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30 00:57
크게 기대를 안 하고 본 덕분인지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습니다. 로그 원 급은 절대 아니고 스토리는 평타 수준이지만, 안습의 스토리를 가졌던 에피소드 1~3이 그래도 매편 무지막지한 물량의 대전투를 뽑아내며 시각적 즐거움만은 120% 줬다는 걸 고려하면 프랜차이즈 중 평균이거나 약간 하회하는 수준. 그저 전쟁에 끌려온 일개 병사 시점에서 바라본 초반 전투 장면도 꽤 괜찮았고, 모노레일 액션도 좋았는데 정작 클라이막스 액션장면이 좀 아쉬웠어요. 서부극+하이스트 구조의 영화라지만, 서부극에서도 클라이막스 쯤에는 대규모 전투나 아니면 주인공의 긴장감 넘치는 권총대결이 있어야 하는데 한 솔로는 후반이 약해요.
하지만 캐릭터는 꽤 괜찮습니다. 선역이든 악역이든 어느 역할에 가져다놓든 무착 잘 어울리는 우디 해럴슨(참 신기한 얼굴이에요. 무척 냉정하며 야비해보이기도 하고, 또 순박해보이기도 하고...)의 베켓은 상당히 매력적이고, 도널드 글로버가 연기한 젊은 시절의 랜도는 에피소드 4-6 모습보다 오히려 낫습니다. 다만 이 영화의 문제는 주인공인 한 솔로입니다.
일단 한 솔로가 '젊은 시절' 이야기가 나올 캐릭터인지부터 의문입니다. 에피소드 4에 처음 나왔을 때 중년 아저씨였던 것도 아니고, 끽해야 30 초반 아니었나요?;; 원래 젊은 캐릭터인데 더 젊은 시절 이야기라뇨? 그리고 키라 캐릭터는 명백한 설정붕괴입니다. 한 솔로 종료시점에서 에필로그 4까지는 몇 년 되지 않아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떠나긴 했지만 키라가 멀쩡히 살아있는 상황에서, 한 솔로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에피소드 5에서 레이아와 사랑에 빠지죠. 불과 몇 년 사이에 그렇게 죽고 못살았던 첫사랑에 대해 까맣게 잊다니 한 솔로는 과연 아메리칸 배드 애스군요 =_=;; 이럴거면 차라리 키라를 사망처리 시켰어야죠. 아니면 본편의 전통을 이어받아 남매로 처리하든지.
사실 전 솔로의 이야기보다 초반에 베켓 일당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어요. 초반에 퇴장하긴 하지만 발과 위즐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는데 말이죠. 게다가 대의 따위는 전혀 없고 그저 한탕 하기 위해 제국군을 등쳐먹는 대담한 시도도 꺼리지 않는 소악당들이라니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참 드문 부류잖아요. 차라리 한 솔로를 주인공으로 하지 말고, 베켓 일당+랜도+키라를 주인공으로 해서 아웃사이더의 시각에서 본 스타워즈 세계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다가, 최후반 쯤에 특별출연한 한 솔로가 합류하며 스타워즈 본편의 세계와 이어지는 진행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한 솔로에서의 한 솔로는 외모든 성격이든 전혀 스타워즈 본편 세계의 한솔로같지 않거든요...=_=;
p.s. 오비완의 프리퀄이 나온다는 얘기도 있던데 이것도 좀 이상하더군요. 에피소드 3 이후의 오비완은 아직 전쟁이 한창이고 동료 제다이들이 각지에서 공격받아 죽어가고 있는 상황인데도 후일을 기약한다는 명분으로 요다와 함께 잽싸게 탈출해서 장장 수십년을 은거생활했고, 에피소드 4에서 루크 만나기 전까지는 동네 미친 노인네 소리까지 듣고 다니던 안습한 시절인데 여기서 무슨 할 얘기가 있다는 건지...? 사실은 은거한 게 아니라 그래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저항군을 돕고 있었던 건가요? 하긴 수십년 동안 아무 도움 안 되고 은거만 하고 있던 노인네를 에피소드 4의 저항군이 간절히 찾는 것도 이상하니, 은거기간 동안 시스를 좀 썰고 다녔다든가 뭔가 활약이 좀 있었다고 해도 나쁘진 않겠군요.
