰살뜰한 넘 대령할게! 그랬더니

절 보시면서 별다른 말도 없이 빙ㅡ긋 웃으시더라구요. 빙긋.

 

예전엔 그렇게 빙긋- 웃지도 않으셨으면서...

 

그 모습에 또 먹먹해졌네요.

우리 아빠가 어느 새 저렇게 웃게 되셨지.

 

요새는 아빠가 나이 드시면서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이실 때마다

놀랍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앞서 오는 건, 측은함? 슬픔? 그런 짠한 마음이에요.

아빠가 나이를 많이 드셨구나, 그런 느낌....

 

그리고... 아빠가 더 나이 들기 전에, 아들보다 나은 사람 찾아야 되는데 ㅠㅠ 이런 생각도 조금 ㅋㅋ 자주 들어요.

(남자친구가 이 글 보면 식겁할 듯 친정월드 오픈~;)

 

 

휴 집에 너무 오래 나와있었나봐요. 요샌 가족들 생각하면 너무 길어지고 깊어져서 큰일이에요. 애틋...하달까.

(근데 정작 군대 가서 5-6개월에 한번 나오는 군인님은 전혀....-_-)

 

여하튼 올해는 꼭 집에 돌아가고 싶네요.

아니 꼭, 돌아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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