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꼬리가 올라가서 슬픈 여자.

2012.06.08 13:52

나미 조회 수:4969

접니다.


......


-_-

아래 올라온 박보영의 사진을 보니 참 예쁘네요. 사르르르 눈웃음이 살랑살랑 봄바람처럼 예뻐서 몇 번을 보다가 왜 이렇게 예쁜걸까 생각해보니

눈꼬리가 처졌어요. 요새 미인이라고 하는 사람들 얼굴을 보면 공통점이 예쁘고 상냥한 눈매를 가진 경우가 많더군요. 물론 그런 인상을 가지려면 처진 눈꼬리 외에도 부드러운 표정이나 말씨 등등이 있겠습니다만, 눈매가 좌우하는 게 참 큰 것 같아요. 


반면에 저는 눈꼬리가 올라갔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영향이 참 커요. 저랑 조금만 더 친해져 본 사람들은 제 성격을 다 아니까 괜찮은데, 첫인상에서는 그게 아니거든요. 좋게 말해 도도하다, 라는 얘기도 들어봤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차갑고 엄격해보인다는 말을 훨씬 더 많이 듣습니다. 게다가 저는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는 조금 긴장이 돼서 말을 아주 많이는 못해요. 그게 올라간 눈에 합쳐지면 되게 딱딱해 보이거든요. 혹은 먼저 낯가리지 않고 나름 열린 자세로 사람을 대해도 그게 상냥해 보인다기보다 기가 세고 주도하려는 모습으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애교를 떨면 그게 귀여워 보인다, 가 아니라 여우같다, 뭔가 나한테 얻어내려는 것처럼 보인다(...?) 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더 심하게는 밉살맞다?; 라는 말도 들은 적 있습니다. 


물론 저를 세 번 이상 만나서 대화를 해 보면 그게 아니라는 건 다들 압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랑 세 번 이상 대화해보는 건 아니잖아요. 한두 번 만나거나 그냥 일관계로 만나는 사람들이랑 깊이 사귀게 되는 경우도 잘 없구요. 근데 그런 사람들이 나를 어려워하는 건 문제긴 하거든요. 살면서 섭섭했던 경우가 여럿 있지만, 그런 적도 있네요. 중학교 때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아침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진짜 평범한 여중생이었어요. 헐렁한 교복 걸쳐입고 5:5 가르마 탄 단발머리에 안경 쓰고 백팩 매고 운동화 신고 그냥 멍하니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 근처에 있던 다른학교 여중생 언니가 버스를 타며 저에게 쏘아보지 말라고 욕하며 갔습니다. 게시판에서는 못쓰고 제 입으로는 할수있는 그런 욕을 하면서 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좀 웃기고 슬픈 해프닝이긴 한데 그 당시에는 진짜 ????? 내가 뭘 쏘아봤다는 거지???? 뭥미? 하고 아침 내내 황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것 말고도 많아요. 그냥 아무 생각 안하고 앉아 있으면 주위의 후배들이나 친구들이 와서 눈치보며 너 어디 기분 안좋아...? 화났어...? 내가 뭐 잘못했어ㅠㅠ? 라고 묻습니다. 아 아니 그런 거 아닌데;; 라고 답해도 상대방 안믿어요. 말해줘ㅠㅠ 아니 그런 거 아닌데;; 정말이야ㅠㅠ? 그 그래;;; 이런 패턴이 반복...더 안 좋은 건 이 광경을 제삼자가 보고 날 또 무서운 사람으로 오해...아아 진짜 어쩌라고. 


그래서 한때는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아, 사람들이 날 세고 어렵게 보는데 사실 난 진짜 그런 사람이 아닐까? 그래! 진짜 차도녀가 되면 되겠다! ...는 무슨. 사람의 본성이 거기에 있지 않은데 속이는 것도 진짜 못할 짓이더라구요. 뭣보다 진짜 센 사람이면 이렇게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면 신경 안쓸텐데 이미 전 그러지를 못하잖아요? ......


가끔 우리 아버지도 절 보며 말씀하십니다. 어이구 내가 열심히 일해야지, 그래서 얼른 우리 딸 눈 성형해줘야지. 눈 내려줘야지.

.....

지금도 충분해요, 아버지...... 그런 이유로는 열심히 일 안하시면 좋겠는데......


사실 저는 아주 어릴 적에는 제 눈에 별 생각이 없었지요. 오히려 남들 눈이랑 조금 다르게 생겼으니 마음에 들어! 라고 생각했는데 커오면서 지속적으로 남들의 오해를 받다보니 이젠 컴플렉스까지 생길 지경입니다. 인생을 새로 살 기회가 있다면 서글서글하고 착한 눈매를 가진 여성으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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