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하기 좀 복잡한 영화입니다. 각 설정들과 장면들은 상당히 좋은데, 이어붙인 이야기는 형편없어요.


잭 스나이더 감독은 영화보다는 움짤, 클립을 만드는데 최적화된 감독이란 평도 있고, 사람조각을 이어붙여놓는다고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란 평도 있었는데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영화에 호의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각 장면들이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영화와 만화의 문법 차이 같은 변명 싹 치워버리고 코믹스의 장면을 그대로 블록버스터로 재현했을 때 상상했던 바로 그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거든요. 원작에 대한 오마주와 떡밥들도 넘쳐나고요.


'웨인 가문의 후계자에게 텅 빈 와인창고를 넘겨주실 생각이십니까? 하긴 후계자가 있기나 할지부터 걱정되지만요' 같은 알프레드의 시니컬한 유머도 프랭크 밀러의 '다크나이트 리턴즈'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고, 배트맨이 저격용 총을 들고 첨탑 위에 서있는 장면이라든지 슈퍼맨과 싸우는 많은 장면들 역시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장면을 그대로 오마주했죠. 배트맨의 악몽 부분은 '인저스티스 : 갓 어몽 어스'의 스토리와 다크사이드 등장에 대한 떡밥이고요. 후반부 렉스 루터가 '종소리가 울린다' 역시 이에 대한 떡밥으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렉스 루터가 조드의 우주선에 있던 인공지능에게서 여러 세계에 대한 지식을 배운 것을 고려하면 다크사이드에 대해 알고 있다 해도 무리는 아니죠.


영화 자체의 이야기는 참 형편없습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 재편집한 이야기에 영화의 클립들을 끼워맞추면 정말 완벽한 슈퍼히어로 영화가 나와요. 전혀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영화랄까요. 감독의 문제라기보다 각본의 문제니, 다음 영화에서는 잭 스나이더가 감독만 맡고 괜찮은 각본가를 구했으면 합니다. 훌륭한 앨런 무어의 원작이 있었던 '왓치멘' 같은 경우 원작 재현도, 영상과 음악, 이야기까지 모두 아주 좋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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