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2 00:19
* 서비스직에서 오래일하면 드는
"아, 내가 왜 이짓을 해야 하는가"
* 메피스토는 협상과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뭔가를 얻기위해 주고, 이런거와는 거리가 멀어요.
정찰제를 좋아하고 흥정을 멀리하지요. 하고싶으면 하고 말고싶으면 말라 나는 양보받기도 하기도 싫다...뭐 이런겁니다.
이런 성격에 물건을 파는 일을 한다는건.......네. 먹고살아야지요.
오늘 진열된 제품에 하자가 발견됐습니다.
'하자'라는 단어가 있으니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잡티수준이고, 심지어 문질문질하면 사라집니다.
해당모델은 그거 딱 하나가 남았고, 나머진 전부 판매.
갑자기 고갱님이 흥정을 하려고 합니다.
고갱 : 잡티가 묻었으니 깎아달라.
메 : 죄송하지만 그건 어렵습니다.
고갱 : 왜 어렵냐.
메 : 기본적으로 정찰제이며, 문제가 있는 제품은 저희도 본사로 반품하고, 이정도의 경미한 때가 묻은 제품은 그대로 판매합니다.
그래도 기분이 안좋으실 수 있으니 사은품 하나 챙겨드리겠습니다,
고갱 : 사은품은 물론이고 진열제품이니 깎아달라.
메 : 저희는 진열과정에서 하자나 마모가 발생하는 제품이 아니기에 깎아드리지 않습니다.
고갱 : 다른 곳은 진열제품 깎아준다
메 : (슬슬 짜증이 옴)죄송합니다(그럼 거길 가든가).
고갱 : 인터넷에서 구입하면 더 싸다.
메 : 죄송합니다(그럼 인터넷으로 사던가)
고갱 : 이윤 많이 남기는거 안다 깎아달라.
메 : 죄송합니다(너 왜 안가니)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 메피스토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물건을 정리하는 액션을 은근하게 취합니다. 사라면 사고 말라면 말라는 무언의 시위입니다.
그러자 고갱님은 궁시렁거리면서 자기가 사겠다고 합니다.
다시 카운터.
메 : xxxxx원입니다.
고갱 : 사은품 챙겨달라. 나중에 문제 생기면 환불하겠다.
메 : 네. 영수증 함께 가져오시고 확인후 환불드리겠습니다.
고갱 : 사은품 하나 더 달라. 하자품 판매하니 하나 더 줘야한다.
메 : 말씀드렸다시피 사은품은 하나만 챙겨드립니다.
고갱 : 하자품 판매하면서 왜 사은품 안주는거냐. XXX(브랜드) 자주사는데 이런적 없다.
메 : 하자품이 아니라 경미한 때가 묻은 제품이고 사용 및 수명에 어떠한 영향도 없습니다.
고갱 : 경미한 때도 하자는 하자다. 다른 곳에선 이런 제품을 본 일이 없다. 사은품 하나 더 달라.
메 : 죄송하지만 더는 어렵고 다음에 오시면 잘해드리겠습니다.
고갱 : 사은품 하나 더 줄 수 없으면 깎아달라.
메 : (깊은 빡침)말씀드렸다시피 그건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고갱 :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줄 모르냐. 그냥 내가 여기까지만 하겠다. 그냥 달라.
메 : 네. xxxxx원입니다.
고갱 : 문제가 생기면 꼭 환불해줘야한다. 내가 여기 자주 오는 사람이고 오늘 많이 사간다.
메 :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가세요(남들이 보면 돈백...아니...십만원이라도 쓴 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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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 싫습니다. 싫어요.
대화의 재현율이 높은 이유는 이런 일이 굉장히 일상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레파토리가 똑같아요. 두세문장정도 길어지느냐 짧아지느냐의 차이지.
그냥 진열된 제품을 사는 사람의 2/3가량이 저런식으로 반응을 보이고 그 사람들의 대부분이 유사한 과정을 거칩니다.
