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직에서 오래일하면 드는


"아, 내가 왜 이짓을 해야 하는가"



* 메피스토는 협상과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뭔가를 얻기위해 주고, 이런거와는 거리가 멀어요. 

정찰제를 좋아하고 흥정을 멀리하지요. 하고싶으면 하고 말고싶으면 말라 나는 양보받기도 하기도 싫다...뭐 이런겁니다.

이런 성격에 물건을 파는 일을 한다는건.......네. 먹고살아야지요.


오늘 진열된 제품에 하자가 발견됐습니다. 

'하자'라는 단어가 있으니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잡티수준이고, 심지어 문질문질하면 사라집니다. 

해당모델은 그거 딱 하나가 남았고, 나머진 전부 판매. 


갑자기 고갱님이 흥정을 하려고 합니다.


고갱 : 잡티가 묻었으니 깎아달라. 


메 : 죄송하지만 그건 어렵습니다.


고갱 : 왜 어렵냐. 


메 : 기본적으로 정찰제이며, 문제가 있는 제품은 저희도 본사로 반품하고, 이정도의 경미한 때가 묻은 제품은 그대로 판매합니다. 

그래도 기분이 안좋으실 수 있으니 사은품 하나 챙겨드리겠습니다,


고갱 : 사은품은 물론이고 진열제품이니 깎아달라.


메 : 저희는 진열과정에서 하자나 마모가 발생하는 제품이 아니기에 깎아드리지 않습니다.


고갱 : 다른 곳은 진열제품 깎아준다


메 : (슬슬 짜증이 옴)죄송합니다(그럼 거길 가든가).


고갱 : 인터넷에서 구입하면 더 싸다.


메 : 죄송합니다(그럼 인터넷으로 사던가)


고갱 : 이윤 많이 남기는거 안다 깎아달라.


메 : 죄송합니다(너 왜 안가니)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 메피스토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물건을 정리하는 액션을 은근하게 취합니다. 사라면 사고 말라면 말라는 무언의 시위입니다. 

그러자 고갱님은 궁시렁거리면서 자기가 사겠다고 합니다.

다시 카운터.



메 : xxxxx원입니다.


고갱 : 사은품 챙겨달라. 나중에 문제 생기면 환불하겠다.


메 : 네. 영수증 함께 가져오시고 확인후 환불드리겠습니다.


고갱 : 사은품 하나 더 달라. 하자품 판매하니 하나 더 줘야한다.


메 : 말씀드렸다시피 사은품은 하나만 챙겨드립니다. 


고갱 : 하자품 판매하면서 왜 사은품 안주는거냐. XXX(브랜드) 자주사는데 이런적 없다.


메 : 하자품이 아니라 경미한 때가 묻은 제품이고 사용 및 수명에 어떠한 영향도 없습니다. 


고갱 : 경미한 때도 하자는 하자다. 다른 곳에선 이런 제품을 본 일이 없다. 사은품 하나 더 달라.


메 : 죄송하지만 더는 어렵고 다음에 오시면 잘해드리겠습니다.


고갱 : 사은품 하나 더 줄 수 없으면 깎아달라.


메 : (깊은 빡침)말씀드렸다시피 그건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고갱 :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줄 모르냐. 그냥 내가 여기까지만 하겠다. 그냥 달라.


메 : 네. xxxxx원입니다.


고갱 : 문제가 생기면 꼭 환불해줘야한다. 내가 여기 자주 오는 사람이고 오늘 많이 사간다. 


메 :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가세요(남들이 보면 돈백...아니...십만원이라도 쓴 줄 알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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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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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아아아. 싫습니다. 싫어요. 

대화의 재현율이 높은 이유는 이런 일이 굉장히 일상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레파토리가 똑같아요. 두세문장정도 길어지느냐 짧아지느냐의 차이지.    

그냥 진열된 제품을 사는 사람의 2/3가량이 저런식으로 반응을 보이고 그 사람들의 대부분이 유사한 과정을 거칩니다.

매번 드는 생각은 하나. 이 사람들은 왜 돈쓰고도 욕먹는 일을 벌이는걸까. 어디서 연구해서 단체 교육이라도 받고오는건가?


아. 진열품이나 경미한 문제가 있는 제품을 기피하는 가치관을 욕하는게 아닙니다. 돈주고 (본인이 문제라고 생각하는)찝찝한 제품을 사야할 이유는 없지요.

사야할 이유가 없으면 안사면 됩니다. 몇억대의 거래를 하는 것도 아니고 깎으려는 가격이 크거나 사은품이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제품or희소성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굳이 트러블을 만들고 지겨운 일을 벌입니다. 

메피스토의 대화는 저기서 끝이지만, 직원의 성격에따라 고갱이 본전도 못건질수도 있습니다(메피스토는 백화점에서 일하지 않습니다). 

사은품 얼마를 얻어갔으니 고갱의 승리일까요? 

잘알지도 못하는 매장 근로자들의 쌍욕섞인 욕을 뒤에서 듣는 것이 딱히 득보는 일이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어거지로 탄생됐습니다. 고작 몇백원, 몇천원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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