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4 18:03
사실 안철수 관련 글을 썼다 등록 안하고 지웠다 하고 있었는데요.
탈당까지 하였으니 한번 써봅니다.
우리 안철수 의원의 탈당은 혁신위의 혁신안을 거부하고 본인의 혁신안을 들이밀때부터 예정되어 있다고 봅니다.
혁신위원장 권유하니 거부해놓고.. 그래서 모셔온 분들로 혁신위를 꾸려 안을 내미니까 그걸 거부하고 자기가 만든 혁신안을 내밀었잖아요.
그냥 문재인 대표 체제하에서는 다 싫다. 이런거 아니겠어요.
하여튼.. 최근 몇달간 문재인과 안철수 사이에서 지루한 핑퐁이 오갔는데..
문재인은 '나 안도와줄거면 나가라' 였고, 안철수는 '내발로 나가는 그림은 싫다. 쫒아내라' 가 본심이었다고 봅니다.
안철수는 문재인에게 최대한 비참하게 쫒겨나야 그림이 나온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문재인에게 대선때 양보하고, 지방선거 졌다고 대표에서 밀려났고, 마지막으로 혁신안까지 거부당하면서 쫒겨나는 모습을 그려야 지지율을 높일 수 있고, 야권 분열의 책임도 피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보니 뭐 잡스처럼 자기도 쫒겨났다.. 라고 했다던데. 최대한 '쫒겨났다'를 강조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곤란한게....
자기 따라 나오는 사람이 많으면 쫒겨난 그림이 안됩니다. 자기가 그렇게 피하고 싶어하는 야권 분열의 아이콘이 되어 버리죠.
새정치라는 브랜드가 안철수 개인의 최대 무기인데 총선 앞두고 공천때문에 사람들 우르르 데리고 나와서 천정배랑 합당하네 연합하네 하면 새정치가 아니하 그냥 '정치꾼'이 되어버리죠.
뒤에서 안철수를 이용해서 문재인과 대립각을 세워온 사람들이 다 따라 나오면 그냥 '탈당자들중 하나'까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정말 억울할 상황이죠.
안철수 따라 나오는 사람이 적으면 적은대로 문제가 됩니다.
새정연에서 안철수 따라 나오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공천과 다음 총선을 보고 나오는 겁니다. 새정치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은 아니죠.
안철수 개인 브랜드를 보고 따라 나오는 것인데, 이 사람들이 적으면 '안철수 별거 없나보네?' 하는 식의 상처를 입게 됩니다.
자기를 따르는 사람이 적으면 결국 신인들을 데려오고 또 기존 정치인들도 데리고 오고 새정연을 제외한 야권과 연합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상처 입은 안철수에게 신인과 기존 정치인들이 따라갈까요? 잘못하면 새누리와 새정연에서 공천 밀린 떨거지들만 들어오려고 할테고 이건 최악의 상황이지요.
자기 따라 나오는 사람이 많아도 곤란, 적어도 곤란... 이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하지만, 이렇게 답 안나오는 상황에서 탈당을 한거 보면 그래도 안철수구나 싶네요.
자기 자신은 정치판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라는 자신감, 새정치를 국민들이 지지해줄거라는 자신감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안철수는 다음 대선이 지나고 문재인이 정계은퇴를 하거나 불출마 등을 통해 2선으로 물러나야 진정한 역량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그때까지 잘 헤쳐나가서 야권의 무게중심중 한명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2015.12.14 18:17
2015.12.14 18:23
저는 생각이 다른데요.
안철수는 short term만 생각하고 정치를 하고 있어요.
즉, 2017까지만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2022를 노리는 것이 아닌이상은 승부를 거는거죠.
문재인과 같이 흥해도 안되고, 같이 쇠해도 안되고요.
문재인이 안되는 상태에서 자신의 존재감은 유지하는 전략입니다.
2015.12.14 18:27
2015.12.14 18:28
2015.12.14 18:34
2015.12.14 18:40
안철수는 문재인과 공동운명체가 되는것을 항상 피해왔어요.
혁신위원장도 거절하고, 인재위원도 거절하고, 문안박도 거절하고요,
같이 흥하거나 같이 망하는것은 자신에게 의미가 없는 거였죠.