매번 드는 생각은 하나. 이 사람들은 왜 돈쓰고도 욕먹는 일을 벌이는걸까. 어디서 연구해서 단체 교육이라도 받고오는건가?
아. 진열품이나 경미한 문제가 있는 제품을 기피하는 가치관을 욕하는게 아닙니다. 돈주고 (본인이 문제라고 생각하는)찝찝한 제품을 사야할 이유는 없지요.
사야할 이유가 없으면 안사면 됩니다. 몇억대의 거래를 하는 것도 아니고 깎으려는 가격이 크거나 사은품이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제품or희소성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굳이 트러블을 만들고 지겨운 일을 벌입니다.
메피스토의 대화는 저기서 끝이지만, 직원의 성격에따라 고갱이 본전도 못건질수도 있습니다(메피스토는 백화점에서 일하지 않습니다).
사은품 얼마를 얻어갔으니 고갱의 승리일까요?
잘알지도 못하는 매장 근로자들의 쌍욕섞인 욕을 뒤에서 듣는 것이 딱히 득보는 일이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어거지로 탄생됐습니다. 고작 몇백원, 몇천원때문에.
2015.11.02 01:24
2015.11.02 08:36
얼마전 아이옷을 사려했는데 마네킹에 입혀놓은 것 밖에 없다길래
"진열상품인데 좀 깎아주시면 안돼요?" 고 했더니 "저거 신상이고 어제 입혀놓은거라 안돼요~" 해서 "네 그냥 저거 제 가격에 살께요" 했죠. -_-;;;;
제가 일하는 분야도 감정노동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데 (약사입니다. -_-;;) 일해보니 장사란 건 사람의 바닥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는 걸 알겠더군요. 고생하시네요.
그나저나 메피스토님이 "사은품을 드린다"거나 "다음에 오시면 잘해드린다"거나 라고 말한 게 그 사람에게 자꾸 미련을 갖게 만든게 아닌가 싶네요.
차라리 아무소리 않고 계산대로 가서 계산하고 난다음 사은품을 드리면서 다음에 잘해주겠다고 하시는 건 어땠을까 싶네요. 그렇지만 이런 방법도 항상 통하지는 않겠지요.
수학 천재니 과학 천재니 이공계열 천재는 천재가 아니라고 봅니다. 인간관계에서 보편타당한 법칙을 발견하고 그것을 퍼뜨리고 중재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천재지요.
2015.11.02 08:40
2015.11.02 09:09
채찬/
미련을 남긴다..라기보단 경험에 근거한 선수치기라고 보시면됩니다. 계산 뒤 사은품을 줘도 매우 높은 확률로 '하나 더'를 요구하기 때문이죠. 그냥...어느정도 진상인지를 측량하는 시험지랄까.
사실........어차피 처음부터 트집을 잡는 사람은 그 트집을 핑계로 가격할인이든 사은품이든 뭐든 하나 더 얻어내려고합니다.
채찬님과 같이 한번 시도해봐서 안될 경우 딱 끊어주는 사람은....정말정말 소수입니다. 이건 마음먹고 체크만했다면 통계도 뽑을 수 있을 것 같아요..
2015.11.02 10:20
얼마전에 백화점에서 진열품이니까 싸게 해 달라고 떼부린 저로선 좀 죄송합니다.
변명하자면 많은 가게에서 진열품은 조금씩 깍아주시니까요. 저야 근성이 없어서 두어번 얘기해보고 포기 하긴 했지만... 흥정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백화점에서 얼마 깍았다는걸 자랑하시는 분들도 있으시니..
의사던 백화점 매대에 서 있건 사람을 대하는 직업은 다 어려운것 같아요.
2015.11.02 10:49
2015.11.02 10:48
2015.11.02 11:30
tempsdepigeon/
말을 안하는 사람에게 안주는건..... 기본적으로 물건을 사면 그 물건을 주지 다른 물건을 주지는 않지요.
