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1 봤다는 글을 언젠가(?) 올렸었죠. 남은 2, 3시즌을 다 봤네요. 시즌 2는 에피소드 10개, 시즌 3은 8개이고 편당 대략 50~60정 정도 됩니다. 스포일러는 없게 적을게요.


 - 시즌 1 이야기는 전에 적은 글 링크로 때우고요. ( http://www.djuna.kr/xe/board/140275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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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에 등장하신 노라 더스트님. 역시 캐릭터는 일단 인기 있고 봐야. ㅋㅋㅋ)



 - 사실 시즌 1의 결말도 그 자체로 완결이라 해도 별 문제는 없는 마무리였습니다. 남겨진 떡밥 좀 있긴 해도 워낙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가 흐릿한 이야기이니 그냥 그러려니... 해도 되고. 뭣보다 주인공들의 드라마와 그것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완결이나 마찬가지였거든요. 


 다만 이야기의 발단이자 핵심 아이디어인 '전인류의 2% 증발 사건'은 걍 신비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아예 설명을 포기해버렸으니, 시즌을 이어간다면 아마 그 부분을 파고들지 않을까... 했었는데. 절반 정도만 맞은 예상이었네요. 그 사건의 진상(?)이 다뤄지긴 하는데, 그건 곁다리이고 이야기의 주제는 여전히 같습니다. 갑작스런 상실을 겪은 이들의 슬픔과 그 극복, 그리고 불가해한 현상을 겪었을 때 인류의 반응 시뮬레이션(...)이요. 다만 배경을 옮기고 캐릭터를 더 추가하면서 양념도 좀 더 세게 넣은, 시즌 1의 심화 버전으로 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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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3 포스터에선 사이즈도 더 커지신 노라 더스트님!!)



 - 일단 앞서 말했듯이 시즌 1은 그 자체로 충분히 완결성이 있었습니다. 미스테리 좀 남았다고 해서 시즌 3 끝까지 다 보고 나면 그 미스테리들의 속시원히 풀리는 것도 아니구요. 배경 & 캐릭터 추가로 원래의 주제를 좀 더 폭 넓게 탐구한 점은 인정 해줘야겠지만 그래도 살짝 사족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인데요.


 그런 문제를 가뿐히 넘어서게 해 주는 포인트가 뭐냐면... 뭐 별 거 없습니다. 그냥 더 재밌어요. ㅋㅋ 

 일단 첫 시즌에서 인기도 많았고 파고들 여지도 많았던 캐릭터인 노라 더스트(캐리 쿤!)를 거의 주인공급으로 격상시켜주면서 뽑아낸 이야기들이 상당히 괜찮아요. 가장 절실하고 가장 공감 가는 사연을 가졌으면서 동시에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도 하구요. 

 또 떡밥들이 훨씬 강력해졌습니다. 시즌 1은 어떻게 해봤자 결국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이야기였던 데 반해 시즌 2와 3은 현재 진행중인,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이야기구요. 시즌 1은 그냥 이미 다 끝나 버린 상황에서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 제 한 몸 건사해 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2와 3은 여전히 제 한 몸 건사에 몸부림치면서도 세상을 구하고 신비를 파헤쳐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구요. 

 또한 그 모든 일의 끝에 사람들이 원할 법한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마무리도 깔끔하죠. 사람들이 시즌 1보다 뒷 시즌을 더 좋아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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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 양반 수염 기른 게 엄청난 힌트였네요. 허헐. ㅋㅋㅋㅋㅋ)



 - 다만 뭐랄까... 좀 애매한 부분은 있습니다.


 다 보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이야기에서 살포된 떡밥들이 죄다 모호하게 끝나요. 설명이 안 되는 떡밥은 거의 없는 편인데, 그 설명들이 모두 다 '기적이거나 사기거나'라는 식으로 양다리를 걸칩니다. 주인공의 그 능력(?)은 진짜였을까요. 3시즌에서 주인공들이 막으려고 애썼던 그 파국은 정말 예정되어 있긴 했던 것일까요. 목사님이 배에서 만났던 그 양반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결말에서 주어지는 해답은 죄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입니다. ㅋㅋㅋ

 물론 핑계는 있습니다. 마지막 회를 기일게 장식하는 두 캐릭터의 대화 장면을 보면 그 모든 게 작가의 의도였다는 게 분명하거든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그런 일들 속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 것인가이다... 뭐 이런 얘긴데요.


 솔직히 그걸 핑계로 감당하지도 못할 떡밥을 마구 살포하며 시청자들을 낚아댔다는 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차피 책임 안 지기로 한 거 어디 한 번 거하게 낚아 볼까!?' 뭐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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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캐릭터는 특히 계속해서 혼란만 발사해대다가는 그만...)



 캐릭터들의 비중이나 묘사에 대한 부분도 아쉬운 게 좀 있습니다.

 아무리 노라 더스트가 매력적이고 좋은 캐릭터였다고 하더라도, 이게 보면 결국엔 주인공 케빈 아저씨의 이야기거든요.