저도, 글을 올릴까를 신중히 생각하다가 그만두기를 반복했는데, (안철수도 새정연소속인 야권정치인이었으니까요)
이젠 말할수 있을것 같네요.
안철수는 비주류를 이용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혁신전당대회를 주장한거구요(안철수의 욕망을 이용한 비주류죠)
김한길계는 자신을 지지하고 있으니, 당대표 선거에서 문재인과 일전을 겨뤘던 또 다른 류의 박지원계까지 자신을 지지하면
혁신전당대회에서 문재인이 다시 나와도 자신이 이기는 것이니까요.
이런상황이 답답했어요. 이기는 편이 우리편이라고 하기엔,
그 결과는 너무나 미련스러우니까요.
이렇게 된것이 차라리 잘된것이라고 자위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아니었으면, 2017년에 나타날 지랄이었습니다.
2015.12.14 19:52
2015.12.14 20:16
2015.12.14 22:02
문병호가 블러핑이랍시고 부른 동반탈당 의원수가 겨우 30명인데, 그걸 보고서도 나 따라 많이 탈당하면 어떡하지 걱정했다면 정치인으로서는 이미 그른 거예요.
안철수의 정치인으로서 문제점 두 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본인의 정략적인 감각이 너무 떨어지는데 초심자의 행운을 너무 크게 얻었다는 겁니다. 어떤 정치적인 이벤트를 기획하든 서울시장 양보할 때처럼 될 거라고 생각하죠.
다른 하나는 정치적 동기가 너무 순수하다는 건데, 그 동기가 안티테제만 있다는 거예요. 본인이 2017 대통령이 될 욕심에 차있다면 자기 세력을 만들기 위해서 혁신위원장이든 인재영입위원장이든 공동비대위원장이든 받아서 부분적으로나마 공천권을 행사하고 자기 사람을 호남지역구에 꽂았을 겁니다. 무상급식 철회에 반대해서 정치를 시작하고, 박근혜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대선에 출마한 사람이다 보니까, 문재인을 사퇴시키기 위해서 저 제안들을 모두 받지 않았고, 친노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 탈당까지 하는 거죠. 마치 바이러스를 퇴치하듯이요. 백신은 바이러스와 협상을 하지 않으니까요.
2015.12.14 22:50
2015.12.14 23:26
개인적으로는 한다, 한다 했으니 하는게 결과적으로는 맞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한다 하고 안했으면 영영 자기 정치의 길은 없을 뻔 했을 듯. 이런 패는 한번 던질 수 있는 거죠. 문재인은 별로 잃은게 없지만 그게 한계 같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잃은게 별로 없거든요. 따라 나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도 안철수한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는 자기 이름이 자기 정치 자산이고(정치적으로 한게 뭐 있냐만은, 브랜드라는거죠) 문재인은 아니거든요. jtbc 여론조사 보니 탈당 반대, 신당 지지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단순 퍼센테이지만 놓고 보면 야당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치이던데 실제 두 사람의 지지율은 각자 소폭 올랐죠. 김무성이 좀 빠졌고. 일단 그리 여론은 좋지 않으나 혁신, 자기 정치, 독자적으로 안해봤으니 안철수로선 이게 바닥점은 아닌 것 같아요. 아직은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고 무당파 쪽 사람들이 변수거든요. 지지부진하게 되면 뭐 어차피 답이 없어지는건 이대로도 마찬가지였고.. 둘 다 별로 정치인으로 역량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차피 헤어질거였니 앞으로가 더 두고 볼 일입니다. 둘 다 별 기대가 안되는게 문제이기는 한데.. 요새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그냥 하는 생각이긴 합니다만..뉴스보다 써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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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어, 나의 훌륭한 말씀을 안 들어? 그럼 난 나갈거야' 한 다음 자기 손으로 탈당계 내고 나와선 '나 쫓겨났다' 하면 이건 객관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 언행이잖아요.
안철수에게 감정이입한 사람들(내지 지지자들)이라면 모를까, 정치인을 구경꾼으로서 바라보는 제3자들은 안철수의 언행이 납득이 안 될 수 밖에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