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사이트에서 주장하지만 저는 나치랑 일베랑 거의 행동패턴이 비슷하다고 봅니다. 사실 나치와 같은 극단적 민족주의는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던 사조였죠. 그런데 왜 독일하고 이탈리아에서만, 그 중에서도 독일에서만 나치즘이 맹위를 떨쳤느냐. 몇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번째 원인은 1차 세계대전입니다. 1차 세계대전은 2차때와 달리 전선에서만 전쟁이 치뤄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처럼 민간인 폭격도 없었고(있긴 있었지만 미미했죠). 2차 세계대전때와 같이 전 국토를 옮겨가면서 전쟁을 치루지 못했습니다. 민간인들은 전쟁이 어떻게 치뤄지고 있는지 우리가 유리한지 불리한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죠.

당시 독일 사람들은 전선 상황을 국가 미디어를 통해서 듣게 됩니다. 이 때문에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국민들은 패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들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국가가 언론들을 동원해서 유리한 정보는 과대 선전하고 불리한 정보들은 과소 선전했기 때문이죠.  마치 2차 세계대전 때 조선 민중들이 일본이 항복하기 직전까지 태평양 전선에서 일제가 미군을 처바르고 있는것으로 알았던거랑 비슷합니다. 

그때문에 독일 국민들은 1차 세계대전이 진 이후에도 도대체 우리나라가 왜 졌는지를 이해하지 못했죠. 더군다나 1차 세계대전은 갑작스럽게 끝났습니다. 독일이 전선 붕괴로 항복을 한 것도 아니었죠. 킬항구에서 독일 수병들이 혁명을 일으키는 바람에 중앙정부가 붕괴됐고 이것이 독일의 항복으로 이어집니다.

이후 독일은 베르사유 조약이라는 굴욕적인 조약을 맺고 많은 부분에서 영국,프랑스의 감시를 받게 됩니다. 독일 국민들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죠.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기고 있다고 철썩같이 믿었는데 갑자기 우리나라가 진다고 하더니. 굴욕적인 조약을 맺는다라?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서 이런 경우 희생양을 찾기 마련입니다. 이성적으로 원인을 판단하기 보다는. 악의 세력인 누군가가 나라를 몽땅 집어삼켰다는 한국 사극식 악당 논리를 따라가기 일쑤죠.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민중의 심리 깊숙한 곳에 이것이 새겨졌습니다. 


두번째 원인이 바로 아돌프 히틀러죠. 이같은 독일민중의 심리가 겉으로 드러난 것이 나치당이었습니다만, 당시에도 나치당은 꼴통으로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대중적 인지도를 받지 못했습니다. 독일 정보국 소속이었던 히틀러가 나치당에 합류하고 나서야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죠. 히틀러의 연설능력은 대단했습니다. 별거 아닌 논리를 잘 포장해서 대중에게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방식은 히틀러가 얼마나 대중 선동에 능한 연설가임을 보여주게 합니다. 여기에 괴벨스의 천재적인 언플능력과 괴링을 비롯한 부잣집 도련님들의 인맥+ 룀의 SA와 같은 무장 병력이 합쳐지고 난 다음에 나치즘을 본격적으로 독일 정계에 등장하게 됩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나치즘의 성공 뒤에는 아돌프 히틀러라는 한 개인의 뛰어난 능력도 있지만 독일 국민안에 내재적 심리로 새겨져 있던 '왜 우리가 패배한거지?'가 연상작용으로 작동했다는 겁니다. 두 요소 중에 하나만 없었더라도 독일에서 나치즘은 성공하지 못했죠. 나치당이 내세운 "유태인들때문에 우리 자랑스러운 독일제국이 패배했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진건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패배 이유가 일반 민중들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이유와 상충됩니다. 이게 이해가 안된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왜 독일과 일본이 다른 행동을 보이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독일은 소련군과 미군이 독일 영토를 직접 점령했죠. 일본은 어땠나요. 만약 당시 미군이 일본에 상륙해서 대대적인 작전을 벌였다면, 지금 일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행동패턴을 보였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일베를 우려스럽게 보는 이유가 이때문입니다. 일베의 행동을 보면 나치즘과 매우 비슷합니다. 저도 몇 차례 지적했는데 소수자들에 대한 과도한 주체못하는 분노, 폭력성을 드러내는걸 즐기는 점. 집단화 정체성에 대한 긍정적 태도, 그리고 이런 것들을 언론 플레이와 코스프레로 숨기려하는 태도들. 정확히 70년 전의 나치와 비슷합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나치즘이 독일 국민에게 받아들여진 근본이유, 즉 1차 세계대전 패전에 대한 독일국민의 비납득성이 일베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겁니다.

이번에 전효성 사태로 빚어진 '민주화'논란이 대표적이에요. 일베는 민주화라는 단어를 매우 부정적으로 사용한다는 증거죠. 왜 이렇게 된걸까요. 일설에서는 박정희 향수를 들기도 해요. 

더 정확히 말하면요 민주화가 우리 사회에 끼친 긍정적 영향에 대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해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우리나라 정치권, 언론, 매스미디어들에서 민주화의 긍정성에 대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린적이 없어요.

 산업화를 통해서 우리나라가 발전한 것은 직관적으로 보이는 것에 반해, 민주화를 통해서 우리나라가 어떤 혜택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직관적인 답이 없습니다. 이건 당연한 거에요. 산업화를 통한 부의 축적은 가시적 성과지만 민주화를 통한 자유의 축적은 비가시적 성과죠. 

그렇기 때문에 언론과 정치권들은 민주화를 상대적으로 더 강조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질 않죠. 가만히 우리나라 대표 언론이라고 부르는 신문사. 방송사들의 논조를 보시기 바랍니다. 산업화의 역군, 또는 중동현장의 전사들에 대한 기사들은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민주화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특집 기사는 보여지지 않아요. 아직까지도 이념적인 구분에서 사로잡히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오히려 때로는 민주화 유공자들이 받는 혜택에 대해서 "너무 과도하다"고 시비를 걸기까지도 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이라는 공동체 유지를 위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게 민주화인데 이를 부정하는데 언론들이 나서고 있는거죠. 

비가시적 성과에 대해서 예찬해야할 미디어들이 이런 식이니 이를 받아들이는 민중들이 곱게 볼리가 없습니다. 한번 주위에서 5.18 유공자들이 공무원 시험이나 기타 부분에서 가점을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몇차례 물어봣는데 의외로 부정적 반응이 많습니다. 

지금 대중에게 민주화란 "무조건 좋은 것"으로 그냥 학습되어진 겁니다. 마치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국민들이 "우리나라는 졌다"라는 개념을 강제로 학습받은 것과 큰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일베가 만들어진 토양이에요.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아돌프 히틀러나 괴벨스, 괴링, 에른스트 룀같은 자들이 나타나면 일베가 정계의 기린아로 떠오르는 것도 그리 무리는 아니겠지요. 제가 기를 쓰고 일베는 박멸되어야 한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아직까지는  다행히도 한 백작님만 계실 뿐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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