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10 10:51
저는 사실 영화 <캐롤>을 보고 나서 이것이 과연 동성애자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가 좀 의문이 생겼어요.
캐롤의 경우 테레즈를 정말로 사랑하는 건지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거든요.
캐롤이 테레즈와 만나는 첫 만남에서부터 캐롤의 눈빛은 사랑에 빠진 여자의 눈빛이라기 보다는
저 아가씨가 자기한테 반했다는 걸 눈치채고, 순진한 아가씨를 꼬시려는 느끼한 40대 아저씨의 눈빛 같았어요.
(느닷없이 호출된 죄 없는 40대 아저씨들께는 죄송 ^^)
장갑을 일부러 놓고 떠나는 등 작업을 거는 게 상당히 능수능란하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테레즈를 집에 초대했을 때도 테레즈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랄까 그런 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남편과 맞닥뜨린 후 자기가 기분이 나빠진 상태에서 테레즈한테 퉁명스럽게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지
초대받은 손님인 테레즈에게 불쾌한 상황을 맛보게 해서 미안해 한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어요.
캐롤의 남편이 야비한 사람이라는 건 알겠지만, 사실 캐롤은 자신이 동성애자이면도 이성애자인 남편과 결혼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남편의 인생을 망가뜨린 책임을 져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고요.
이혼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캐롤은 순진한 백화점 아가씨를 꼬셔서 여행을 가는데 마치 골치 아픈 문제에서 도망치는 듯한
느낌이었고, 아니나다를까 테레즈와의 관계가 녹음되었다는 걸 알고나서는 테레즈가 자는 틈에 혼자 돌아가 버리죠.
친구에게 테레즈를 떠넘겨 버리고요. 테레즈에게는 너도 언젠가 내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는 편지 한 장 달랑 남기고요.
캐롤이 40대 유부남이라고 바꿔서 생각해 보면, 캐롤이 테레즈에게 얼마나 무책임하게 대했는지 확실하게 느껴지는데요.
아내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고 해도 어쨌든 결혼한 상태에서 순진한 20대 아가씨를 꼬셔서 여행을 갔는데
그 관계의 꼬리가 잡히니 그 아가씨를 집까지 다시 데려다 주기는커녕 친구한테 네가 얘좀 돌봐줘라 하고 맡기고,
얼굴을 보고 헤어지자고 말하는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고 편지 한 장으로 이별을 고하는 뭐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 ^^
딸의 양육권이 걸린 문제라고 해도 캐롤이 테레즈를 정말로 사랑하는가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더군요.
캐롤과 테레즈가 육체 관계를 맺는 장면에서도 캐롤은 뭔가 아름다운 것을 탐닉하는 느낌이랄까 뭐 그 정도여서
간절히 사랑한다는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캐롤이 테레즈를 다시 만났을 때도 잭이라는 친구가 방해했을 때,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금방 떠나버리죠.
훼방놓은 잭이 미운 분들도 계셨겠지만 저는 캐롤도 그다지 이해가 가지는 않았어요. 동성애가 억압당하는 시기였다는
것을 감안해도 테레즈와의 만남이 캐롤에게 소중한 것이었다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인 척하고 좀 버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무엇보다 이상한 건 마지막 장면에서 테레즈를 바라보는 캐롤의 눈빛이에요.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에게 돌아왔음을 기뻐하고 감격하는 사랑의 눈빛인가...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저에게 그 눈빛은 맨처음 백화점에서 테레즈에게 흘리던 느끼한 욕망의 눈빛과 그리 달라보이지 않았거든요.
처음에는 이 영화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를 제대로 못했다고 생각했어요. 같은 여자인 테레즈를 사랑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기에는 좀 역부족이었나보다, 동성애자인 여배우를 캐스팅했다면 좀더 실감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만약 케이트 블란쳇이 감독이 원하는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그런 연기를 한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마지막 장면으로
넣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거든요. 결국 케이트 블란쳇이 감독이 원하는 연기를 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 영화의 제목은 <캐롤>이죠. 테레즈가 아니고요. 그렇다면 감독이 뭔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캐롤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캐롤이라는 캐릭터가 더 중요하니까 그 이름을 영화 제목으로 삼았겠죠.
그렇다면 감독은 테레즈라는 캐릭터의 지극한 사랑이 아니라 캐롤이라는 상류층 동성애자의 이중적인(이기적인, 회피하는, 욕망을 채우는)
사랑을 말하고 싶었던 건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다른 분들은 다 캐롤이 테레즈를 몹시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제 감수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요. ^^
그렇지 않다면, 그리고 이 영화에서 캐롤의 사랑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배우의 연기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면,
캐롤은 테레즈를 그렇게 열렬히 사랑하는 캐릭터는 아니고 <캐롤>을 진정한(?) 사랑 영화라고 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가령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저에겐 진정한 사랑 영화거든요.)
