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kbs.co.kr/society/2012/08/02/2513321.html



전원주택에서 은밀하게 도박을 하던 주부들이 경찰 단속을 피하려다가 한 명이 숨지고, 십여 명이 다쳤습니다.


급한 마음에 창밖으로 뛰어내리다가 사고가 커진 걸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들이 피하려던 경찰은 도박 현장이 아니라 다른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던 길이었다고 합니다.


김경래 기자,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 거 같은데, 결과가 너무 안타깝네요.


<기자 멘트>


도박을 했던 주부들은 자신들이 피하려던 경찰이 자신들을 단속하기 위해 출동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은 이미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린 뒤였습니다.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아간 도박현장. 


뉴스 따라잡기에서 사건의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광주의 한 마을. 


지난달 17일, 이곳에서 60대 주부 백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한 전원주택 뒤편에 위치한 배수구에서였는데요.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관할 지구대 관계자 : "저기가 집 아닙니까. 이 사람이 있던 데가 여기에요. (집) 뒤쪽으로 나와서 이쪽으로 나오다가 떨어진 거예요, 변사자가."


백씨는 전원주택 창문 밖으로 이어진 이 6미터가량의 축대 벽에서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밤중에 일어난 의문의 사망사건. 


그런데 숨진 백씨는 이 집에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녹취> 전원주택 주인 가족 (음성변조) : “도망가다가 넘어져서 떨어졌다는 얘기밖에 몰라요. 그런 얘기만 들었는데...”


백씨는 이곳에 사는 주민도 아니었는데요.


타지 사람 때문에 생긴 소동은 마을 전체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처음엔 싸우나 싶었는데 한 30분 (뒤) 보니까 싸우는 게 아니고 누구를 찾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그러더라고요.”


그렇다면 사망한 백씨는 누구일까. 


한 주민으로부터 단서가 될 만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그날 (전원주택 앞에) 차가 많이 있었으니까 친목회를 자주 하는 집이니까 그 많은 사람들이 오고 아줌마들, 아저씨들이 오고 그렇지 않나...”


주민들은 사고 당일 저녁 5,60대로 보이는 주부들이 전원주택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사망한 백씨 역시 이 중 한 명이었습니다. 


경찰은 당시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녹취>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남자 분들은 도박방조, 망을 보거나 그런 분들이 몇 분이 계시고 나머지 도박에 직접 참여하신 분들은 대부분 다 아주머니 분들이에요. 도박 피의자들에 대해서 조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늦은 저녁, 주부들이 시골마을로 모여든 이유는 바로 도박판을 벌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주부들은 한 사람당 수십만 원에서 백여만 원을 걸고 도박을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은밀한 도박의 현장은 곧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먼저 도박장을 떠난 주부 박모씨로부터 순찰차를 봤다는 연락을 받은 겁니다. 


황급히 도박장에서 도망치기 시작한 주부들.


조용하던 마을에 소란스러워진 건 바로 이때부터였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어떤 여자가 (도박 전과가 있어서) 자기 이번에 잡히면 큰일나니까 자기를 감춰달라고 뛰어 들어왔다는 거예요.”


주부들 중 일부는 집 뒤쪽 창문으로 향했습니다. 


현장을 급히 빠져나가기 위해서였는데요.


이들이 뛰어내린 창문 밖 축대 벽의 높이는 무려 6미터나 됐습니다. 


백씨는 바로 이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사고 당시 시간은 밤 10시경. 


도박을 벌이던 주부들은 당황한데다 주변이 어두워, 뛰어내리면서도 그 높이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관할 지구대 관계자 : “가로등이라도 있으면 위험하다든지 식별이 됐을 텐데 이 사람들은 도망가는 입장이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뭐가 보이겠어요. 판단이 안 된 거죠.”


단속을 피해 위험을 무릅쓰고 축대 벽에서 뛰어내린 사람들. 


그런데 알고 보니 순찰차는 도박을 단속하러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인근 다른 곳에서 소음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길이었다는데요. 


<인터뷰> 관할 지구대 관계자 : “반상회를 하면서 주민들이 술 한 잔씩 먹고 그런 상황이라서 (현장에 가서)해산을 시켰어요. 신고가 들어왔으니까 조금 시끄럽다고...”


순찰차만 보고 도박단속으로 오인해 생긴 사건. 


사망한 백씨 외에도 십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녹취> 마을 주민 (음성변조) : “한 사람은 죽고 둘은 갈비뼈가 부러지고 한 사람은 목뼈가 부러지고”


당시 목뼈가 부러져 수술한 김모씨를 찾아가봤습니다. 


하지만 김씨를 직접 만날 순 없었는데요. 


<녹취> 병원 관계자 (음성변조) : “사생활 보호를 요청한 경우에는 (환자가) 있는지 없는지 말씀드리면 안 되거든요. (사생활 보호 요청하셨어요?) 네.”


속칭 <하우스장>이던 김씨는 하루에 30만 원을 주고 집을 빌려 도박장을 운영해왔습니다. 


하지만 전원주택의 주인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발뺌하고 있습니다. 


<녹취> 전원주택 주인 (음성변조) : “아마도 아는 사람 한 명이 왔었죠. 나는 술 먹고 그냥 잤기 때문에 (그 이후) 누가 왔는지 이름도 몰라요. 문 열어주고 술 먹고 있다가 잘 수도 있는 거지, 전원주택이라서 사람이 그리운데...”


경찰은 당시 현장에 있던 열아홉 명을 도박 및 도박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한편, 숨진 백씨의 정확한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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