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01 16:13
봉준호 영화 답지 않게 굉장히 내용이나 은유가 직접적이고 단순해서 놀랐어요.
그냥 하나의 우화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보다 복잡한 함의나 심층적인 플롯 또는 세계관을 기대했던 저로서는 몹시 실망스러웠어요.
저는 이게 어떻게 보면
여러 군데에서 끌어들인 대자본 + 다수의 제작사 + 외국스태프 + 외국배우들과의 소통에서 오는
커뮤니케이션의 한계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캐릭터의 입체성을 가지려면 배우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한데, 아무래도 외국어로 소통하는 데는 봉준호 감독이 아무리 배운사람이라 해도
외국문화권에서 자라고 공부한 사람이 아닌 이상 일반 토익 수준의 영어회화로 교감을 했을 것이고,
그런 정도로는 캐릭터의 입체성이나 심리분석, 행동 요인, 다양한 실생활의 예시 등등을 아우르는 토론을 나누기 힘들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통역이 붙었다 해도 한 다리 건너 나누는 대화가 그리 효과적이지는 못했겠죠.
더군다나 등장인물도 엄청나게 많은 영화고요. 주연 배우 한두명만 집중적으로 케어해줄 환경이 안 됐을 겁니다.
외국배우들은 모르긴 해도 자기 촬영 분량 있는 날에만 짠하고 나타났다가 정해진 분량 끝내면 칼같이 다른 스케줄로 이동했을 겁니다.
한국배우들처럼 몇달씩 합숙하면서 자기 작품에 올인해주는 경우가 별로 없겠죠.
그러한 물리적 한계는 제아무리 봉준호라도 어쩔 수 없을겁니다.
국제시장을 의식해서 만들다보니 봉준호 특유의 유머감각도 발휘할 여지가 적었죠.
유머라는 건 로컬문화적 맥락과 공감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빵빵 터지는 건데,
결국 그런 거 거세하고 웃기려면 그냥 슬랩스틱밖에는 방법이 없었겠죠.
유머가 막히다 보니까 흐름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경직된 느낌이었고요.
아무리 웃기는 개그맨이라도 다른 토크쇼 나가면 굳어있듯이 말입니다.
영화내용이 어두워서라는 이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봉준호 영화가 언제는 밝은 적 있었나요.
확실히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이정도로 범작 이상의 퀄리티를 뽑아내준 걸 보면 이름값은 했다고 보고요,
제 생각에는 아마 손익분기를 맞추는 선에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