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대비를 하라, 새로운 시대를.

2012.12.19 17:49

LH 조회 수:741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이른 지금.

나는 빛나는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인간의 역사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적을 주워다가 흥청망청 파티를 벌이는 식으로 벌어지진 않습니다. 얼마나 많은 실패처럼 보이는 성공이 있었고 성공처럼 보이는 실패가 있었는지. 즐겁게 축하하고 춤추던 사람들이 다음 순간 돌을 던지며 분노하고 절망하기도 하지요.

대선은 대통령을 뽑는 것. 그렇게 선거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사람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되게 됩니다. 앞으로 5년간. 언제나 대선은 시끄럽고 북적거리지만 이번 대선도 만만치 않았지요. 과연 누가 대통령이 될까요? 하늘은 공평하시어 모든 것을 마련해주진 않았습니다. 개념과 말빨과 지능, 든든한 지지당 등등. 그 모든 걸 한 번에 주진 않았지요. 설령 저 멀리 말타고 온 초인이 있어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고 한들, 다음 정권은 대단히 험난한 상황에서 마주하게 될 겁니다.

 

일단 국민의 절반은 등을 돌리고 있을 겁니다. 보수든 진보든 서로 나뉘어 박터지고 싸우고 있는데, 간발의 차이로 누군가가 당선이 된다 한 들, 그 많은 반대했던 사람들을 끌어안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여기 계신 분들은 제 정치 성향을 알고 있을테니 더 말하진 않겠습니다. 또 이렇게 말하는 게 누구 말 마따나 "재뿌리는" 것일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그 성향을 떠나 우리는, 유권자는, 국민은 -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겁니다. 복지의 요구는 커져가지만 과연 이 나라의 재정상태가 얼마나 부실할 지 알 수 없고, 그리고 이건 흔히 착각하는 거지만 - 대통령은 임금도 아니고 신도 아닙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갑자기 새롭거나 암담한 세상이 펼쳐지진 않아요. 다만 흘러가죠. 천천히, 차츰 확실하게.

 

"이번엔 뽑을 사람이 없어!"라는 투덜거림을 사실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천연 미네랄과 연관어가 뜨는 어느 후보도 그렇고, 삽질과 삽질이 거듭되는 어떤 사람도 그러하고. 본인 스스로가 말했듯이 준비된 사람이 아니었고, 그건 아마 중도에 그만둔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사람이 시대를 주도한다고는 하나, 실상 시대의 흐름은 참으로 거대하고 뜻밖의 것으로 가득하기 마련이니 평소 무슨 생각을 하건  펼쳐지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과연 각 후보의 공약들 중에서 제대로 실현 가능한 것이 몇이나 있을까요. 5년이 아니라  10년 넘게 정권을 잡고 조직을 만들어내고 그래서 온갖 방해와 현실을 뚫고 뚫어도 될까 말까한 것들이 가득하지요. 사실 공약집 보다보면 후보를 막론하고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약을 파는 걸로 보이곤 합니다.

그래도 나라는 굴러가야 하고 행정부는 일해야 하지요.

등 돌리고 입술을 불쑥 내밀고 있는 절반의 국민들과,
눈치 샥샥 봐 가며 양쪽에 다리 걸치고 있는 여우들과,
땅 파느라 바닥이 보일 정도가 뻔한 나라 곳간을 짊어지고
한편으로 사람들의 실망과 분노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런지.

그렇게 남은 5년 어떻게 지탱해나갈 수 있을런지.

그러므로 역사를 통해 가르침을 얻는다면
실망하지도 절망하지도 말라는 것.
그리고 머리로는 꿈을 꾸되 가슴은 차가워지리라는 것.
이제부터 더욱 새롭지만 힘겨운 시대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라고 진지돋는 이야길 하고 난 뒤 저 스스로는 식도염을 이기고 콜라 한 잔 했습니다 딸꾹, 저도 좀 감상적이 되고 싶다고요. 이왕이면 내가 뽑은 대통령 끝까지 잘 하도록 돕고도 싶습니다.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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