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31 10:05
평가하기 좀 복잡한 영화입니다. 각 설정들과 장면들은 상당히 좋은데, 이어붙인 이야기는 형편없어요.
잭 스나이더 감독은 영화보다는 움짤, 클립을 만드는데 최적화된 감독이란 평도 있고, 사람조각을 이어붙여놓는다고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란 평도 있었는데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영화에 호의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각 장면들이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영화와 만화의 문법 차이 같은 변명 싹 치워버리고 코믹스의 장면을 그대로 블록버스터로 재현했을 때 상상했던 바로 그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거든요. 원작에 대한 오마주와 떡밥들도 넘쳐나고요.
'웨인 가문의 후계자에게 텅 빈 와인창고를 넘겨주실 생각이십니까? 하긴 후계자가 있기나 할지부터 걱정되지만요' 같은 알프레드의 시니컬한 유머도 프랭크 밀러의 '다크나이트 리턴즈'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고, 배트맨이 저격용 총을 들고 첨탑 위에 서있는 장면이라든지 슈퍼맨과 싸우는 많은 장면들 역시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장면을 그대로 오마주했죠. 배트맨의 악몽 부분은 '인저스티스 : 갓 어몽 어스'의 스토리와 다크사이드 등장에 대한 떡밥이고요. 후반부 렉스 루터가 '종소리가 울린다' 역시 이에 대한 떡밥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렉스 루터가 조드의 우주선에 있던 인공지능에게서 여러 세계에 대한 지식을 배운 것을 고려하면 다크사이드에 대해 알고 있다 해도 무리는 아니죠.
영화 자체의 이야기는 참 형편없습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 재편집한 이야기에 영화의 클립들을 끼워맞추면 정말 완벽한 슈퍼히어로 영화가 나와요. 전혀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영화랄까요. 감독의 문제라기보다 각본의 문제니, 다음 영화에서는 잭 스나이더가 감독만 맡고 괜찮은 각본가를 구했으면 합니다. 훌륭한 앨런 무어의 원작이 있었던 '왓치멘' 같은 경우 원작 재현도, 영상과 음악, 이야기까지 모두 아주 좋았거든요.
2016.03.31 11:22
2016.03.31 11:44
스크린의 장면을 기필코 영상에 그대로 옮기겠다는 집념의 덕심도 넘쳐나고, CF 감독 출신답게 30초~2분 동안 시선을 확 잡아끌 영상을 만드는 재주도 탁월한 감독입니다.
...다만 그 30초~2분 짜리 클립들을 이어붙이는 데는 영 소질이 없고, 구슬 서말을 꿰는 건 보는 사람이 직접 해야 하죠...=_=;;
훌륭한 원작이 있었고 또 전체적인 퍼즐이 맞춰질 때까지 계속 시대와 시점을 옮겨다니며 5분 내외의 파편들로 이루어져있던 '왓치멘'이야말로 잭 스나이더를 위한 영화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2016.03.31 12:20
어쨋거나,보러 갑니다 ㅎㅎ
2016.03.31 12:42
보러 가서 후회는 안 할 영화입니다. 굉장히 그림이 잘 그려졌는데 페이지 순서가 잘못 뒤섞인 코믹스를 읽는 기분이에요. 컷과 컷 사이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고, 순서가 뒤섞인 탓에 컷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의아한 부분도 있긴 한데 그림만으로 일단 만족스럽습니다. 뒤섞인 페이지를 머릿속에서 다시 정렬하면 이야기도 꽤 괜찮고요.
2016.03.31 14:17
코믹스는 잘 모르지만 스포일러에 상관없이 예습은 충분히 해놓았으니...
2016.03.31 18:11
저도 이러니 저러니 해도 보러 갈 예정입니다ㅎㅎ
참 많이 안타깝지만...그래도 DC유니버스가 여기서 엎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016.03.31 20:46
뭐 아무리 망하더라도 일단 촬영 들어간 작품들까진 가겠죠. 배트맨 v 슈퍼맨도 혹평이 많을 뿐 어쨌든 흥행은 순항중이고요. 아쿠아맨이 좀 걱정입니다. New 52 이후 많이 비중이 올라갔다지만 캐릭터 자체가 듣보잡이라...=_=;; 저스티스 리그 초기 멤버 중 하나임에도 오랫동안 DC 팬들의 농담거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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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 속에 들어갔다 나오셨나봐요:)
잭 스나이더는 영화로 만화를 만드는거 같아요 영화적 감각으로 보면 어설픈데
젝 스나이더 영화는 말하신대로 머리속에서 편집하는 여분같은게 있는 만화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보입니다 솔직히 민망한 써커 펀치도 넋놓고 보는 사람이니 설득력은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