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5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9분. 스포일러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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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는 어디 있으며 '첩보국'은 어디 있는지...)



 - 남자 둘이 차를 타고 기차역으로 갑니다. 그냥 갑니다. 사소하고 별로 불필요해 보이는 장면이 한참 나오며 계속 가요. 결국 기차역에 도착하고 한 명을 기차에 태운 후 둘은 찢어지지만... 암튼 뭐 한 명은 납치 당하고 한 명은 죽어요. 죽은 쪽은 경호원이었던 듯 하네요.

 장면이 바뀌면 우리의 마이클 케인옹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거의 60년 전이군요. ㄷㄷㄷ 암튼 이 양반은 눈을 뜬 후 커피를 만드는데, 음... 또 한참을 만드는군요. 그러고 나서 출근을 하는데 아마도 정보 기관에서 일하나 봐요. 그런데 갑자기 높으신 분이 와서 '너 차출!' 이러고 데리고 가요. 그리고 새 사무실로 옮겨가는데... 사무실 출입 과정이 한참 나오고, 높으신 분이 다른 높으신 분과 대화하는 게 한참 나오고, 그러다 케인옹이 새로 일할 동료들을 만나서 인사 나누는 게 한참 나오고... 임무 설명이 한참... ㅋㅋㅋㅋㅋ 그만하구요.


 암튼 도입부에서 납치 당한 사람이 뭔가 끝내주는 기술을 개발해낸 천재 과학자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케인옹은 그 과학자를 되찾는 임무에 투입되는데요. 당연히 일은 계속해서 꼬이고 주변 사람들 중엔 믿을 놈 하나 없겠죠. 하지만 늘 언제나 여유롭고 자신만만하며 커피와 요리, 그리고 미녀를 사랑하는 스파이는 쉽게 당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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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는 '입크리스 파일'이고 이 영화에서 되게 중요한 척하는 떡밥입니다만. 안 중요합니다.)



 - '오스틴 파워를 봐라'라는 woxn3님의 댓글을 보고 쌩뚱맞게 떠올라서 '맞다, 시즌 곧 종료인데 그 전에 봐야지!' 하고 냉큼 봤습니다. ㅋㅋ 옛날옛적 스파이물이고, 제가 좋아하는 마이클 케인도 나오고, 또 기본 설정이 독특해서 전부터 언젠가 보겠다고 결심해놨던 영화였는데 덕택에(?) 이제사 봤네요.

 그 독특한 설정이란 게 뭐냐면, 도입부 설명을 보시면 알겠지만 이게 기본적으로 직업인으로서의 첩보원과 직장으로서의 정보 기관이 묘사되는 스파이물이라는 겁니다. 뭐 2022년 시점에서야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거의 60년 전에 이런 설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신기해서 어떻게 해놨는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게다가 (특히 옛날) 세상에 보기 드문 안경잽이 히어로라는 점, 그리고 이 캐릭터가 '오스틴 파워' 캐릭터에 영향을 줬다는 것도 호기심을 강화했구요. 근데... 막상 보니 이게 예상과 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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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물에서 주인공 첫 소개 장면이 이런 것이니 뭔가 어설프고 귀여운 우리들의 이웃 스파이 같은 걸 기대하게 됩니다만.)



 - 그러니까 직장으로서의 정보기관, 생계형 첩보원 나온다는 거 다 맞아요. 정보기관 사람들의 일상 업무 모습들이 비중 있게 나오는데 참으로 일반 회사, 그것도 별로 안 합리적인 상사들이 굴리는 일반 회사 같은 느낌의 장면들이 계속 보이구요. 주인공은 새 임무를 수락하기 전에 수당 협상부터 하구요. ㅋㅋ 설정상으론 주인공이 짱 센 모양입니다만, 폼나게 싸우는 장면 같은 거 거의 안 나옵니다. 총격전이나 카체이스, 격투씬 같은 것도 거의 없다시피 하네요. 그렇긴 한데,


