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14 10:09
우리나라에서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스타트렉 디스커버리(DSC) 시즌 2가 지난주에 14화로 끝났습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3주전에 끝났는데, 우리나라는 영등위 덕분에 아에 3주 늦게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급하신 분들은 VPN 통해 미리 보신 분들이 있어서, SNS 상에서 스포일러 안당하려고 조심했네요.
이하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시즌 1에서는 전쟁이 배경이었다면 시즌 2에서는 은하계 전반에 동시에 나타난 '적색신호' 7개를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하나하나가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는 적색신호를 스타플릿은 연방의 존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큰 사건으로 결정하고 '포자 드라이브'를 사용할 수 있는 디스커버리에 임시선장을 파견하여 적색신호를 추적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건은 점점 커져가고요.
그리고, 그 임시선장이 크리스토퍼 파이크 입니다.
스타트렉 TV 시리즈를 쭉 보아오셨던 분들이라면 오리지날 시리즈(TOS) 파일럿에 등장했던 엔터프라이즈의 선장으로 알고 계실 것이고, 쌍제이의 신극장판을 보아오셨던 분이라면 커크에게 기회를 준 파이크 제독으로 익숙하실겁니다.
시즌 2에서는 시즌 1에서 지적받았던 TOS 와의 기술적 차이에 대한 설정 맞추기를 하고, 단 3편(파일럿 1편 + 파일럿을 쪼개 본방때 사용한 2편)에서 등장했던 파이크라는 인물이 사실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팬들에게 아부를 합니다.'
특히나 (심리상담사 출신의) 콘웰 제독이 파이크가 클링온 전쟁에 참전하지 못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우리가 패전하더라도 다시 일어나기 위해 최고의 대원들을 남겨뒀어야 했어. 그래서 5년 탐사 임무를 계속하라고 했던 것' 이라고 하거나, 파이크의 결정과 행동을 보고 '우리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군' 이라고 할때, 혹자는 '오오~ 파이크~'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풉.. 이거 너무 노골적이잖아.. 하면서 슬쩍 웃었습니다. 기분 나쁜 웃음은 아니었지만요.
왜 이랬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디스커버리는 리부트라는 말만 안했지 실질적인 리부트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기존 TV 시리즈와의 설정이 안 맞는 부분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고 큼직큼직한 것들만 일관성이 있다면 괜찮다는 생각이었는데, 본토 팬들중에서는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나 봅니다. 하긴 뭐, 본토에는 TOS 만이 진짜라는 극단적 TOS 팬덤도 있다고 하니...
DSC 는 처음부터 여자, 유색인종을 주인공으로 선정했고 선장이 아닌 일등항해사로 설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기존 스타트렉 시리즈들과는 다른 관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요. 그럼,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음, 잘 모르겠습니다. 스타플릿의 탐사선이 배경인 이상, 선장의 존재감이 너무 막강하거든요. TOS를 시작으로 매 스핀오프 시리즈마다 레귤러 캐릭터 7-8명중 인기 캐릭터 2-3명이 결국 '주인공'이 되어 극을 끌고 갔습니다. 특히 보이져(VGR) 시리즈의 경우 후반에는 선장-세븐-EMH 셋의 비중 쏠림이 너무 심해져서 나머지는 병풍이다 시피 되기도 했고요.
DSC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즌 1에서는 로르카 선장이, 시즌 2에서는 파이크 선장이 등장했는데, 파이크의 경우 어차피 기존 시리즈와의 설정 충돌을 막으려면 계속 선장으로 나올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파이크가 등장했을때, '아, 주인공인 마이클 버넘이 선장이 아니니까 아에 게스트 선장제로 가려고 하나?' 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였는데..
시즌이 진행될수록 '게스트'인 선장이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도리어 기존 디스커버리 대원들의 분량이 줄어들어서 구축이 필요한 캐릭터들이 그럴 수 있는 장면을 못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풀시즌(22-26편)이 아닌 반시즌(14-16편)짜리라는 환경 탓일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시즌 1처럼 2편 연장해서 16편으로 제작했으면 좀 더 여유있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고요.
아쉬운 부분만 잔뜩 적었는데, 시즌 3는 올해 연말 또는 내년초 방영예정이고, 당연히 볼겁니다.
