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9 16:20
미세먼지 때문인지 온통 하늘이 흐리고 기운 빠지는 주말이네요. 이럴 때는 집에 가만히 앉아서 영화를 봐야죠. ^^
요즘 신도 카네토,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의 일본 영화를 보면서 뭔가 섬뜩한 느낌을 주는 강렬한 영화들에 심취해 있어요.
그런 종류의 영화로 제가 매력을 느낀 것들을 모아보면,
테시가하라 히로시 감독의 모래의 여자(Woman in the Dunes, 1964), 타인의 얼굴(The Face of Another, 1966)
신도 가네토 감독의 오니바바(Onibaba, 1964), 수풀 속의 검은 고양이(Kuronenko, 1968)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의 눈먼 짐승(Blind Beast, 1969), 붉은 천사(Red Angel, 1966), 아내는 고백한다(A Wife Confesses, 1961)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백치(The Idiot, 1951)
비슷한 느낌의 영화들을 찾아보다가 뭔가 비극적이고 탐미적인 (혹은 퇴폐적인 ^^) 느낌의 영화들도 보고 싶어서
아래 영화들도 찾아놨어요. (제대로 찾았는진 모르겠지만 ^^)
1. 이치카와 곤 감독의 열쇠(Odd Obsession, 1959)
=>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소설을 긴장감 있게 잘 각색한 것 같아요. 첫 장면은 상당히 멋지게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위에 적은
60년대 영화들보다는 뭔가 좀 딱딱하고 관객을 확~ 사로잡는 힘이 부족한 것 같지만 섬뜩한 분위기가 살아있고 재미있는
영화였어요. (클O박O의 영어자막은 시작부터 영 아니더군요. 곰플레이어에서 자막찾기로 찾은 영어자막은 괜찮았어요.)
2. 나카히라 코우 감독의 미친 과실(Crazed Fruit, 1956)
=>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 청춘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네요.
이 영화는 남녀캐릭터 세 명 모두 저에겐 별로 설득력이 없어서 그닥 재미있게 보진 못했어요. ㅠㅠ
3.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의 무호마츠의 일생 (The Rickshaw Man, 1958)
=> 이 영화 참 재밌네요. 유머가 넘치고 따뜻하고 아름다워요. 화면의 색감이 참 마음에 들고 남자주인공의 연기도 훌륭하고요.
아주 재밌는 얘기를 듣는 듯한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좀 느슨하고 군더더기가 붙은 감이 있지만 ^^
(이 영화는 비극적, 탐미적까지는 아니고 그냥 정답고 아름다운 영화였어요. ^^)
아마 제 선호도는 3 > 1 > 2 가 될 것 같아요.
혹시 위에 제가 적은 영화들과 비슷하게 섬뜩하고 강렬하고 비극적이고 탐미적인 영화들을 알고 계시면 가르쳐 주세요. ^^
일본 영화 쪽은 별로 아는 게 없어서 (그렇다고 다른 나라 영화를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 ^^) 영화 찾기가 힘드네요.
꼭 일본 영화가 아니어도 괜찮고요.
마를리네 디트리히가 나오는 푸른 천사(1930),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 같은 영화 몹시 좋아합니다.
아, 무도회의 수첩(Un Carnet de Bal, 1937)이나 Madame de...(1953) 같은 낭만적이면서 슬픈 영화도 좋아하고요.
빌리 와일더 감독이 알콜중독자를 그린 영화 The Lost Weekend(1945)나 Sunset Blvd.(1950)의 비극적인 느낌도 좋아해요.
존 말코비치가 나온 Dangerous Liaisons(1988)을 더 좋아하지만 얼마 전에 본 밀로스 포먼의 Valmont(1989)도 괜찮더군요.
(콜린 퍼스의 꽃미남 시절 얼굴도 보고 아네트 베닝의 매력적인 모습도 볼 수 있어요.)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들을 중심으로 만든 영화 Mishima: A Life in Four Chapters(1985)도 굉장히 인상 깊게 본 영화고요.
기타노 다케시의 Dolls(2002)도 기억나네요.
격렬한 사랑 영화 Head-On(2004)도 좋아하고 Under the Skin(2013)같이 은근히 관능적이면서 섬뜩한 영화도 좋아합니다.
