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2 19:26
* 몇 년 전 띄엄띄엄 [내딸서영이] 보다가 주말극답지 않은 섬세함, 이보영의 우아한 연기에 놀랐어서 같은 작가의 [황금빛내인생]은 1회부터 열심히 시청 중인데 최근 매회 끝날때마다 아 꿀잼 하고 육성으로 내뱉게 됩니다 ㅋ
지수 캐릭터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서 신선하고요. 착한마음을 잃지 않는 상태에서 반항적 흑화를 겪을 거로 보이는.
여주인공인 지안이는 원래 유이였다가 고심 끝에 거절해서 신혜선이 하게 됐는데, 유이의 서지안이든 신혜선의 서지안이든 각자의 매력·아쉬움이 있었을 듯. 전 둘다 호감이라 누가 했어도 흐뭇하게 봤을 거고요.
근데 이 드라마 보다보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돈.돈.돈입니다. 시대의 반영이겠지만 씁쓸하기도. 그리고 재벌집이 밉지 않고 호의베풂이 고맙게, 서민집은 구질한 마음이 들게, 재벌집 애는 없이 자라도 타고난 여유가 있는 등등 식으로 그려져서 작가의 고민이 아쉽기도. 아직 21회(총 50회)까지 방영됐으니 더 지켜봐야겠지요.
* 어제 기회가 돼서 프랑소와 오종의 [프란츠](2016)를 보게 됐는데 오종 영화는 걸작 [사랑의 추억](2000) 딱 1편 봐서 두번째로 보는 오종 영화인데, 중반부까지 하품 몇 번 하고 그래도 후반부는 재밌게 봤는데, 다 끝나고는 뭔소리지? 내가 하도 예술영화를 안 보다보니 이해력도 딸리게 됐나, 오종 이영화 만듦새 좀 이상한걸, 쇼팽 녹턴 삽입곡 센스없는데 내가 모르는 의미가 있는 건가 하며 영화관을 나왔는데..
변화는 그때부터. 격조있는 흑백영화 영향인지 뭔가 정화되는 기분에다,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이 영화의 희미한(강렬하게는 아니지만) 자장 안에 있네요. 뒤늦게 퍼뜩 인물의 감정선이 이해되고. 상관없는 책을 읽는데도 이 영화와 연결되는 것들이 있고. 영화가 참 밀도있었구나 싶은.
결론은 오종 이얼~ 여전히 잘만들고 있었구나, 좋은영화 많이 봐야겠다 이리 기분이 정화되다니.
2017.11.12 20:08
2017.11.12 20:09
어제 김장하면서 귀로만 듣다가 내용 궁금해서 찾아본 드라마네요.
저는 비슷한 시간대 도지원 나오는 드라만줄 알고, 천호진 김혜옥까지 출연료 수지타산이 맞나 했습니다.
무슨 드라마 대사를 시로 쓰냐 투덜대다가, 쌍둥이들이 맺힌 속내 뱉어내는 장면에서 집중해서 봤어요.
네가 징징대서 나 서울로 대학 못 갔었어 vs. 난 너랑 헤어지기 싫었을 뿐이야.
집중은 여기서 했지만 김혜옥 천호진 부부 연기가 실존인물 보는 것 같아서 좋더군요. 선량해 보이는 사람들이 그놈의 약한 정에 대형 사고로 일 키우는 게 눈에 선해요.
대사가 문어체라 보기가 좀 괴로운데 두 배우가 이걸 잘 덮어줄지 , 저는 다음 주에나 계속 볼지 정할 것 같아요. (전노민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전노민만 나오면 문어력이 +2 되는 기분입니다.)
2017.11.13 01:12
음, 저는 내 딸 서영이도 약간 고깝게 봤는데, 황금빛 내인생은 신데렐라 스토리와 더해져 변형이 더 하더군요. 결국 부잣집 사돈에 의해 가난한 집들이 금전적으로 구제받는 판타지가 깔려있는 거 같아요. 물론 이런 말로 압축할 수 없는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뭔가 불편한 건 가시지 않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