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바낭

2012.10.21 22:47

에아렌딜 조회 수:1620

오늘은 우울한 얘기입니다. 싫으신 분은 스킵을 부탁드립니다.
1. 좀 지쳤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잠을 못 자서 그럴까요? 전 하루 12시간은 잠을 자야 좀 쉬었구나 하는 잠탱이입니다(...) 어떤 이는 그런 절 보고 넌 나무늘보냐 하고 묻기도 했습니다만... 아무튼 요즘 꿈이 영 뒤숭숭합니다. 피범벅이 되는 꿈,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 귀신이 나타나는 꿈 등등. 왜 그럴까요. 모든 이들이 그렇겠지만 지치면 사람이 우울해지는 법입니다. 좀 나아지나 싶던 제 상태도 급속도로 악화됩니다. 매복하고 있던 우울함이 이때다 하고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누가 나 아니랄까봐. 무엇보다도 괴로운 건 이 우울함이 내 시각까지도 뒤틀리게 만든다는 겁니다. 아니, 원래 내가 삐뚤어져 있어서 되돌아가는 건지도 모르지요. 모든 현상에는 향상성? 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오늘 오후 내내 프론트에 서 있었는데 왜인지 손님들이 제가 서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직원을 향해 갑니다. 익히 알고 있는 대부분의 남자 사람들이 저를 피하는 현상의 일환이죠. 그럴 때면 아 내 인상이 정말 험악한가보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괴감에 빠집니다. 대체 내가 얼마나 흉칙하기에 모두가 나를 피할까. 물론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그런 생각이 멈추지 않고 고갤 듭니다. 또 이럴 때면 갑자기 모든 게 너무 잘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곳 사람들이 대체로 친절하지만 저에게는 보이지 않는 일정의 선이란 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말을 잘 걸지 않거든요. 이해는 합니다.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인한테 괜히 말 걸었다가 계속 세세히 설명해줘야 하는 귀찮음을 감당해야 할 의무는 없지 않겠습니까. 저라도 외국인이 있으면 말을 잘 걸지 않겠죠. 이성은 이해하지만 감정은 별개입니다. 그럴 때마다 우울하죠. 어쩜 내가 못생겨서 그러는지도 모르지, 한국인이라서 차별하는지도 모르지, 하는 생각이 차례차례... 이전에 내가 부탁했던 일을 거절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이 말하자 그 부탁을 들어준 기억이 연쇄적으로 떠오릅니다. 그 사람은 왜 내가 말할 땐 안 들어줬을까 하는 생각까지. 그리고 내가 말하면 답답해하는 듯한 모습들이 하나 둘 뇌리를 스쳐가고... 이럴 때면 정말 난 삐뚤어진 인간이구나 하는 걸 느낍니다. 2. 외로움이란 감정을 느끼면서도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오기를 바라지 않는 것은, 타인에게 충분히 실망할 만큼 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은, 누군가의 사랑이 달콤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행복한지도 모릅니다. 전 이미 충분히 실망을 했고, 더 이상 누군가의 관심이 즐겁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더 이상 세상의 선의를 믿기 힘드니까요. 차라리 정체를 모르는 누군가의 관심이라면 행복할지도 모릅니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환상을 가질 수 있다면. 하지만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드러나는 순간 저는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겠지요.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인간은 더 이상 내가 그려도 좋은 환상의 존재가 아니지요. 나에게 실망하고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하나의 인간에 지나지 않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롭습니다만... 참 슬픕니다. 내 외로움은 누군가가 곁에 있는다고 해소되지 않을 테니까요. 해소되기는 커녕 더 괴롭겠지요. 곁에 누가 있어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 누군가와 있어도 있지 않아도 외롭다는 것, 얼마나 슬픈지 모릅니다. 저는 앞으로도 영원히 외롭겠지요... 3. 아무튼 한 가지 신조를 세웠습니다. 자기 자신을 지치게 만들지 않는 것. 지치면 자꾸 우울해지고 슬퍼지고, 세상 모든 걸 삐뚤게 보기 시작하니까요. 