제가 언급한 영화들의 주된 특징은 등장인물이 파멸해 가는/쇠락해 가는 비극적인 모습을 강렬하고 아름답게 그렸다는 것
같은데... 이런 영화 어디 좀 더 없나요??
2016.04.09 16:42
2016.04.09 17:07
블랙 스완은 재미있게 봤어요. 헬터 스켈터를 찾아보니 같은 제목의 영화가 많은데...
니나가와 미카 감독의 일본 영화를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마침 동영상이 인터넷에 있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
심심해서 뒤늦게 음악도 한 곡 붙여봐요. ^^
Craig Armstrong - In My Own Words
2016.04.09 21:30
2016.04.09 17:58
언더그라운드님은 영화광이라 해도 되겠습니다.
2016.04.09 19:31
뭐 이 정도를 갖고 그러세요. ^^ 제가 좀 몰아보는 스타일이라 벼락치기 영화광이긴 하지만... ^^
오늘은 먼지가 많으니까 먼지 노래 하나 ^^
Craig Armstrong - Dust (feat. Jerry Burns)
2016.04.09 18:42
'섬뜩'과 '끔찍'은 다르긴 하지만... 좀 끔찍한 것도 괜찮으시다면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성스러운 피(Santa Sangre, 1989)'요.
2016.04.09 19:40
예전에 조 감독의 <엘 토포>를 봤고 얼마 전에 <홀리 마운틴>도 봐서 어느 정도 단련이 됐어요. ^^
이 두 영화보다 심하지만 않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갑자기 음악 듣는 모드가 돼서 역시 뒤늦게 붙여보는 노래 한 곡 ^^
Craig Armstrong - Wake Up in New York (feat. Evan Dando)
2016.04.09 19:26
2016.04.09 19:52
제가 영화 <분홍신>을 안 봤다는 걸 어떻게 아시고... ^^ 이번에 한번 봐야겠네요.
앨버트 르윈 감독의 Pandora and the Flying Dutchman(1951)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찾기가 힘드네요.
<아브라함 계곡>도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은데 이렇게 댓글로 보니 갑자기 봐야겠다는 생각이
보글보글 솟아오르는데 찾아도 없고... (그래도 일단 제목을 기억해 놓으면 언젠가는 보게 되더라고요.)
여러 영화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 곡 ^^ (마지막은 왠지 고르기 힘들어요. ^^)
Craig Armstrong - Let's Go out Tonight (feat. Paul Buchanan)
2016.04.09 20:32
2016.04.09 23:52
2016.04.10 00:14
오옷, 사랑을 위한 죽음(Turkish Delight, 1973)이라니, 제가 한국어 번역 제목에 열광하기는
처음인 것 같네요. ^^ 폴 버호벤 감독이 이런 영화도 만들었군요.
제 취향일 것 같은 느낌이 확~ 밀려와요. ^^
(제3의 사나이는 재밌게 보셨나요?? ^^ 저는 12시 반까지는 봤는데 그 이후엔 기절해서..)
Craig Armstrong의 노래는 밑천이 다 떨어졌으니 다른 가수로...
Goldfrapp - Stranger
2016.04.10 00:45
제3의 사나이는 수십번 본 영화라 한국 TV에서 보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정도 느끼고 방에 들어와 일했습니다.
지금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가 기억이 났습니다.
2016.04.10 01:21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과연 언제쯤 볼 수 있을 것인지...
(저는 괜찮은 평가를 받는 영화가 야하다고 하면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보고 싶어하는데
이 영화는 왜 이렇게 안 땡기는지 ^^) 사운드트랙은 정말 좋은데 말이죠.
Gato Barbieri - Last Tango in Paris
2016.04.11 00:03
2016.04.11 08:36
예전에 <순응자> 보려고 찾아놨는데 어떤 영환지도 모르고 묻어두고 있었네요. ^^
봐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마구 되는데요. 나머지 세 영화는 다 재미있게 봤어요.
<순응자>를 보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좋아지면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도
볼지도 모르겠네요. 두 영화 모두 사운드트랙이 참 좋은 것 같아요.
Georges Delerue - Valzer Del Conformista & Couleurs de Paris (from <The Conformis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25422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43976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52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