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7 23:14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이번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보고 왔습니다.
원제는 '奇蹟' 단 두자인데, 왜 이렇게 늘렸나 싶기도 합니다.
왠지 순수함이 더 뭍어나는 것 같긴 한데... 전 좀 별로네요.
영화는 좋았습니다.
감독이 혹시 진짜 초등학생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았습니다.
'걸어도 걸어도'와 '공기인형'을 아직 못 본 저로서는 '아무도 모른다'가 떠오를 수밖에 없더군요.
두 영화의 정서도 비교되고요.
전 기대하는 영화는 예고편도 안 보고 가는 편이라, 이 영화에 관련된 것들 중 미리 접한 것은 포스터 하나였습니다.
오다기리 죠가 떡하니 가운데에 앉아 있길래 그의 활약(?)을 기대한 것도 있었습니다.
결론은 한국 여성팬을 겨냥한 포스터라는 부분으로 수렴했습니다.
+ 영화 외
사실 이 영화를 몇일 뒤에 씨네큐브에서 보려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부랴부랴 상영시간 10분 남기고 집에서도 꽤나 먼 CGV 무비꼴라쥬에서 보았습니다.
옆 자리의 여성분은 혼자 그 큰 大사이즈 팝콘을 혼자 먹고 있더군요.
멀티플렉스라 이해했습니다. 소리가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요.
하지만 오늘 이렇게까지 글을 쓰게 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제가 앉고 난 후 제 옆자리에 앉았던 모녀였습니다.
제 자리의 양쪽 팔걸이의 컵 홀더 한 쪽은 이미 와 계시던 여성분이 쓰고 계시길래 전 비어있는 곳에 제 음료수를 놓았죠.
하지만 그 모녀, 특히 어머니 되시는 분이 제 옆자리에 앉았는데, '음료수 좀'이라면서 제 음료수를 빼달라는 제스쳐를 보이더군요.
언제간 SBS 프로그램이었던 '솔로몬의 선택'에서 영화관 의자 컵 홀더는 먼저 사용한 사람이 권리가 있다는 말이 머리를 스치더군요.
하지만 혹시나 싶어 제 음료수를 빼면서 '네?' 라고 되묻는 사이! 이미 그 아주머니의 음료수가 그 자리에 떡 하니 있었습니다.
'뭐..뭐지'
뭐라 할까 싶었지만, 분위기상 넘어갔고 결국 전 영화를 보는 내내 제 음료수를 가슴에 품고 있었습니다.
제 양쪽 귀에서는 팝콘 씹는 소리가 톡톡 터졌습니다. (씨네큐브가 정말로 그리웠습니다.)
영화를 볼 때 앞자리의 의자를 툭툭 차는 건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었나 봅니다.
영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 감동에 젖으셨는지 모녀 중 딸로 보이는 여성이 울더군요.
그럴 수 있죠, 우는 거야 뭐.
하지만 울어서인지, 아니면 감기가 걸려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꽉 막혀 있는 코를! 그것도 영화가 상영 중인데도! 그 큰 소리로! 킁킁컥컥 대면서! 코를 푸는 건 경우가 아니지 않습니까?
제 느낌상으로는 5분간을 그렇게 풀더군요. 아...
제가 과민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자기 돈 주고 영화보러 와서 남의 눈치를 봐야되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저도 제 돈 주고 영화보러 가서 남에게 방해받고 싶진 않거든요.
기대했던 영화를 보면서 위안을 얻고자 했는데, 위안과 생각지도 않던 짜증을 덤으로 얻었습니다.
영화 속 코이치가 저에게 소원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돈이 많이 생겨서 혼자 영화 볼 수 있는 영화관을 갖고 싶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어폰으로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면서 영화를 보는 남자분 (이 분이랑은 자리 취향이 비슷해서 그런지 제가 자꾸 옆옆자리쯤에 앉게되는데.. 새어나오는 소리 때문에.. 특히 감정적으로 고조되느라
사운드가 잦아드는 클라이막스 부분에 이르면 상대적으로 음악소리는 더 크게 새어나와서!! 홀딱 깨는 효과가!!!) 과 같은 영화를 볼 때, 옆에서 2분 간격으로 약 40분동안 코를 푸시던 아주머니..
코푸는 건 어쨌든 생리현상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서.. (저라면 그냥 콧물이 흐를 때 휴지로 닦겠습니다만......) 지적할 순 없었고 이어폰 꼽고 음악듣는 분은 이어폰을 꼽고 있어서 지적할 수가 없었고... 하여튼 영화는 [남국재견]이었는데 도통 집중을 못해서 결국 한 번 다시 봤지요 -_-
엊그제 [모니카의 여름]을 볼 땐 어디서 자꾸 누가 중계처럼 말을 하길래 대화를 하는 건가 싶어서 아무리 둘러봐도 혼자온 분 밖에 없어서 뭐지..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혼자온 분이 혼잣말(이지만 웅얼대는 게 아니라 대화투로)로 계속 중계하신 거였습니다. 제 생각엔 이어폰 꼽고 음악듣는 분이나 혼잣말 하는 분이나 습관적인 거라 피해가 된단 걸 자각 못하고 계신 게 아닌가 싶어서, 차라리 말해주는 게 낫지 않나 싶었는데 엄마는 그러지말라고 하시더군요. 이상한 사람이면 어쩌냐며. 그래도 다음에 또 옆에서 영화보게 되면 그 땐 꼭 말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