 철저하게 환타지 스파이물이라는 게 반전(?)이었습니다. 주인공 해리 파머가 겪는 사건과 그 사건의 중심 소재, 그걸 둘러싼 믿지 못할 놈들의 암투. 모두 다 그냥 비현실적이에요. 게다가 우리 안경잽이 히어로님은 그냥 안경을 쓰고 있을 뿐 애시당초 사무요원보단 액션 히어로에 가까운 캐릭터이구요. 클라이막스부터 엔딩까지의 전개도 그냥 그 시절 전형적인 환타지 스파이물 스타일로 갑니다. 단지 화려한 액션이 없을 뿐이죠. 뭐죠 이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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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의 최신 기술도 나오고. 무려 '세뇌 기계' 같은 것도 등장하고. 그냥 환타지물입니다. ㅋㅋㅋ)



 - 그러니까 그냥 007로 인한 환타지 스파이물 붐 속에서 007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그래서 아류가 아닌 새로운 스파이물을 흥행시켜 보겠다는 야심 속에서 나온 영화였겠죠. 첫 번째 007인 '살인번호'가 1962년에 나왔고 요 '국제첩보국'이 나오기 전에 시리즈 세 편을 뽑아냈다는 걸 생각해보면 아마 그게 맞지 않을까 싶구요. (까지 적다가 듀나님 리뷰를 찾아보니 아예 007 시리즈 제작자 중 한 명이 만든 영화라구요. ㅋㅋㅋ)


 그래서 제임스 본드와 이 영화의 해리 파머, 이 두 캐릭터를 비교해보면 좀 재밌습니다. 그냥 작정하고 반대로 가려는 게 많이 보여요. 시대적 한계(?)인지 결국 뛰어난 전투 능력을 갖춘 섹시남이라는 기본 베이스는 비슷하게 공유하고 있습니다만. 디테일들이 확 달라요. 결정적으로 이 영화의 해리 파머는 사실 본격 첩보원도 아니고, 쌈박질 잘 하고 깡 센 거 빼면 일상 업무에선 그렇게 유능한 요원도 아닙니다. 보다보면 중요한 증거를 찾는 것도 대부분 동료들이고, 그걸 해석해주는 것도 주인공 말고 다른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여자는 잘 꼬시지만 그렇게 꼬신 여자가 갑자기 자신을 살리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치고 이런 전개도 없구요. 그래서 보다보면 좀 웃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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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팜므 파탈 당연히 나오죠. 근데 007의 그분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 그런데 이렇게 액션도 없고 클라이막스도 소탈하고 조용하기 짝이 없는. 그러면서 완전 본격 스파이물도 아닌 이 영화가 꽤 재밌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주인공 해리 파머의 캐릭터와 그걸 연기한 마이클 케인입니다. 의외로 캐릭터가 상당히 독특하게 매력 있어요. 그러니까 이후로 반세기가 넘도록 쏟아져 나온 스파이 영화들 속에서도 그리 흔히 보기 힘든 캐릭터입니다. 위에서 말 했듯이 환타지 히어로와 현실적 생활인의 경계에 서 있는 주인공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거기에 무뚝뚝, 독설에다가 근자감이라는 뭔가 영국맛스런 성격이 추가되는데 그걸 연기하는 게 마이클 케인이란 말이죠. 특히나 앞서 말했듯이 그렇게 막 유능하지 않다는 게 오히려 재미를 더하구요.


두 번째 이유는... 아무리 봐도 개그가 되어야할 상황과 장면들을 그냥 차분하고 진지하게 그려내는 당황스러운 연출입니다. 주인공이 차를 주차해 놓고 잠복 근무를 해요. 아무리 기다려도 타겟이 안 나타납니다. 그러면서 자꾸만 주차 요금 기계를 보여줍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본 요금이 추가 요금으로 바뀌고. 감시하는 와중에도 그걸 계속 신경 쓰는 주인공... 이러면 코미디잖아요? 근데 진지하다니까요. ㅋㅋ 이런 걸 그냥 대놓고 코미디로 연출했으면 좀 시시했을 텐데. 전혀 코미디가 아닌 것처럼 가면서 이런 식의 장면들을 계속 집어 넣으니 보는 내내 잔잔한 내적 웃음이 흐릅니다. 그래서 별 화끈한 장면이 하나도 없는 영화인데도 그냥 재밌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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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걍 두 사람 무뚝뚝한 표정만 봐도 좀 웃기지 않습니까.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까지 알면 더 웃겨요. 근데 영화는 무덤덤 진지...)



