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이번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보고 왔습니다.

원제는 '奇蹟' 단 두자인데, 왜 이렇게 늘렸나 싶기도 합니다.

왠지 순수함이 더 뭍어나는 것 같긴 한데... 전 좀 별로네요.


영화는 좋았습니다.

감독이 혹시 진짜 초등학생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았습니다.

'걸어도 걸어도'와 '공기인형'을 아직 못 본 저로서는 '아무도 모른다'가 떠오를 수밖에 없더군요.

두 영화의 정서도 비교되고요. 


전 기대하는 영화는 예고편도 안 보고 가는 편이라, 이 영화에 관련된 것들 중 미리 접한 것은 포스터 하나였습니다.

오다기리 죠가 떡하니 가운데에 앉아 있길래 그의 활약(?)을 기대한 것도 있었습니다.

결론은 한국 여성팬을 겨냥한 포스터라는 부분으로 수렴했습니다.



+ 영화 외


사실 이 영화를 몇일 뒤에 씨네큐브에서 보려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부랴부랴 상영시간 10분 남기고 집에서도 꽤나 먼 CGV 무비꼴라쥬에서 보았습니다.

옆 자리의 여성분은 혼자 그 큰 大사이즈 팝콘을 혼자 먹고 있더군요.

멀티플렉스라 이해했습니다. 소리가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요.


하지만 오늘 이렇게까지 글을 쓰게 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제가 앉고 난 후 제 옆자리에 앉았던 모녀였습니다.

제 자리의 양쪽 팔걸이의 컵 홀더 한 쪽은 이미 와 계시던 여성분이 쓰고 계시길래 전 비어있는 곳에 제 음료수를 놓았죠.

하지만 그 모녀, 특히 어머니 되시는 분이 제 옆자리에 앉았는데, '음료수 좀'이라면서 제 음료수를 빼달라는 제스쳐를 보이더군요.

언제간 SBS 프로그램이었던 '솔로몬의 선택'에서 영화관 의자 컵 홀더는 먼저 사용한 사람이 권리가 있다는 말이 머리를 스치더군요.

하지만 혹시나 싶어 제 음료수를 빼면서 '네?' 라고 되묻는 사이! 이미 그 아주머니의 음료수가 그 자리에 떡 하니 있었습니다.

'뭐..뭐지'

뭐라 할까 싶었지만, 분위기상 넘어갔고 결국 전 영화를 보는 내내 제 음료수를 가슴에 품고 있었습니다.

제 양쪽 귀에서는 팝콘 씹는 소리가 톡톡 터졌습니다. (씨네큐브가 정말로 그리웠습니다.)


영화를 볼 때 앞자리의 의자를 툭툭 차는 건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었나 봅니다.


영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 감동에 젖으셨는지 모녀 중 딸로 보이는 여성이 울더군요.

그럴 수 있죠, 우는 거야 뭐.

하지만 울어서인지, 아니면 감기가 걸려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꽉 막혀 있는 코를! 그것도 영화가 상영 중인데도! 그 큰 소리로! 킁킁컥컥 대면서! 코를 푸는 건 경우가 아니지 않습니까?

제 느낌상으로는 5분간을 그렇게 풀더군요. 아...



제가 과민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자기 돈 주고 영화보러 와서 남의 눈치를 봐야되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저도 제 돈 주고 영화보러 가서 남에게 방해받고 싶진 않거든요.


기대했던 영화를 보면서 위안을 얻고자 했는데, 위안과 생각지도 않던 짜증을 덤으로 얻었습니다.

영화 속 코이치가 저에게 소원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돈이 많이 생겨서 혼자 영화 볼 수 있는 영화관을 갖고 싶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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