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자인데 오랜만에 보는 여자 친구들을 만날 때(남자 친구애들은 없습니다.) 그 동안 사 놓고 기회가 없어 입지 않았던 원피스같은 것들을 입고 나갑니다.

 

(바지만 입어버릇 해서 평소에 치마 입기를 불편해하는 편이어서요.)

 

20대 일반적인 여성들처럼 예쁘게 차려입고 다닌다던지 귀여운 악세서리를 한다던지 하면서

 

스스로를 잘 가꾸고 그런 스스로를 즐기고 하는 행동을 해보고는 싶지만

 

워낙 그런 데에까지 신경을 쓰지도 못하는 정신머리인데다가 누구 보여줄 사람도 하나 없어서

 

그냥 되는대로 주워입고 다니는 편인데요.

 

어제 여자 친구를 또 치마를 입고 만나고 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나도 이젠 남자한테 좀 예쁘게 보여보고 싶다. 수컷 공작새처럼 스스로를 이성에게 화려하게 어필하여 보고도 싶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남자들은 저와는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 뿐이고, 소개팅 시켜주겠다는 사람도 없습니다.

 

전 사실 외로움을 타는 성격은 아닌데, 요즘들어 좀 외로워지고 있는 데다가

 

정말 친한 이성 친구가 있다면 거기에서 오는 안정감이 저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확신은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남자 친구를 만들고는 싶지만 제가 할 일이 많아서(핑계일지도 모르지만) 사귀기가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 뭐 남자분들 만날 기회도 없고 그러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치마를 입고 만날 남자 친구를 뭔가 원하고 있는 이 모순됨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변변한 연애 경험이 한번도 없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연애 경험 없이 늙어 죽을 기세라는 것도 걱정입니다.

 

마음은 그럴 이유도 없이 급해지고, 지금 이 순간 손에 땀도 좀 났네요.

 

성욕이나 외로움 따위를 부정하기 위해 이성을 '악마'라고 규정해버리곤 하던 고대의 성실한 어린 학생들의 관습이 생각나는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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