 노라는 시작부터 너무 명백한 캐릭터에요. 가족들이 한 방에 증발해버렸고, 하필 그 때 본인이 그 모두에게 성질을 부리고 있었고. 어쨌거나 본인의 잘못이나 책임은 조금도 없죠. 감정 이입하기 좋은 건 분명하지만 세 시즌을 채울만한 드라마틱함이 있냐고 하면 그건 좀... 이구요.


 반면에 케빈은 나름 입체적이고 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노라와는 달리 그 날의 휴거 사태에 대한 데미지가 전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도 가족은 박살이 나버렸고. 그것 때문에 억울함과 좌절에 사로잡혀 살다가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성장하고, 자신의 가족에게 들이닥친 비극을 이해하고, 뭣보다도 그 과정에서 본인의 과오를 깨닫고 성숙해져가는... 뭐 그런 인물인데요. 아무리 봐도 그게 충분히 잘 표현된 것 같지 않습니다. 극중에서 벌어지는 신비로운 떡밥들을 죄다 한 몸에 짊어지고 가는 캐릭터이다 보니 계속 괴상하고 신비로운 일들 겪고 버텨내느라 바빠서 정작 인물의 내면을 드러낼 틈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뭐 이 정도면 배우도 잘 했고 캐릭터도 (본인의 상당한 뻘짓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긴 했는데. 이보다 훨씬 더 존재감이 크고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되었어야 마지막 장면에서도 밸런스가 맞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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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래도 노라 더스트가 짱입니다. 주인공따위 필요 없...)



 - 근데 뭐 어쨌거나. 재밌게 잘 봤습니다. ㅋㅋ 

 앞서 말했듯 뒷수습 측면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정말 사람 벙찌게 만드는 떡밥들을 그렇게 줄기차게 던져대니 낚인 걸 알면서도 계속 볼 수밖에 없었구요. (역시 명불허전 '로스트' 제작진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또 노라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를 캐리 쿤님께서 너무 적절하게 살려주셔서 그냥 이 캐릭터의 끝을 보겠다는 강력한 일념이 생겨서 멈출 수가 없었네요. 이 드라마로 배우가 전국구 스타로 부상했다는데 충분히 그럴만 했어요.

 세 시즌 28개 에피소드라는 분량도 적절했구요. 나름 인상적인 장면들도 많고 음악도 잘 쓰고, 재밌는 드라마였어요. 

 그리고 어쨌거나 그렇게 훼이크 떡밥을 던져대는 와중에도 주인공들의 드라마는 늘 진중하고 믿음직하게 잘 살려낸 것도 큰 장점이었구요.

 잘 봤습니다.




 + 연출이 미미 레더였더라구요? '딥 임팩트' 이후로 이 양반 작품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따져보니 23년전이군요. ㅋㅋ 뭐 드라마는 2014년부터 시작했으니 16년인 걸로(...)



 ++ 한국인들이 아주 잠깐 나옵니다. 버스 대절해서 기적의 성지를 찾아오는 개신교 신자들 무리인데 입고 있는 단체복에 한글로 선명하게 '비콘 한국 침례교회'라고...



 +++ 시즌 3은 좀 코믹한 요소들이 많더라구요. 덕택에 두 시즌 내내 갑갑하던 심정에 숨통이 트여 좋았습니다. 특히 주인공 아빠가 호주에서 겪는 고행을 보여주는 부분은 정말 이 드라마 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키득거리며 즐겁게 본 부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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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진짜로 숨통이 트일 때는 이 분이 나올 때마다였습니다. 어찌나 빈틈 없이 아름다우신지... 엄마 리즈 시절과 비교해도 뭐.)



 ++++ 흑인 캐릭터들 다루는 태도가 좀 재밌었습니다. 시즌 1에선 걍 착한 애, 나쁜 애 하나씩만 넣어줬는데 둘 다 출연 분량은 적구요. 시즌 2에선 아예 흑인 가족으로 시작은 하는데... 나중에 그 분들이 어떻게 되는가를 생각하면 좀 굴욕적이지 않나 싶었을 정도. 지난 몇 년간에도 세상이 참 빡세게 변했구나 싶었습니다. 동양인이야 뭐, 그냥 말을 않겠습니다. 얘기할 건덕지도 없거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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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렇게 시작하길래 시즌 2부턴 뭔가 확 달라질 거라 생각했었지만... ㅋㅋ)



 +++++ 아니 근데 정말 무슨 HBO에는 고추(...) 쿼터제라도 있는 겁니까. 굳이? 라는 생각이 드는 상황에서도 자꾸만 튀어나오네요. ㅋㅋ 여성 캐릭터 노출도 거의 그 직전까지를 예사롭게 보여주긴 합니다만. 그래도 남자의 경우엔 대놓고 보여주니 임팩트가 다르네요. 전 굳이 보고 싶지 않은 편인데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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