어쨌든 결론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캐롤의 그 느끼한 눈빛의 비밀을... ^^
(그 눈빛의 비밀을 밝혀주시는 댓글들, 혹은 저의 잘못된 이해에 대해 지적해 주시는 댓글들 모두 환영입니다. ^^)
2016.02.10 11:23
2016.02.10 11:44
영화를 본 후 캐롤이 테레즈를 사랑하는 느낌이 별로 안 들어서 괴로워하다 ^^
그것을 배우와 감독의 의도된 방식이라고 가정하고 생각하다 보니
극중 인물인 캐롤을 비판하는 결과가 돼버린 것 같기도 한데요. ^^
캐롤이 결혼할 때 동성애자임을 자각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걸 알고 결혼했다고 해도 캐롤이 100% 나쁘다고 비난할 생각은 없고요.
다만 이 영화에서 캐롤은 아무 것도 잃지 않으려는, 뭔가 계속 회피하는 느낌의,
그런 캐릭터처럼 저에겐 보여서요.
집에 초대해 놓고도 남편이 나타나자 얼른 테레즈를 돌아가게 하고, 여행 가서도 들키자 금방 떠나버리고,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 해놓고도 테레즈 친구가 나타나자 금방 떠나버리고,
마지막에 결국 다시 찾아가는 것도 테레즈죠.
2016.02.10 11:39
원글님은 테레즈 입장에서 감상하셨기 때문에 좀 읭? 스러운 지점이 있으셨을 것도 같은데, 캐롤에 방점을 찍고 감상한다면 테레즈는 하늘에서 갑자기 내려온 동아줄같은 존재인데요. '엄마로서의 자신'과 '레즈비언인 자신'가운데 '엄마'에만 발목잡혀 있던 캐롤이 후자의 얼굴을 드러내고 살 수 있게 해 준 사람. 선녀님이십니닷
2016.02.10 12:04
캐롤이 양육권 문제로 남편을 앞에 두고 변호사와 얘기하는 장면에서 자신이 테레즈와 있기를 원했다고
밝히는 부분에서는 캐롤이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느낌이 좀 들었는데... 모르겠어요.
테레즈를 식당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잭이 나타나자마자 서둘러 떠나버리고,
마지막에 테레즈가 찾아갔을 때도 반가워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는커녕 은밀한 미소만 흘릴 뿐이고,
동성애를 허용하지 않는 시기이기는 했지만, 저에게 캐롤의 행동은 정체성을 찾은 동성애자의 진실한
사랑의 표현으로 보이진 않아요. (그 사랑으로 다른 것들을 잃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이 보인다고 할까...)
2016.02.10 12:13
흐음...그러니(시대배경이 그러하므로),
아직 어리고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밖으로 단언할 수 있을 만큼 확신을 가지거나 그 방향성에 대한 삶의 태도를 결정하지 못한 테레즈에게 선택권을 주려는 행동들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2016.02.10 12:22
제가 이런 삐딱한 해석을 하게 된 원인은, 캐롤이 테레즈를 사랑하는 느낌이 별로 안 든다는 것인데요.
캐롤이 테레즈에게 그런 배려를 하려는 속깊은 마음이었다면 그런 배려를 가능하게 하는 깊은 사랑의
느낌이 왜 안 드는 것이냐는 것이 사실 저의 문제죠. ^^
2016.02.10 12:27
그렇군요. 그럼 그냥 캐롤 저거 뭐지 하고 시큰둥하게 보시는 것도 나쁠 것 없는 듯합니다.
애초에 내가 공감이 안 되었던 게 남들이 주절주절 설명한다고 해서 갑자기 될 리도 없다는 생각이어서.
감상은 자유잖아요. ^^
2016.02.10 12:39
사실 제가 쓴 글은 캐롤이 테레즈를 사랑하는 느낌이 별로 안 든다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어서
다른 분들이 나는 캐롤이 테레즈를 엄청 사랑하는 것 같은데 라고 말씀하시면 바로 깨개갱~
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는 것이긴 해요. ^^
2016.02.10 12:33
많이 동감가는 내용이에요. 저도 [캐롤] 상당히 기대하면서 봤는데 여러모로 실망했거든요.
테레즈의 입장에서는 정신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사랑에 빠진 모험(장기적인 준비를 모두 폐기처분하고 여행 떠나는데 올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캐롤의 입장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흔히 말하는 '사람을 가지고 논다'는 모양새였다고 생각하구요. 다행히(?) 퀴어영화라서 욕을 많이 피했지만, 캐롤이 남성이었다면 개저씨스러움이란 규탄에서 도망가지 못했을꺼라 생각해요. 전 원작도 못 봤고, 2015년이 아닌 과거이기 때문에 동성애가 윤리규정 문제가 되는 시대라는 걸 이해하긴 하지만 캐롤은 사랑을 명분으로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사람 같았어요. 양육권과 사랑을 양자택일하게 되는 이유가 과연 오직 동성연애 때문인가 싶기도 하구요.