지치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버텨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쯤은 괜찮은 얼굴을 하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 전 자기 자신에게 많은 걸 허용해주고 있습니다. 운동도 하지 않아도 돼, 조금씩 설렁설렁 해도 돼.... 세상을 삐뚤게 보기 시작하면 모든 게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내 자신이 서 있는 땅이 언제 꺼진대도 놀라지 않을 거예요. 날 미치게 하는 건 아주 간단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사람이 나에게 저주 한 마디씩만 퍼부으면 내 세계는 그냥 무너지겠지요. 참 약하고도 덧없는 세상이구나 하는 걸 느낍니다. 이런 나약한 세상에서 살기 싫어서,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요. 죽고 싶다는 건 이 모든 현실을 버틸 수가 없어서지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 언제 도래할지, 하루하루가 사형 선고를 기다리는 죄수같은 심정이지요... 살아있는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아, 자꾸 우울해지려 합니다. 카카오톡을 봐도 우울함이 묻어납니다. 어머니의 메시지가 한가득입니다. 그립지만 보고 싶지 않습니다. 왜인지 압니다. 어머니는 내게 이 괴로운 현실 자체였지요... 왜 어머니는 단 한번도 내가 듣고싶어하는 말을 해 주지 않을까요. 어머니도 약한 이 현실의 희생자지만, 나도 너무나 약해서 힘듭니다. 그래도 그 사람을 버릴 수 없어서 지금껏 그녀의 괴로움을 들어주었지만, 어머니, 당신은 한 번이라도 내 괴로움을 들어준 적 있나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자신의 필터로 곡해해버리는 어머니. 차라리 말하지 말 걸 하고 생각했던 적은 몇 번이나 되었던지. 가족이란 참 아프고도 괴로운 존재군요... 쓸쓸합니다. 세상 모든 게 등 돌린 것 같이 느껴지는 밤입니다. 지쳐서 그렇겠지요. 지쳐서 그렇겠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7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1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24
126085 레트로튠 - Hey Deanie new theforce 2024.04.27 10
126084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극장에서 보고(Feat. 파친코 김민하배우) [3] new 상수 2024.04.27 18
126083 Laurent Cantet 1961 - 2024 R.I.P. [1] new 조성용 2024.04.27 59
126082 뉴진스팬들은 어떤 결론을 원할까요 [8] new 감동 2024.04.27 236
126081 장기하가 부릅니다 '그건 니 생각이고'(자본주의하는데 방해돼) new 상수 2024.04.27 129
126080 근래 아이돌 이슈를 바라보며 [4] update 메피스토 2024.04.27 235
126079 마이클 잭슨 Invincible (2001) [1] update catgotmy 2024.04.26 74
126078 [KBS1 독립영화관] 믿을 수 있는 사람 [2] underground 2024.04.26 86
126077 뉴욕타임즈와 조선일보 catgotmy 2024.04.26 126
126076 프레임드 #777 [2] update Lunagazer 2024.04.26 40
126075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1] 산호초2010 2024.04.26 176
126074 한화 이글스는/류현진선수의 스트판정 논란에대한 크보 입장입니다 update daviddain 2024.04.26 85
126073 낚시터에서 들은 요즘 고기가 안잡히는 이유 [2] ND 2024.04.26 285
126072 토렌트, 넷플릭스, 어중간하거나 명작인 영화들이 더이상 없는 이유 [2] catgotmy 2024.04.26 252
126071 [왓챠바낭] 전 이런 거 딱 싫어하는데요. '헌터 헌터' 잡담입니다 [5] 로이배티 2024.04.25 345
126070 에피소드 #86 [4] Lunagazer 2024.04.25 54
126069 프레임드 #776 [4] Lunagazer 2024.04.25 52
126068 ‘미친년’ vs ‘개저씨들‘ [1] soboo 2024.04.25 769
126067 Shohei Ohtani 'Grateful' for Dodgers for Showing Support Amid Ippei Mizuhara Probe daviddain 2024.04.25 46
126066 오아시스 Be Here Now를 듣다가 catgotmy 2024.04.25 9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