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20 19:46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재판 장면을 보고 궁금증이 일었어요.
이야기는 1958년부터 시작되는데 아무리 길게 잡아도 소년이 법대 재학생이 되는 재판이 시작되는 시점은 60년대 초반일 것 같고요.
그러면 전후 넉넉 잡아도 15년에서 20년
법정의 판사들은 나이가 적어도 50, 60대는 넘어 보이는 연륜이 지긋한 어른들이었습니다. 한창일때 나치 정권하에 전쟁을 겪은 사람들일텐데요.
독일은 어떻게 전후 그 짧은 시간동안에 과거가 깨끗한 지식인들을 발굴/양성할 수 있었던 걸까요?
제가 전쟁 전후 독일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고 비교대상이라고는 해방 후 우리나라밖에 없어서 무식한 질문일 수는 있겠습니다.
우리나라도 해방후 미군이 수월하게 행정을 하려고 하다보니 경험 있는 자들은 친일파밖에 없어서 걍 끌어다가 썼다는 얘기를 하는데 (상당수의 똑똑했던 독립운동가 지식인들이 북한으로 간 것도 있지만)
독일도 사정이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지식인 치고 나치에 협력 안 한 사람들은 처형당하고 뭐 그랬을 것 같은데
전후 나치를 청산하면서 필요한 그 많은 행정 인력들은 어디서 어떻게 나타난 거예요?
그 뿐만이 아니라 대학의 교수 - 대표적으로 영화에 나온 그 분도 나이가 지긋하십니다. - 들도 해외에 망명 갔다가 돌아온 사람일까요? 인간의 도덕성과 법적 한계에 대해서 가르치는 그 사람이 나치 정권하에서는 뭘 하면서 어떻게 살아남은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2015.01.20 21:09
2015.01.20 21:37
2015.01.21 00:29
슐링크 선생이 우리 나라에 온 적이 있었네요.
아쉽네요;; 알았으면 이 강연회 꼭 참석했을 텐데;;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첫 방한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0201051581&code=960100
......슐링크 강연회를 공동 주관하는 연세대 인문학연구원은 16일 “슐링크가 ‘우리는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강연회에서 독일의 과거사 청산과 극복 문제 그리고 자신의 작품 세계 등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94년 독일 빌레펠트에서 태어난 슐링크는 법학 교수로 재직하던 중 1987년 추리소설 <젤프의 법>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슐링크 작품의 주요 주제는 독일인의 과거사 반성으로 그는 <책 읽어주는 남자>, <귀향> 등을 통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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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영화와 원작 소설 읽으면서 독일의 과거사 청산에 대해, 옆나라 프랑스랑 비교해 보면서...(우리나라 과거사 청산은...생각하기도 싫...;;)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쉽지 않은 얘기죠.ㅋ
2015.01.20 22:03
역사적으로는 실제 전후 독일 점령 사령관이었던 조지 패튼 장군이 대부분의 나치 시절 행정가들을 유임시켰다가 큰 문제가 되자 언론에다 대놓고 "난 나치 정권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개드립을 시전하다가 아이젠하워 장군에게 해임된 사실이 있습니다.-_-;;
일단 집단 학살이나 구체적인 범죄 사실이 없으면 법적으로 처벌은 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일반 하급 공무원들은 대부분 유임됐던것 같구요...대학 교수직등은 망명했던 지식인들이 돌아와서 복귀했던것 같고.
영화상의 그 교수는 원작 소설에서 주인공의 아버지였던 걸로;; 그 대사가 아버지가 해주는 얘기들이었거든요.
2015.01.21 12:40
역사청산, 잘해야 하죠. 독일의 경우 서독과 동독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는데, 동독이 가장 철저했고 그 다음이 서독 그리고 여전히 문제가 되는게 오스트리아랍니다.ㅋ 이 나라는 자기네들 자체가 점령국이라는 피해자 의식이 있어서요;; (마치 원폭 맞은 일본처럼ㅋ)
그리고 제가 보기에 가장 문제가 되는게 동독의 경우인데, 이들은 아예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섰으니 과거 나치 정권때 부역했던 행정관료들 말고 기업들까지 일거에 정리해 버리기에는 서독에 비해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다만...게슈타포 없애고 그 자리에 슈타지가 들어왔다는게....--;; 나치같은 극우정권 가고 극좌정권 들어온것 하며...그래서 그랬는지 통일 이후에 구 동독 지역에 네오 나치들 속출....-.,-
단순히 물리적 청산으로만 그치니까 그런 문제들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 독일은? 극우 정당들이 지방 의회에 조차 의석 하나 못내고 있내요ㅋ
하지만 샤를리 엡도 사건 이후의 선거에서는 어떨지...;;
2015.01.21 13:23
2015.01.21 13:24
2015.01.21 17:23
2015.01.21 17:32
2015.01.21 17:33
2015.01.21 19:32
그건 우리나라 새머리당과 북쪽 김씨 왕조도 마찬가지죠. 둘 다 서로 없으면 어쩌려고 저리들 으르렁거리는지.. 겉으로는 싸우는 척 하면서 뒤로는 '선거전에 휴전선에 총좀 쏴 주세요' 하고 서로 부탁하고 봐주고 그러죠.
전후 독일의 행정인력들은 대다수가 나치시절에도 같은 일을 하던 사람들이죠.
예컨데 나치시절 초등학생이던 대학생이던 누군갈 가르쳤다는게 전후에 '선생'의 역할을 박탈할 조건이 되기엔 충분하지않으니까요.
그리고 '선생'의 자리에 얼마든지 다른 역할을 바꾸어놓는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구요.
물론 나치의 적극적인 동조자가 아니더라도 열혈투사라도 되는것 아닌이상은 사회에 책임있는 지위라면 그것이 누구에게나 방조자로써의 '도덕적'책임이 있겠죠. 그러나 그것을 '법적'인 영역에서 다루는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어쨌든 나치부역으로 처벌받은 인물들은 살인등의 범죄에 직접 가담한 극히 일부분으로 알고있습니다.
'더 리더'가 탁월한 부분의 하나가 바로 이 죄와 책임의 관계, 법과 윤리의 충돌을 다루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정확히 얘기하자면 원작자의 공이겠죠)
재판정의 모든 이들이 한나에게 그랬던것처럼 소수의 인물을 괴물로 만듦으로써 나머지는 무고해지고자하는 집단죄의식에 관한 묘사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