영화에서 아름다운 부분은 많았어요. 거기다 남성이 얼마나 물리적 두려움의 실체처럼 보이는지도, 캐롤의 전남편을 통해 강렬하게 느꼈죠. (테레즈의 남자친구는 어떤가요. 평이한 남친인가요, 아니면 감수성 부족한 못난 사람인가요.)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요? 재미있는 점은 듀나님의 소설 [첼로]에서도 캐롤이 테레즈에게 한 표현과 같은 표현이 나온다는 거에요. '트린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 같았다.' (뒷조사를 해봐도 나오는게 없다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별 네 개인 작품이라 기대하면서 봤는데, 듀나님 취향을 직격하지 않았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라리 [캐롤]이 [첼로]의 트린과 이모 사이처럼 뻔뻔하게 묘사했다면 좋았을 텐데 싶기도 하고. 아녀요, 생각해보면 마지막의 차 안 대화에서 서로의 균형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그래도 저게는 별 두 개 반 정도군요.
+ 댓글을 참고하면서 보니, 캐롤 입장에서는 정체성을 휘둘리다가 그 구심점으로 테레즈를 삼았다는 이야기군요. '나는 나 자신을 드러내기로 했어요'라고 선언하기도 했고. 음... 캐롤을 주인공으로...
2016.02.10 13:04
이 영화의 의상, 음악, 촬영은 정말 멋진 것 같아요. 화면과 음악이 주는 느낌 때문에
아름다운 사랑 영화인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되는 것도 상당히 강한 것 같고요.
그런데 사랑 영화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인공의 감정 부분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저에겐 이해가 잘 가지 않아서... 그런데 이 영화는 굉장히 좋은 영화로
(거의 만장일치로) 평가되고 있고... 그렇다면 이게 의도된 것인가 하고 머리를 굴리다
여기까지 왔네요. ^^ 제가 해석한 캐롤의 캐릭터가 감독이나 배우에 의해 의도된 게 아니라면
저는 이 영화가 잘 이해/공감이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별 4개 만점에서 3개 정도 줄 것 같아요. ^^
2016.02.10 14:18
저도 솔직히 캐롤의 감정선에 대해서 원글님 같은 느낌을 받아서 첫 관람때는 감흥이 덜 했던 것 같아요.
엔딩씬에서도 테레즈의 눈빛이나 걸음조차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캐롤의 표정은 심하게 야기하면 '그렇지, 넌 나한테 올 수 밖에 없어'에 가까운 자아도취스러운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제게 남아있는 이 영화의 잔상은 캐롤보다 테레즈여서 더 애틋한 맘이
있었는데, 두번째 관람때는 캐롤의 감정선이 그나마 더 보여서 오히려 영화 자체가 더 좋아지더라구요.
둘의 첫만남과 식사 자리에서 스쳤던 캐롤의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데 감추려는 손짓이나
양육권 문제로 변호사들과 남편과 맞대면 할 때, 애비가 테레즈 야기를 꺼내자 되묻는 눈빛에서라거나.
캐롤이 그 시대를 살아가며 자신의 감정이나 욕망을 억압한 채 (혹은 포장한 채) 40년 넘게 살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블란쳇이 그 껍데기가 조금씩 금이 가는 모습을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요.
어쨌든 그래서 다시 한번 더 보면 느낌이 어떨까 싶은 상태이긴 한데.. ㅎ
그래도 여전히 엔딩에서 블란쳇의 눈빛엔 동조를 못하겠는 1인 입니다;;
2016.02.10 14:53
2016.02.10 15:32
mana 님의 글에서 "그렇지, 넌 나한테 올 수밖에 없어"를 보고 그래, 바로 그 느낌이야 하고 맞장구를 치다가
부기우기 님의 글에서 "어서 와요, 나의 동반자여"를 보니 어, 그런 느낌이었나??하고 다시 알쏭달쏭하네요. ^^
토드 헤인즈 감독은 캐롤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도대체 뭘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요...
2016.02.10 16:48
어느 분의 감상기에서 엔딩 속 둘의 표정과 감정에 대한 해석이 테레즈는 "그리움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왔어요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라면 캐롤은 "앞으론 모든 게 잘 될 거에요" 인 것 같단 글을 읽고선 어느 정도
동조가 되더라구요. 아마 그녀의 '확신 혹은 자신감'에서 파생된 다른 해석인 것 같았던..
