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하는 이별이지.
 
연꽃
만나러가는
바람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
 
엊그제
만나고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제가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시네요.

어떤 지인은 죽음을 처음 고민해본 나이로 상대를 평가한다는 개인적 지론을 이야기하기도 하더군요.

 

 

 

솔직히 제 마음속을 들여다본다면

 

1.누군가의 부고를 들으면 드는 생각

장례식장까지의 교통수단, 비용

부의금은 어느정도로 할까?

장례식장 다녀옴으로 생기는 업무누적

장례식장 다녀옴으로 못하게 되는 인터넷 서핑, 독서, 운동

편육, 육개장에 소주 한 잔

고인에 대한 추억 약간

 

2.만약 내가 그 주인공이 된다면

과연 꿈꿔오던 장자처럼 껄껄 웃으며 죽음이 다가오는걸 바라볼 수 있을까?

찌질거리던 담대히 맞이하건 죽음은 다가오겠지?

사람들은 진심으로 나를 위한다기 보다는 나에게 할 도리를 다 했다는 만족감을 위해 나를 대하겠지?

 

저는 기껏 제 마음속이나 어렴푸시 들여다보지만

톨스토이는 마음의 CT를 찍는듯 다양한 처지와 성장환경의 사람들의 마음을 묘사해냅니다.

 

사람들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대해서

그가 죽고난 공석에 인사변동은 어떻게 될지

죽은 이를 보러가기 위해 저녁의 카드게임을 할 수 있을지

죽은 후 돈을 더 타낼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합니다.

 

이반 일리치 자신은

도대체 왜 자신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화내고 체념하며

나을 수 있을거라 희망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의사들에 심지어는 신앙에도 기대볼까 마음먹기도 합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memento mori를 참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살다간 수많은 사람들처럼 이반 일리치에게도,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자신에게도 죽음은 공평하게 찾아오리라는 것. 

 

매우 엉뚱한 한줄요약.

톨스토이가 대단하기는 하지만 저는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암병동이 더 재미있고, 더 자극을 많이받았네요.

 

PS. 가족들에게 이반 일리치가 거추장스러워지는 부분은 카프카의 그레고리 잠자가 생각나더군요. 영향을 받았던 걸까요?

PS2.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그리스인 이야기도 떠올랐습니다.

좋은 집안에서 매우 잘생긴 용모로 태어나 훌륭한 정치도 펼치며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삶을 살았던 그는

말년에 성경속 욥에 버금가는 끔찍한 일들을 끊임없이 겪으며 죽어갑니다. 그의 마지막 깨달음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결국은 천지불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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