 - 어찌보면 좀 시대를 앞서가버린 영화 같기도 합니다. 요 1편의 경우엔 그 시절에도 나름 인기가 있어서 시리즈가 3편까지 나왔다지만, 그래도 이런 설정의 영화는 세기말, 세기초 쯤에 더 잘 먹혔을 거에요. 톤만 잘 조정하면 요즘에 나와도 인기 끌 수 있을 것 같구요.

 하지만 요즘에 나온다면 아마도 아예 코미디로 못을 박고 만들어질 텐데. 그렇다면 지금 이 영화를 보며 느낄 수 있는 그 애매하고 헷갈려서 재밌어지는 기분은 사라지겠죠. 그러니 그냥 지금 이대로가 좋은 걸로.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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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지하고 심각한 고문 장면입니다만!!!!)


 - 대충 정리하자면 뭐 이렇습니다.

 마이클 케인의 젊은 시절 비주얼을 배불리 볼 수 있구요.

 참으로 영국 영화스럽게 무뚝뚝하고 덜 느끼한 환타지 스파이물을 원하신다면 한 번 보셔도 좋습니다.

 게다가 다시 말 하지만 주인공의 캐릭터가 재밌어요. 그냥 이 해리 파머라는 독특한 첩보원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한 번 봐 둘 가치는 있습니다.

 다만 결국엔 정겨운 그 시절 환타지 스파이물이고 그런 주제에 화끈한 볼거리는 아예 없다는 거. 그리고 사실 사건 전개 및 추적 과정도 개연성 측면에선 구멍 투성이라 가끔 '이게 어떻게 된 거지?'하고 당황하게 될 정도라는 건 감안을 하셔야 합니다. ㅋㅋㅋ

 어쨌든 케인옹도 좋아하고 이런 남들과 다르게 괴상한 분위기도 좋아하는 저는 아주 재밌게 봤어요.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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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인(당시 33세)옹. 오래오래 살아주세요.)




 + 감독은 시드니 J 퓨리. 80년대 이후로는 그다지 주목 받을만한 영화 없이 그저그런 B급 아류 영화들만 연출하던 분이었죠. 그래도 저는 이 분의 '심령의 공포(The Entity)'를 참 재밌게 봤는데. 맘에 드는 영화가 하나 추가 되어서 좋군요. 참고로 현재 한국 나이로 90세인데 아직 살아 계시구요. 최근 연출작이 무려 2018년에 나왔습니다. 오오 뤼스펙...



 ++ 테마 음악이 뭔가 익숙하면서 꽤 듣기도 좋은데요. 다만 너무 자주 반복돼서 나와서 영화가 끝나기 전에 질려 버립니다. ㅋㅋㅋ 작곡은 존 배리였네요.


 (익숙한 메인 테마 부분은 55초쯤부터)



 +++ 왜인지 알 수 없게 계속해서 화면 구도를 어색하게 잡습니다. 기울어지고, 보통은 피사체를 화면에 다 담기 마련인 구도에서 일부러 프레임 밖으로 삐져 나가게 만든다거나. 그리고 미칠 듯이 앙각에 집착해요. 대체 왜 이러는 건데!!!!? 라고 감독 멱살 잡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 ㅋㅋㅋ 근데 뭐 보면서 거슬리진 않았어요. 



 ++++ 우연히도 이것도 올해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졌군요. 뭐 영화 리메이크는 아니고 원작 소설 기반이겠죠.



 평은 상당히 좋은데 한국에서 볼 방법은 없는 듯?

 그리고 예고편을 보니 안티 007이라는 걸 아주 홍보 포인트로 들이밀고 있고, 장르도 코믹 스릴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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