2016.02.10 15:59
영화 개봉 전에 자막 번역하신 분이 쿠거 느낌 들지 않게 하려고 상호 존대로 번역했다 이런 트윗을 봤거든요. 그렇지만 상호 존대 해봤자 나이차 계급차가 너무 크게 느껴지긴 하더라고요. 심지어 초대 받은 손님인데 차를 내고 있는 테레즈라든지. 물론 캐롤도 나름대로 그런 면에 있어서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해요. 애비도 몇 번이나 너무 어리다 그게 뭘 의미하는 건지는 아냐 라고 하죠.
캐롤의 그 눈빛은 중산층 중년 여성 특유의 신경과민적이면서 나른한 그런 느낌을 잘 표현했다고는 생각합니다. 기본 바탕에 그 느낌이 깔려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소소한 감정 변화를 잡아내는 건 좀 더 복잡한 일일 수밖에 없고요.
그렇지만 상대방의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쪽은 분명히 캐롤보다는 테레즈라고 생각됩니다. 첫눈에 반했고, 그렇기 때문에 반쯤 얼빠진 상태로 계속 캐롤만 쳐다보는 거잖아요. 얼굴 보게 불도 끄지 말라고 하고.
2016.02.10 16:33
근데 그 배우 눈빛이 원래 좀 그렇지 않나요? 느끼하고 냉소적이고 도도해 보이는.
2016.02.10 17:29
해삼너구리 님의 글을 보며 중년 여성의 신경과민적이면서 나른한 느낌인가 하고 괴로워하다가
갓파쿠 님의 그 배우 눈빛이 원래 좀 그렇다는 말씀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듯한 편안함이... ^^
영화 속에서 흐르던 노래 You belong to me가 캐롤이 테레즈에 대해 갖고 있는 느낌을 표현한 것이고
(넌 내 꺼야!! ^^)
노래 No other love가 테레즈가 캐롤에 대해 갖고 있는 느낌을 표현한 것이라면 (당신 말고는 안돼!! ^^)
캐롤은 좀 더 팜므파탈스럽게, 더 나쁘고 유혹적이고 뻔뻔하게, 테레즈는 덫에 걸린 작은 새처럼 불안하고
연약하게, 캐롤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랑에 사로잡힌 성격으로 그렸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랬다면 캐롤이 테레즈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 느낌도 설명되고, 마지막 느끼한 눈빛도 "넌 내 꺼야!!"의
표현으로 해석되고, 테레즈의 짝사랑이긴 하지만 강렬한 사랑 영화로 볼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한데 말이죠.
2016.02.11 10:06
보는 사람 나름이겠죠. 케이트 블란쳇의 눈빛이 느끼하고 음흉하게 받아들여지실 수도 있겠죠. 예전에 이 게시판에서 너무 못생겨서 몰입이 안되는 배우라고 마구 욕한 분도 있는데요 뭘. 제겐 굉장히 아름답고 당당한 외모에다가 매력적인 눈빛을 지닌 최고의 여배우이지만 누구에겐 아닐 수도 있겠지요. 많은 이들이 격찬하는 디카프리오의 이번 연기가 제가 보기에는 저 놈이 오스카를 타려고 발악을 떠는 걸로밖엔 안보이는 것처럼요 ^^
2016.02.11 13:35
마지막 장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이 영화에서 케이트 블란쳇의 눈빛 연기는
뭔가 과장된(지나치게 유혹적인? 혹은 지배하려는 듯한?) 느낌이어서 제가 캐롤의 섬세한 감정들을
잘 느낄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한데 어젯밤에 구글에서 검색을 좀 해보니 토드 헤인즈 감독이
두 주인공의 눈빛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며 영화를 찍은 것 같더라고요.
이 영화의 엔딩과 두 주인공의 눈빛 연기에 대해 설명해 놓은 글들도 의외로 많았고요.
자신의 욕망을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동성애자의 유일한 소통 수단으로의 눈빛이라는 얘기도 있고
female gaze, lesbian gaze 등등 male gaze와는 다른, 여성의 시선에 대한 많은 논의들이 있나 봐요.
그러니까 아마도 두 배우는 감독의 철저한 계산 하에 그런 연기를 한 것 같아요.
워낙 이 영화에서 케이트 블란쳇의 눈빛이 독특해서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던 것뿐이에요.
이 배우가 아름답고 매력적인 배우라는 건 뭐 말하면 입만 아프죠. ^^
2016.03.07 14:05
어.. 저도 캐롤을 그렇게 느껴서 공감이 가요
제가 생각하기에 사랑은 복잡한 관계망 속에 놓여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아주 간명하게 보이는 순간이 있더라도 지속되기엔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영화는 삶에 비하면 순간이지만 그 안에 삶이 있기 때문에 지속하기 위한 의지도 담겨야 한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