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1 17:53
[홀리데이즈]는 명절 소재 호러영화 앤솔로지입니다. 특정 명절이나 축일을 배경으로 한 호러 단편들을 모은 영화죠.
너무 논리적이고 당연한 기획이라 이 영화가 첫 번째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다고 또 있나 검색하기도
귀찮고.
8편의 단편들이 날짜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발렌타인 데이에서 시작해서 섣달그믐날에 끝나요. 대부분 앤솔로지가
그렇듯 각 단편은 질이 들쑥날쑥합니다. 화면비율도 왔다갔다하고.
케빈 콜치와 데니스 위드마이어가 감독한 [발렌타인 데이]는 [캐리]처럼 시작합니다. 주인공 소녀는 친구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고등학생 여자아이인데, 학교 체육 선생님을 짝사랑하고 있죠. 그걸 아는 아이들은 더
매섭게 그 아이를 놀려대고요. 아이는 체육선생님에게 발렌타인 데이 선물을 주려고 하는데, 그 결과는 따돌림 당하는
이상한 아이가 주인공인 호러 단편스럽습니다. 적당히 효과적이지만 예측가능하고 결말을 위해 설정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죠.
게리 쇼어가 감독한 [성 패트릭 축일]은 당연히 아일랜드가 무대입니다. 앞의 단편이 [캐리]였다면 이번 건
[로즈마리의 아기]예요. [로즈마리의 아기]는 영화 중간에 직접 인용이 되고요. 오래 전부터 아기를 낳고 싶었던
주인공 학교 선생이 드디어 임신을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아기가 인간이 아닌 파충류인 것 같단 말이죠.
영화는 이걸 성 패트릭이 아일랜드에서 뱀들을 몰아냈다는 전설과 연결해서 어처구니 없는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단지 결말은 그냥 정석적인 것 같아요.
니콜라스 맥카시의 [부활절]은 부활절에 대한 어린 소녀의 악몽을 그리고 있는데, 그 신성모독이 일품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괴물은 부활절 토끼와 좀비 예수의 합성이예요. 단순한 농담이지만 콜롬버스의 달걀만큼 효과적이죠.
사라 에디나 스미스가 감독한 [어머니날]의 주인공이 갖고 있는 고민은 [성 패트릭 축일]의 주인공과 반대입니다.
아무리 콘돔을 끼고 주의를 해도 섹스 한 번에 임신이 되는 여자예요. 여자는 해법을 찾으려고 마녀들의 무리에
들어갑니다. 여기서부터 원하지 않은 임신에 대한 공포가 상당히 사실적으로 그려지는데 그래도 결말은
어쩔 수 없이 [성 패트릭 축일]에 수렴될 수밖에 없죠.
다음은 안소니 스콧 번즈의 [아버지날]입니다. 여자주인공은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보내 온 카세트테이프를 받습니다.
그 테이프에는 아버지가 어린 시절 자기와 함께 있었을 때 녹음한 내용이 담겨 있었죠. 테이프에서 아버지는 어린 시절 주인공과
현대의 주인공 두 사람 모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대의 주인공에게 길을 안내합니다. 이 겹쳐진 시간의 묘사는
여러 모로 매력적이고 아름답습니다. 단지 결말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케빈 스미스의 [할로윈]은 딱 케빈 스미스가 만들었을 법한 페미니스트 복수담입니다. 인터넷 음란 방송을 운영하는
남자가, 그가 지금까지 마구 부려왔던 세 명의 여자에게 엄청나게 당한다는. 통쾌하긴 한데, 얄팍합니다. 이 주제에
대해 큰 고민을 한 것 같지도 않고.
스콧 스튜어트의 [크리스마스]에서 남자주인공은 아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VR 기기를 사려 돌아다니다가
발작을 일으켜 죽어가는 남자의 물건을 빼앗습니다. 그리고 가져온 VR 기기에 집착하는데... 앞의 단편들은
뻔하더라도 이치에 맞는 결말이 있었지만 이 단편의 결말은 그냥 방치된 것 같습니다.
애덤 이집트 모티머의 [섣달그믐]은 섣달그믐에 만난 남녀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 모두 상태가 안 좋고
둘 다 개고생을 할 운명이라는 것만 알아두면 되겠습니다.
전 [부활절]과 [아버지날] 쪽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주인공이 여자일 때가 남자일 때보다
좋더군요. 이 앤솔로지에서 주인공이 남자인 단편들은 은근히 좀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대충 가는 분위기에
빠집니다.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17/03/21)
★★☆
기타등등
넷플릭스에서 봤어요.
감독: Anthony Scott Burns, Kevin Kolsch, Nicholas McCarthy, Adam Egypt Mortimer, Ellen Reid,
Gary Shore, Kevin Smith, Sarah Adina Smith, Scott Stewart, Dennis Widmyer, 배우: Lorenza Izzo, Seth Green,
Harley Quinn Smith, Ruth Bradley, Michael Gross, Clare Grant, Jocelin Donahue, Aleksa Palladino, Ava Acres
IMDb http://www.imdb.com/title/tt441936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9376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91 | 예수 vs. 좀비 Fist of Jesus (2012) [7] [9] | DJUNA | 2013.07.29 | 13540 |
290 | R.I.P.D. (2013) [2] [42] | DJUNA | 2013.08.17 | 12291 |
289 | 액트 오브 킬링 The Act of Killing (2012) [6] [2] | DJUNA | 2013.08.19 | 25004 |
288 | 스파이 (2013) [3] [1] | DJUNA | 2013.08.29 | 17310 |
287 | 밤의 여왕 (2013) [3] [7] | DJUNA | 2013.10.13 | 11952 |
286 | 사랑해! 진영아 (2013) [2] [1] | DJUNA | 2013.11.01 | 7887 |
285 | 캐치미 (2013) [1] | DJUNA | 2014.01.24 | 4605 |
284 | 시절인연 Běijīng yù shàng xiyǎtú (2013) [1] | DJUNA | 2014.01.24 | 4416 |
283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nd Then There Were None (1945) [1] [38] | DJUNA | 2014.01.24 | 11116 |
282 | 플랜맨 (2014) [2] | DJUNA | 2014.01.24 | 8526 |
281 | 수상한 그녀 (2014) [6] | DJUNA | 2014.01.24 | 14016 |
280 | 조선미녀삼총사 (2013) [3] [37] | DJUNA | 2014.01.25 | 34868 |
279 | 겨울왕국 Frozen (2013) [5] [7] | DJUNA | 2014.01.30 | 29304 |
278 | 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 (2013) [7] [6] | DJUNA | 2014.02.23 | 15692 |
277 | 고스톱 살인 (2013) [2] | DJUNA | 2014.03.14 | 9169 |
276 | 몬스터 (2014) [1] | DJUNA | 2014.03.15 | 10914 |
275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7] | DJUNA | 2014.03.28 | 238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