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아기 사진 있음)

2013.09.22 15:12

엘시아 조회 수:2744

조기 진통으로 입원한 글을 쓴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퇴원하고 2주동안 룰루랄라하고 집에 있다가 다시 진통이 와서 입원했었습니다.

이번엔 이틀도 못 버티고 32주차에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것도 무통주사도 없이요...--;

응급 상황이라 폐성숙 주사도 원래 4번 맞아야 하는 걸 2번 밖에 못 맞았습니다.

저는 허리와 배 진통이 같이 온 터라 너무 아파서 간호사한테 살려 달라고 애원을 했구요. 지옥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는 태어나자 마자 바로 인큐베이터로 간호사가 안고 달려 가서 울음소리도 못 들었어요.

일단 낳고 나니 너무 살만한 겁니다. 다들 막 출산한 사람 같지 않다고...ㅎ 날아갈 거 같아서 그날 밤은 잠도 못 잤습니다.

제 담당 교수님은 아이 낳고 나서야 조금만 아이가 컸으면 자연분만이 불가능했다고 제 골반이 아이 낳기에 좋지 않다고 하네요. 응?-_-;

제 몸상태 때문에 제왕절개 하고 싶다고 했을 땐 무조건 자연분만하라고 하셨으면서...ㅠㅠ

 

어쨋든 18일 전에 2020g으로 태어난 아기랍니다. 예정보다 두달이나 일찍 태어나서 작지만 아직 큰 이상 징후는 없어요.

다음날 시어머님이 서울에서 오셨는데 사정사정해서 잠깐 아기 면회가 가능했어요. 나중에 듣기로는 아기를 보시고 우셨다고...

예상보다 이른 출산으로 신생아용품도 준비하지 못했고 산후 조리도 친정에서 옛날 방식으로 하는 중인데다가,

이 철없는 엄마는 영화관으로 달려가서 남편과 함께 1년동안 기다렸던 컨저링을 봤어요. 모친께 잔소리를 듣기는 했지만요.

살인소설이 좀 끈적끈적하고 불쾌한 느낌을 주는 공포영화라면 컨저링은 대놓고 소리 지르라고 보여주는 느낌이랄까요?

남편은 제 손을 자기 눈에 대고 덜덜 떨면서 봤어요. 아무도 소리 안 지르는데 혼자 헉하고 소리 지름..ㅋㅋㅋ

요즘 저는 먹고, 자고, 미드 보고, 아기 면회 갔다온 후 신생아용품에 대해 폭풍 검색을 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출산 전에 주문했던 칼바니아 이야기를 최근에서야 뜯어 봤답니다. 링월드는 아직 손도 못 댔어요.

 

지난 주부터 젖병 훈련에 들어가서 60mm를 먹고 있습니다. 오늘 면회를 가서 체중 체크지를 보니 체중이 확 늘었더라구요.

간호사가 키도 컸다고 뿌듯해 하시면서 저에게 동의를 구했지만 저는 잘 모르겠어요.

매일 봐서 그런지 저에겐 여전히 첫날 그때 본 작고 여린 모습만 생각납니다. 이게 내 아기인가라고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지요.

 

 

수건에 매우 집착을 합니다. 잘 때도 그렇고 깨어 있을 때도 인큐베이터를 사방팔방 휘젓고 다녀요.

옆에서 보면 불안합니다. 자꾸 인큐베이터를 손이나 발로 쾅쾅 차거든요.

 

 

 

뭐가 좋은지 웃고 있어요. 자는 중에도 찡그리다가 우는 시늉을 하다가 웃기도 합니다.

분유를 많이 먹는 꿈이라도 꾸는 걸까요.

 

이제 2주쯤 뒤면 아기가 퇴원합니다.

아직 아기 이름도 못 지었는데 큰일이네요.

시부모님은 부부가 원하는 대로 지어라 하시면서도 돌림자를 생각하시는 모양이고 저는 무난하고 놀림받지 않은 이름을 주고 싶네요.

중간에 '후'자가 들어가는 이름은 예쁘지가 않아요...ㅠㅠ  

지율, 재희, 윤서...이렇게 시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다 퇴짜 맞았답니다. 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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