흥정 실랑이 하는 동안 시간이 가고, 그 고객이 매장안에서 난동이나 진상을 부리는것보다 쥐어주고 쫓아보내는게 '덜 피곤한'일이기때문에 그렇게 하는것일 뿐입니다. 그게 소비자 권리라서 상인이 챙겨주는게 아니라요...
그렇다면 상인들이 덜피곤하려고 주는 것이니 소비자는 요구해서 받으면 그뿐일까요?
사은품이라는것도 업종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조건(특정액수이상의 고액구매고객이나 프로모션제품 구매고객 등)을 충족하는 사람에게 주기위해 존재하는 것이지요. 말하면 주고 말안하면 안주고...그런 개념이 아닌겁니다. 요약하자면...줄만하면 알아서줘요. 호구니 뭐니 이런개념이 아니라요.
남들이 받는거 나는 왜 못받냐? 진상은 거기서 출발합니다. 인터넷에 서식하는 블로거지들, 백화점에서 직원들 무릎꿇게 만드는 고객들. 모두 "소비자입장에선 요구하지 못할 내용도 아니다"에서 출발하지요. 가장 좋은건 써있는 가격으로 집어가면 되는겁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집어가면 되고요. 구입한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교환-환불처리를 하면 됩니다. 그럼 모두에게 평화가 찾아오죠.
아.....그리고. 진열제품만 싸게 파는 사이트(업체)도 있겠지요. 그런데 거기선 그게 정가(혹은 붙어있는 가격)겠죠? 거기서도 깎으려는 사람이 있을테고, 전 그게 돈주고 욕먹을짓이라는겁니다.
2015.11.02 14:05
글쎄요. 진상을 쫓아내는 방법이 요구하는대로 들어주는 거라면 '기어이 그거 받아내고 말았니' 라는 무리보다는 '난 안주던데 역시 말안하고 가만있으면 호구구나' 가 일반적인 반응인것같아요.
물론 기가막힐정도의 진상도 있죠. 어디끝까지 대접을 받아야 성에차는지 자기자신도 모르는 사람. 그래서 아무튼간에 손님인 내가 지는건 있을 수 없는 사람.
하지만 그런 흥정이 통하는 곳이 더 많고 더군다나 물건에 흠이 있거나 물건에 사용감이 있어서 도저히 새것이라고 할 수 없을 경우 그 간극을 매우기 위해서 값을 깎아 팔거나 사은품을 더 얹어주는 곳도 엄연히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팔겠죠?
또 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물건도 아닌 여러사람 손을 거친 물건이다 보니 그걸로 값을 조금 깎아 살순 없을지 말을 건네보는것까지는 진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악담을 하고 악다구니를 부리는 사람부터가 진상이죠.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정찰제를 고집하는 매장과 흥정이 가능한 매장을 알수가 없어요 대부분의 매장이 어느정도 흥정이 가능하다보니 흥정을 시도해볼수 밖에 없구요.
그게 정 귀찮으시고 싫으시다면 정찰제와 진열상품에 대한 규정을 확고히 할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대부분 정말 확고한 매장들은 그 사은품조차도 안줍니다. 그냥 아예 칼같이 자르더군요.
우야든둥 제가 하고싶은 말은 소비자도 혼란스럽기는 매한가지란 말입니다. 뭐든지 점원이 해주는대로 군말않고 살아왔더니 어느날 나는 호구되고 언급이라도 한사람은 다 받았더라 같은.... 소비자들끼리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안깎아주는 곳은 그러려니 하는데, 혹시나 싶어 말했더니 두말없이 깎아주는 곳이 사실은 기분이 더 더럽다.
2015.11.02 14:21
글만 읽어도 피곤하군요.
매장마다 다를 수 있는거지 무슨 매장들이 연합을 해서 절대 안깎아주거나 사은품도 안주거나 해야 하나요.
흥정을 해서 안먹히면 여기는 안깎아주는 곳이구나 하면 되는거죠.
그리고 두말없이 깎아줘도 기분이 더럽다니... 어쩌라는 건지요.
2015.11.03 01:15
보기만 해도 진이 빠지는데, 저것도 흥정의 재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