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좋고 해서 오랜만에 유엔기념공원에 갔다왔어요.

 

저에겐 어릴 때부터 집 근처에 있어서 그냥 있는가보다 하고 지나다니던 곳이었지만

누군가에겐 반백년 전에 형제와 가족이 죽어 묻힌, 그런데 너무나 멀어서 일생에 한 번 참배하러 오기도 힘든

그런 곳일거란 생각이 들때면 절로 경건한 마음이 생기기도 하는 장소입니다.

 

공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1951년도에 조성된걸로 보아 아마 당시 최후방이었던 부산에 전사자 묘역을 만든거 아닐까 싶습니다. 

 

홈페이지 메인의 '오늘의 추모 용사' 란에는 매일 그 날짜에 전사한 군인의 묘비 사진이 올라오는데,

4월 28일은 유엔 공원에 안장된 전사자 중 4명이 전사한 날이군요.

 

 

 

 

영국군 M.Killeen, 21세, 안장자 기록에 따르면 미사일에 의한 머리 부상을 입었습니다(Wound missile, head).

터키군 Abdullah Zeren, 22세, Yang Gu라는 곳에서(아마 강원도 양구?) 총탄에 의한 복부 부상(Died by enemy bullen  GSW abdomen).

영국군 R.Winterton, 19세, 미사일에 의한 부상(Wound missile, head).

영국군 J.Hearne, 19세, 오른쪽 가슴의 압궤손상(EMT states accident died of crushing injury right chest).

 

"오늘의 추모용사"들 처럼 이 곳에 안장된 전사자의 대부분은 20대 초반의 꽃같은 청년들이고, 십대 소년들도 있고..

유엔공원에서 근무하는 우리나라 헌병들도, 멀리서 제복입은 모습만 보면 키도 크고 걸음도 척!척! 하고 걷는데

가까이서 보니 얼굴이 너무나 앳된거예요. 그 얼굴들을 보니 마음이 참 아렸습니다..

 

 

건축가 김중업의 작품으로 알려진 정문.

 

 

 

 

 

공원 가까이에 다다르면 곳곳에 "정숙"이란 표지판이 붙어 있습니다.

복장도 등산 복장같은 옷차림은 제한되고, 음식물이나 자전거 등도 반입 금지. 엄숙함을 지켜야 해요.

어릴땐 여기 단체소풍도 자주 오고, 묘역에 들어가서 묘비도 만져보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더욱 엄격해진건지, 아니면 어릴 때라서 뭘 몰랐던건지-_- 암튼 이제는 묘역이나 잔디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고

개별적인 헌화도 안내를 받아서 해야된다고 합니다.

 

 

 

 

유엔기념공원은 대략 이렇게 생겼습니다.

위 정문을 통과하면 오른쪽에 삼각형 모양의 추모관이 있고, 왼쪽으로 가면 상징구역과 주 묘역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정문 통과한 뒤 오른쪽에 있는 추모관. 안에서는 관련 영상물을 상영하고 있구요. 오토바이의 정체는 잠시 뒤에 드러납니다.

 

 

 

 

이 추모관의 뒷편으로는 부산 시내 공공시설 화장실 중 가장 럭셔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유엔공원의 화장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화장실 내부 대공개

 

 

 

 

다시 정문에서 왼쪽 방향으로 가면 각 참전국가를 기념하는 상징구역과 주묘역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역시 정숙해야겠죠.

 

 

 

 

유엔공원에서 유모차를 타는 아기들과 더불어 유이하게 "탈 것"을 탈 수 있는 포스넘치는 아저씨들.

이렇게 종종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다니시다 잔디를 밟거나 허튼짓을 하면 혼냅니다.

 

 

 

 

 

상징구역에는 한국전쟁 참전국 21개국의 국기와 유엔기가 게양되어 있는데,

전사자를 모두 본국으로 이송한 나라는 국기나 기념비만 있고, 전사자를 이 곳에 안장한 국가는 묘역도 조성되어 있습니다.

 

 

 

 

터키 구역 바로 뒷편에 우리나라 구역이 있는데

바닥에 붙은 형태인 다른나라 묘와 다르게 우리나라 묘는 비석 형태로 되어 있더군요.

 

 

 

 

무명용사의 묘들도 보입니다.

이름은 무엇이고 고향은 어디인 사람들이었을지..

 

 

 

 

 

한국 구역 뒷편으로 노르웨이 구역이 있는데,

여기엔 꼭 한 명의 노르웨이 군인이 잠들어 있더군요. 동료도 한 명 없이..

 

 

 

 

대부분의 전사자가 안장된 주 묘역으로 갑니다.

 

 

 

 

"오늘의 추모용사"들의 묘의 위치를 모두 찾아 보았는데, 잔디밭에 들어갈 수 없는 관계로 멀리서 보는걸로 만족했습니다.

그 날의 추모용사 묘에는 국기나 꽃을 꽂아두는 것 같더군요. 저 멀리 터키의 붉은 국기가 꽂혀있는 "오늘의 추모용사" Abdullah Zeren의 묘(로 추정;;).

 

 

 

 

 

주묘역 뒷편을 흐르는, 최연소 전사자의 이름을 딴 도은트 수로.

 

 

 

 

 

 

 

유엔군 전장병 추모명비가 있는 곳으로 갑니다.

전사자 모두의 이름을 새긴 커다란 조형물로, 각 판마다 번호가 붙어있고 홈페이지에서 전사자 이름의 위치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추모용사들의 이름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Abdullah Zeran(웬일인지 성의 표기가 묘비에는 Zeren, 추모명비에는 Zeran, 안장자 기록에는 Zorlu라고 되어계신 분.. ),

그리고 Winterton R, Killeen M,  Hearne J.

 

 

 

 

 

 

"무명 용사의 길"

 

 

 

 

 

 

"무명 용사의 묘"

 

 

 

 

 

왼쪽으로 보이는 한-태 우정의 다리.

 

 

 

 

 

유엔공원의 조류갱단.

 

 

 

 

유엔기 하강식을 하는 4시가 다되었기 때문에, 유엔기가 있는 상징구역 쪽으로 열심히 달려갔습니다.

어떻게 하는건지 궁금했는데 트럼펫 음악소리와 함께 헌병들이 절도있게 땋!땋! 깃발을 내리더군요.

근무 중인 헌병 사진을 찍으면 또 혼날 것 같아서 멀리서 잘 안보이게 한 장만 찍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글씨체라고 하는 "유엔군 위령탑"

 

 

 

 

 

뒷면에는 각 참전국 별 지원 병력, 전사자 숫자가 적혀있습니다.

 

 

 

 

 

 

 

 

 

대한민국.

참전병력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전 국군.

전사 237,686명.

...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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