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29 09:55
벌써 상영 막바지에 다다랐나 봐요. 상영하는 극장도 얼마 없을 뿐더러 그나마 상영하는 곳에서도 가장 작은 관에서 교차상영하는 식이더군요.
제가 간 곳은 비록 작은 관이긴 했지만 관이 꽉 차다시피 했는데, 이 정도면 '광해'에 몰아줄 스크린 좀 떼어줄 만도 한데 말이죠.
상당히 비현실적인 설정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커 가면서 겪는 성장통이라든지 그 자식들과 부모 간의 외적 갈등, 자식 개인의, 부모 개인의 내적 갈등의 양상을 잘 포착해낸 듯 보였습니다.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현실의 이야기를 소박하게 담아내니까 너무 가까워 무뎌져 있던 것들이 새롭고 깊게 느껴져 좋았어요. 아직 대학생이라 제가 실제로 겪지 않은 요소들도 많았지만 그런 제 입장에서도 납득이 잘 가게 그려졌더라고요. 어머니랑 같이 가서 봤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호소다 마모루의 연출도 빼어나더군요. 설원 질주 장면이나, 아메와 유키의 학교 생활을 롱테이크로 압축적으로 대조적으로 잡아낸 장면, 유키가 비밀을 밝히는 장면, 아메와 하나의 작별 장면은 특히 감탄하면서 봤던 장면들입니다. 틈틈이 자연에 시선을 돌려 여유를 줌으로써, 십여 년의 긴 세월을 전혀 급하단 인상 없이 묶어내는 솜씨도 좋았고요.
단점이 없진 않았어요. 이따금 CG가 지나치게 이질감을 줄 때가 있었고(특히 정말 좋은 장면마다 꼭 한 번씩 그렇게 이질감을 주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흐르는 곡의 가사가 지나치게 극의 내용을 설명하는 식이라 오히려 작품의 감동을 깎아먹는(다른 음악들은 다 좋았는데ㅠㅠ) 등의 자잘한 단점들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