2018.05.30 02:49
2018.05.30 10:57
그렇다면 엘든은 더욱 미스캐스팅이군요...=_=; 에피소드 4의 10년 전이라면 한 솔로가 끽해야 20대 초중반이고, 거기에서도 3년 전인 제국군 입대했을 땐 10대였을 수도 있다는 건데 아무리 봐도 액면가 30의 앨든이라니;; 좀 더 파릇파릇한 느낌의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더 나았을 듯. 앨든은 외모만 따지면 차라리 젊은 시절의 코드 브레이커(베네치오 델 토로) 같아요 =_=;;
란도 스핀 오프는 전혀 기대가 안 되고(차라리 이번편이 란도 주연 + 한 솔로 특별출연으로 갔어야 해요), 의외로 보바펫 스핀오프는 좀 기대가 됩니다. 애초부터 제다이 VS 시스의 전쟁과 별 상관없는 주변인물이고, 현상금 사냥꾼 & 용병 포지션이다보니 제국군이든 반란군이든(보바펫이 제다이를 싫어하니 이쪽은 뭔가 전향할만한 계기가 필요하겠지만) 제 3지대든 어디에 끼어있어도 아귀가 맞는 캐릭터죠. 그리고 커스텀 + 거친 웨더링을 거친 만달리안 아머, 무기 & 장비 주렁주렁 등 홀로 밀리터리 분위기를 자아내던 인물이라, 영화에서의 비중은 거의 대사 좀 있는 엑스트라 수준이건만 원래부터 2차시장에선 인기가 높던 캐릭터고요. 악역의 시선에서 본 스타워즈 세계라든지, 로그 원처럼 좀 더 어두운 밀리터리 분위기로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2018.05.30 16:28
어차피 닮은 거 포기하고 건방지고 젊은 한을 보여주려면 차라리 데인 드한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요. 근데 보바펫은 사실 클래식에서 인기가 너무 많아서 (대체 왜!!!) 프리퀄에서 엄청난 비중을 줘버렸죠. 아빠 장고펫이 무려 클론군단의 원본이었다라고.. 장고를 제다이 윈두가 단두시켜 죽여서 그에 원한이 있고요. 그래서 보바는 제다이를 증오합니다. 또 애니메이션(공식) 시리즈에서 그의 고향 만달로어 별을 다스몰이 침공해서 지배했던 적도 있고, 일단 연결고리는 있습니다. 이번에 다스몰을 내보낸 것도 아마도 보바펫과의 일전을 위해서 밑밥 깐 것 같아요. 엔피스와 보바의 관계도 묘해지겠죠. 저항군과 바운티 헌터인데 적은 아니고, 다스몰을 싫어하는...
2018.05.31 01:05
영화에서의 보바펫은 그냥 자바헛 옆에 폼잡으며 서있다가 전투에서 3분 활약 뒤 제트팩 고장으로 횡사한 참 별볼일 없는 캐릭터지만, 커스텀 & 웨더링 아머 + 무기와 장비 주렁주렁 달고 다니며 스타워즈 세계간에서 나홀로 현실적인 분위기의 밀리터리 간지를 내뿜던 캐릭터라 인기 폭발... 원래 1회용 캐릭터였지만 인기가 너무 높다보니 나중에 '괴물 입속으로 추락했지만 갑옷 덕분에 안죽었지롱'이란 설정이 붙으며 되살아난 걸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깨어난 포스에서 카일로 렌이 등장하며 무효화된 설정이긴 하지만, 레전드 세계관에서는 나아아아중에 한 솔로의 딸 제이나 솔로와 인연이 있기도 했고...=_=;; 보바펫은 말 그대로 디자인의 승리랄까요. 하긴 배트맨의 영원한 숙적 조커도 원래 1회용 빌런이었고 분명히 첫 등장 때 확인사살당했는데, 나중에 인기가 높아지다보니 다시 등장하고 이런저런 설정이 붙게 된 케이스라죠. 다스몰 vs 보바펫의 매치업이 성사되고 보바펫이 승리한다면, 포스도 없으면서 무려 (전직)시스를 상대로 승리한 인간이니 스타워즈 세계관 일반인 랭킹 1위를 확실히 차지하는 건가요...
