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기대를 안 하고 본 덕분인지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습니다. 로그 원 급은 절대 아니고 스토리는 평타 수준이지만, 안습의 스토리를 가졌던 에피소드 1~3이 그래도 매편 무지막지한 물량의 대전투를 뽑아내며 시각적 즐거움만은 120% 줬다는 걸 고려하면 프랜차이즈 중 평균이거나 약간 하회하는 수준. 그저 전쟁에 끌려온 일개 병사 시점에서 바라본 초반 전투 장면도 꽤 괜찮았고, 모노레일 액션도 좋았는데 정작 클라이막스 액션장면이 좀 아쉬웠어요. 서부극+하이스트 구조의 영화라지만, 서부극에서도 클라이막스 쯤에는 대규모 전투나 아니면 주인공의 긴장감 넘치는 권총대결이 있어야 하는데 한 솔로는 후반이 약해요. 


하지만 캐릭터는 꽤 괜찮습니다. 선역이든 악역이든 어느 역할에 가져다놓든 무착 잘 어울리는 우디 해럴슨(참 신기한 얼굴이에요. 무척 냉정하며 야비해보이기도 하고, 또 순박해보이기도 하고...)의 베켓은 상당히 매력적이고, 도널드 글로버가 연기한 젊은 시절의 랜도는 에피소드 4-6 모습보다 오히려 낫습니다. 다만 이 영화의 문제는 주인공인 한 솔로입니다. 


일단 한 솔로가 '젊은 시절' 이야기가 나올 캐릭터인지부터 의문입니다. 에피소드 4에 처음 나왔을 때 중년 아저씨였던 것도 아니고, 끽해야 30 초반 아니었나요?;; 원래 젊은 캐릭터인데 더 젊은 시절 이야기라뇨? 그리고 키라 캐릭터는 명백한 설정붕괴입니다. 한 솔로 종료시점에서 에필로그 4까지는 몇 년 되지 않아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떠나긴 했지만 키라가 멀쩡히 살아있는 상황에서, 한 솔로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에피소드 5에서 레이아와 사랑에 빠지죠. 불과 몇 년 사이에 그렇게 죽고 못살았던 첫사랑에 대해 까맣게 잊다니 한 솔로는 과연 아메리칸 배드 애스군요 =_=;; 이럴거면 차라리 키라를 사망처리 시켰어야죠. 아니면 본편의 전통을 이어받아 남매로 처리하든지. 


사실 전 솔로의 이야기보다 초반에 베켓 일당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어요. 초반에 퇴장하긴 하지만 발과 위즐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는데 말이죠. 게다가 대의 따위는 전혀 없고 그저 한탕 하기 위해 제국군을 등쳐먹는 대담한 시도도 꺼리지 않는 소악당들이라니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참 드문 부류잖아요. 차라리 한 솔로를 주인공으로 하지 말고, 베켓 일당+랜도+키라를 주인공으로 해서 아웃사이더의 시각에서 본 스타워즈 세계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다가, 최후반 쯤에 특별출연한 한 솔로가 합류하며 스타워즈 본편의 세계와 이어지는 진행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한 솔로에서의 한 솔로는 외모든 성격이든 전혀 스타워즈 본편 세계의 한솔로같지 않거든요...=_=; 


p.s. 오비완의 프리퀄이 나온다는 얘기도 있던데 이것도 좀 이상하더군요. 에피소드 3 이후의 오비완은 아직 전쟁이 한창이고 동료 제다이들이 각지에서 공격받아 죽어가고 있는 상황인데도 후일을 기약한다는 명분으로 요다와 함께 잽싸게 탈출해서 장장 수십년을 은거생활했고, 에피소드 4에서 루크 만나기 전까지는 동네 미친 노인네 소리까지 듣고 다니던 안습한 시절인데 여기서 무슨 할 얘기가 있다는 건지...? 사실은 은거한 게 아니라 그래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저항군을 돕고 있었던 건가요? 하긴 수십년 동안 아무 도움 안 되고 은거만 하고 있던 노인네를 에피소드 4의 저항군이 간절히 찾는 것도 이상하니, 은거기간 동안 시스를 좀 썰고 다녔다든가 뭔가 활약이 좀 있었다고 해도 나쁘진 않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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