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바낭> 손 끝에 걸리는 책

2013.01.18 16:56

이안 조회 수:1794

어렸을 때는 내 방 책장에 있는 책들을 정리해 보면서

오늘은 무슨 책을 읽으면 딱 좋을지 눈으로, 그리고 손으로 같이 책을 골랐어요.

제목이 마음에 들지만 손끝에서 느낌이 나지 않으면

그건 그날의 책이 아닌거죠.

 

내 방에는 에이브 전집이 메인이었는데

엄마 친구 아들이 5권을 빌려가고서는 돌려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책을 번호대로 정리하면 비어있는 번호가 마음에 걸려서

분위기가 비슷한 책끼리 모아보기도 하고,

책 두께가 비슷한 것 끼리 모아보기도 하면서

자주 책장순서를 바꾸어 주었죠.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는 시험이 끝날때마다

해문판 아가사 크리스티 한 권과 만화책을 사는 게 낙이었어요.

집이 교보에서 가까워서

방학에는 거의 매일 교보와 종로도서관에서 죽치고 있는 게 제일 큰 기쁨이었고요.

 

지금은 듀게를 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책들은 항상 메모를 해 두었다가

한번에 몰아서 인터넷 주문을 하는 데 하나씩 사 모으던 맛은 아니에요.

그래도 사고 싶은 책의 리스트가 늘어가면 저축하는 기분이 들어요.

 

어릴 때는 책을 모으는 걸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 부터는 모으지는 않아요.

읽고나서 좋았던 책들은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거나

더 이상 읽지 않는 책들은 기부하기도 하구요.

 

그랬더니, 재미있었던 책도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오늘은 이리저리 몇 번 입에서 굴려보다가

열 번 정도 인터넷 검색을 해서 알아냈어요.

 

올케가 산후조리 할 동안 읽을 수 있는 가볍고 즐거운 책을 추천해달라기에

떠올랐던 책인데

'나와 우리의 여름' 이란 책이에요.

읽고 이 책을 빌려주었더니 친구가 하는 말이 떠올랐죠.

이젠 이런 풋풋한 이야기를 읽어도 이런 아들내미가 있었음 좋겠다 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며..

ㅋ 주인공이 좀 풋풋해요.

 

오늘따라 앤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저도 추억에 좀 잠겨봅니다.

전 어렸을 때 제가 앤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공상을 좋아했거든요.

다이애나 같은 친구도 있었으면 했고..

중학교 때는 환경미화 하는 날

빨강머리 앤 본다고 집으로 도망갔더니

다음 날 칠판에 제 이름이랑 길버트 이름이 나란히 적혀서 하트 뿅뿅 하고 있었어요.

 

앤이라면 격분했겠지만,

저는 앤에게 좀 미안한 기분이 들었어요.ㅋ 길버트는 앤의 하트라며..

 

오늘같은 추운 겨울방학에는 또 제 2층 침대에 누워서

아마도 우리 읍내, 큰 숲 작은 집... 등등의 로라 잉글스의 글이 제격이었을 거에요.

오.... 돼지꼬리가 지글지글, 히코리 나무에 훈제되는 고기가 떠올라요.

버터틀에 찍혀나오는 황금빛 수제 버터도..

전 식도락을 책을 통해 배웠어요.

아.. 포와로의 핫 초콜릿은 항상 초콜렛을 진하게 중탕해서 녹인 거라고 상상해서

생각만해도 달겠지만 꼭 먹어봐야지 했었구요.

 

아... 길어졌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앤을 좋아하는 분들끼리 모여서 낭독회 같은 거 하고 싶어요.

저의 오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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