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2017.01.19 00:32

윤주 조회 수:1866

어느 공무원 워킹맘이 휴일 없이 주 70시간 노동에 육아까지 챙기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군요.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5&aid=0000965859

누구는 노동에 누구는 여성에 방점을 찍고 있는데 이 사건은 노동자와 여성으로서 이중의 억압의 결과 같아요.

아래는 서천석 선생님의 페북글인데, 워킹맘들이 이 사건에 발언할 여유조차 없다는 지적이 뼈아프지만 공감되네요. 소 잃고라도 외양간 고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270452749679647&id=100001448018085

뭐라 할 말이 없다.

육아휴직 후 복직한 첫 주에 그는 70시간을 일했다. 한 주에 70시간이고 쉬는 날은 없었다. 주말에는 밀린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새벽에 나와 일했다. 오후에는 아이들과 놀아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장마비로 직장 계단에서 숨을 거두었다. 오늘 있었던 일이다. 그는 공무원이고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다. 워킹맘이다. 그에 대해 그의 상사는 평소에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무척이나 사랑했을 세 아이는 이제 엄마를 더 이상 보지 못한다.

그럴 것이다. 그 외에도 그 부서에서 일하는 기혼과 미혼의 남자 직원, 미혼의 여자 직원도 그처럼 무리해서 긴 시간을 일할 것이다. 아마 그에게만 독하게 일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복직 후 적응 기간도 제대로 주지 않고 (어쩌면 기다렸다는 듯이 밀린) 업무를 맡긴 것은 분명 따져봐야 할 일이겠지만 우리나라의 근무 환경은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다.

70시간,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중앙부처 여성공무원으로서 그는 업무에서도 밀리고 싶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능력 면에서 뒤쳐지는 것이 없으니 그런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아이 엄마라고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미 반쯤 포기했을지 모른다. 그저 남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자기 일만은 스스로 확실히 해내려는 마음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미안하다는 말 하기도 지쳐 직장을 그만둔다는 워킹맘들을 나 역시 수없이 만나 보았다.

그가 주말에도 일한 이유는 평일에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퇴근을 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워킹맘이니까. 아이들이 기다리니까. 남자라면 야근을 했을 텐데 그는 야근을 할 자유도 없었다. 그는 퇴근 후 또 다른 출근을 했을 것이다. 이제는 다들 알다시피 워킹맘은 직장에서의 퇴근이 퇴근이 아니다. 또 하나의 출근이다. 한국의 워킹맘은 하루 평균 3시간의 가사 노동을 하고, 2시간의 육아 노동을 하니까.

나도 남자로서 뭐라고 말 할 권리가 없다. 면목이 없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워킹맘들은 화가 나도 당장 시간을 내 글 쓸 여유도 없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변화가 필요하다. 아이와 잘 살아보려고 노력한 것인데 이렇게 아이를 두고 죽게 되다니. 이건 아니지 않나 싶다. 전국의 워킹맘들, 그리고 일하는 아빠들이 함께 작은 행동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검은 리본이라도 단다든지. 이 죽음이 절대 가볍게 넘어가지 않길. 너무 마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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