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한계와 무한계

2013.06.04 13:03

가방 속 연필깎이 조회 수:1125

때 아닌 사상논쟁이 참으로 격렬합니다.


최근 들어 부쩍 제가 고등학생때 열렬히 고민했던 생각들이 다시끔 떠오릅니다.

그때 저는 머리가 굵어지면서 처음 교육의 본질에 대해 생각했었습니다.

나는 공부를 하고 싶었지, 대학에 들어가고 싶진 않았습니다.

헌데 선생님도 친구들도 제 얘기가 무엇인지 들으려 하질 않더군요. 모른 체 하고 싶은 것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교육의 본질을 일깨워줘야 할 선생님들이 이미 교육의 노예가 되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그 생각을 시작으로 저는 무엇을 생각할때 어떤 본질의 정의에 대해서 먼저 가늠해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교육의 본질, 사랑의 본질, 악의 본질, 인생의 본질 같은 것들요.

그러다 나이 먹으면서 하나 둘 현실적인 고민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더군요.


그런데 최근 다시 그 때의 고민들이 떠오르는 겁니다.

무엇보다 최근엔 법과 돈, 이런 주제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토록 주장하던 시장의 자기정화와 같은 시장만능주의의 범주에서

과연 인간을 얼만큼이나 믿을 것이냐 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인간이 본성을 통해 반성하고 자정하려는 자각의 힘보다 자본의 무한한 권력이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결국은 사람도 '어쩔 수 없는 동물'의 한계를 보게 될 때마다 느껴지는 슬픔같은 것들과 아울러서 말입니다.

저는 성선설을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회화를 통해 사람을 배우고 사회를 배우며 사람은 서로 기대사는 법을

깨닫고 부드러워진다고 생각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현대는 너무나 혼란스럽습니다. 정보와 가치가 범람합니다. 그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조금이라도

발버둥치려는 사람들의 무기는 법이나 규칙같은 '원칙'의 형태로 자리잡는 것 같은데

보통 정치인들이 '원칙이 바로서는'을 강조하는 것도 그렇고 '법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선에서'라는 것도 마찬가지며

우리 게시판의 원칙같은 것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쯤에서 사람의 한계와 무한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예전에 성문법이 보다 더 미비하고 그보단 자연법에 더 기대서 정의의 가치를 찾으려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각 고을엔 오로지 원님 혼자서 행정과 사법, 입법을 모두 도맡아 해결하던 때가 불과 몇 백년 전입니다.

또 역으로 생각해보면 지금도 역시 성문법으로 모든 인간사의 대소사를 정의와 불의로 가늠할 수 없듯이

아직도 우리는 많은 부분을 자연법의 영역으로 해결해 나가야만 합니다.

성문법와 불문법을 모두 아울러 인간의 법이 가장 지향해 나가야 하는 지점이 자연법이라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이것은 0에 무한하게 수렴하려는 1의 욕심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하고

어쨋든 인간은 모든 세상의 규칙을 정의할 수 없기에 그 나머지 부분( 사실은 그 나머지가 더 크다고 생각하지만) 을

인간 스스로의 깨끗해지려는 노력들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 '보다' 정의로운 사람들과 논리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다수인 사회가

전제되어야 하는 거겠죠. 저는 그래서 확산의 무서움같은 것을 현대의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독도를 다케시마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세상이 온다면 독도는 일본의 령이 될지도 모릅니다.

또 그래도 이쁜게 낫지라는 생각이 결국은 이쁜게 최고지 성격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으로 바뀌는 것도 한 순간입니다.

예술가들에게 예술이 밥먹여주냐는 독설이 풍문이 되고 진리가 되어 언제 우리를 다시 궁핍하고 물기없는 인간으로 전락시킬지도 모를 일입니다.

살기가 각박하니까 자기 살기도 힘든데 남 돌볼 겨를이 어디 있냐는 한탄은 그래서 더 슬프고 무서운 이야기로 느껴집니다.


최근 광주민주화운동이나 대구지하철참사와 같은 국민적 아픔을 두고 자기네들의 농담꺼리로 비아냥대고

어린이를 로린이라 칭하며 성적대상으로 바라보는 자가 현직 초등학교 교사를 버젓이 이어갈 수 있는 현실에서

법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그 테두리 너머의 정화에 대해서 저는 그래도 희망이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것이라 생각하고

다만 그 희망이 '언젠가는 알아서 이루어지겠지'라는 태도가 아니라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의 실천'을 통해

법이 해결할 수 없는 지점에 한 끝 보탬이 될지도 모르리라는 기대로 그저 무엇이라도 할 따름입니다.

이것은 해결 자체가 목적이라기 보단 확산에 더 큰 목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많은 분들이 계시고 각자의 의견과 견해가 다 다르다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의견은 소리없는 아우성일 뿐이고

실천하지 않는 지성은 어둠속의 불꺼진 전구일 뿐이라는 의견을 감히 남기려 합니다.

교육은 교육의 본질이 있으며 생명에는 생명의 의미와 가치가 있습니다.

돈과 규칙이 사회를 지배하기 이전에는 사람 자체와 사람이 추구하려는 본질들이 분명히 명확했었습니다.

이제는 예쁘고, 부자인 자의 정의가 어쩔 수 없는 정의 아니냐며 무언가를 포기해 버리는 젊은이들이 너무도 많은것이 안타깝습니다.

(저 또한 젊은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물을 처음 본 것 처럼 바라보면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듯이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면 인간의 한계가 무한으로 바뀔 수 있는 지점이 소리없이 다가올꺼라고 생각하고

그런 확산들이 많아져야만 그것은 좀 더 빠르게 다가올꺼라 믿습니다.


첫 글이라 장황합니다.

다시 글을 쓸 때는 좀 더 짧고 보기 좋게 써보겠습니다.


이제 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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