2018.05.30 08:20
2018.05.30 11:02
그러게요. 한 솔로는 정말 사족이란 생각이 들어요. 에피소드 4에서도 충분히 젊은이였고 에피소드 4~6 내내 주연으로 활약했는데, 뭐가 더 아쉬워서 젊은이의 더 젊던 시절 이야기를 덧붙여야 하는건지...=_=; 오리지널 캐릭터인 베켓 & 키라 + 조연이었던 란도를 이번편 주연으로 세우고, 한 솔로는 후반에 게스트로 나왔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아요.
2018.05.30 12:03
키라는 아무래도 다음 영화쯤에서 퇴장하겠죠. 솔로와 헤어진 후 그 3년동안 조직에 들어가 이런 저런 더러운일을 하며 살아갔다는 복선을 까는걸 보면 곱게(?) 퇴장하기는 힘들어보입니다.
2018.05.31 01:17
한 솔로 무비는 분명 2편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키라는 다음 편을 위한 떡밥으로 남겨놓은 것 같긴 한데 지금 흥행과 평가로는 2편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_=; 만약 이대로 끝나버린다면 에피소드 4의 한 솔로에겐 '그런데 키라는 워쩐겨?'란 의문이 따라다닐 수 밖에 없을 듯;;
2018.05.30 20:49
오비완 케노비는 에피소드 3 이후 스토리인 저항군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 (더 이상 시스가 아닌)다스 몰을 한번 더 죽입니다. 한 솔로에서 다스 몰이 등장했기때문에 오비완의 프리퀄이 나올지 모른다고 연상되는가 봅니다. 다스몰은 결국 오비완 소환용이었건 것인가!
2018.05.31 01:45
스타워즈 애니메이션 쪽은 안 봐서 에피소드 1 이후 다스 몰의 이야기를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검색해서 좀 찾아보니 이 친구도 시스와 제3지대를 오가며 참 바퀴벌레같은 생존력으로 꽤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군요. 오비완 솔로 무비에서 클라이막스는 오비완 vs 다스 몰 최종전이 되겠군요.
2018.05.30 22:03
2018.05.31 02:03
검색해서 찾아보니 에피소드 1에서 상하반신 분리 -> 하지만 안 죽고 간신히 생존 -> 한동안 폐인으로 지내다가 어머니 격인 마더 탈진과 형제 사바지 도움으로 재활 성공 -> 클론 전쟁의 혼란 와중에 만달리안 행성 점령하고 독자세력화 -> 이를 용납 못한 로드 시디어스가 직접 쳐들어옴 -> 로드 시디어스에게 털림 & 파문당함(이 떄부터 다스 몰->그냥 몰) + 사바지 사망 -> 몇 차례에 걸쳐 시스에 대한 복수를 시도하나 모두 실패 -> 강대해진 시스와 싸울 비책을 찾다가 오비완의 위치 발견 -> 갑자기 예전의 복수심이 살아난건지 돌연 시스에 대한 복수 포기 & 오비완 찾아나섬 -> 타투인 행성에서 오비완과 최종전 루트 끝에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더군요. 한 솔로 영화 시점에선 파문된 이후라서 그냥 몰. 오비완이 은거해버린 터라 오비완에 대한 복수는 잠시 내려놓고 시스에 대한 복수를 골몰하던 시기의 몰이니, 한 솔로의 후속작이 나온다면 키라는 몰 밑에서 일하다가 제국군에 의해 죽을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