다만, 제작진들이 한템포 천천히 갔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기존 팬들에게 굳이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시즌 1도 좀 몰아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즌2는 더 급하게 몰아쳤네요.
2019.05.15 01:23
2019.05.15 08:36
버넘이 사렉의 카트라 일부를 가지고 있어서 일종의 텔레파시 링크가 있어서 찾아온 것으로 기억해요. (시즌 1때 첫 언급..)
스포어 드라이브는.. 1시즌에서 '비윤리적' 이라는 이유로 폐기했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대사 한두개로 퉁칠 수준이 아니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2시즌에서 한번 더 쐐기를 박더군요. 그래서 컨트롤과 디스커버리의 자료는 모두 은폐되고, 섹션31도 더 깊숙히 가라앉는다는.. 혹시 장기 시리즈가 된다면 매시즌 마지막마다 '디스커버리는 묻는다' 라는 늬앙스의 대사가 나오는 것도 전통이 될지.. ㅋㅋㅋ
유머는.. 사실 저는 제트 리노가 등장했을때 기대가 되었어요. 뭔가 꼬장꼬장하고 시니컬한 유머 코드가 있는 여자 엔지니어라니.. ! 그런데, 출연분량이 적더라고요. 이게 다 파이크 탓입니다.(윙..)
저는 그 스팍의 눈망울이 좋았습니다. 표정과 입은 '난 로지컬한 벌컨임' 이라고 하고 있는데 눈망울은 감정이 담뿍 담겨있어서.. 쌍제이판 극장판에서 어린시절 스팍의 눈도 생각이 났고요.
2시즌의 버넘은.. 뒤늦게 사춘기가 온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시즌 1에서 벌컨식 교육을 받고 벌컨에서 자란 지구인이라 감정 표현이 서툴고 논리적인 방법을 찾던 사람이 2시즌에서는 벌컨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감정과잉으로... (...) 시즌 3에서는 어떤 변모(?)를 보여줄지요..
마지막으로 조지우는 좀 튀죠. 그게 매력이고.. 섹션31을 배경으로 하는 조지우 스핀오프가 기획중이라는데 엎어지지 않고 잘 나왔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조지우가 테란 출신이라는게 비밀이어서 동기라는 파이크도 그걸 몰랐던것 같은데, 뒤로 가니 다들 조지우는 테란이라는걸 아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어디선가 놓쳤나 봅니다.
2019.05.15 12:16
-카트라 공유로 찾아온 건 알고 있었는데 '저거 사기 아니냐...'란 생각에 납득이 잘 안되더라구요. 좀 뜬금없었어요. 그리고 역시 사렉은 스팍과는 안친합니다...
-스포어 드라이브는, 여전히 의문이에요. 실제적으로 균사망을 파괴하는 것도 아니라는 게 밝혀져서 윤리적 문제는 오히려 사라졌고.. 놓친 게 뭔지 한 번 더 봐야겠네요.
-제트 리노를 잊고 있었네요! 스타메츠랑 티격태격하는 게 소소하게 재밌었죠. 좀더 비중을 늘려줘도 좋으련만!
-스팍 눈망울이 좀 촉촉하죠. ㅎㅎ
-조지우 정체는 파이크의 눈 찡긋 한 번에 그 존재가 익스큐즈되는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서로(조지우와 크루, 제작진과 시청자) 알 거 다 아니까, 적색신호에 집중하고 이런 사소한 문제는 넘어갑시다 하듯이... 시즌 전체에 걸쳐 떡밥을 풀어내느라 그런지 사소하게 어영부영 넘어가는 것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시즌2가 시즌1보다 확실히 나았는데 말씀처럼, 크루 캐릭터들의 구축에는 여전히 실패한 시즌이었습니다.
급하게 몰아쳤던 것도 맞구요. 설정을 잘 못따라가는 편이 아닌데도 적색 신호 문제는 잘 이해가 되질 않더군요.
스포어 드라이브가 폐기된 이유에 대해서도 여전히 불분명한 채로 남아 있습니다. 전개는 휘몰아치는데 떡밥이 매끄럽게 풀린 편은 아니에요.
에피소드 수가 적은 게 그 영향인 듯도 싶구요.
시즌 하나씩 장대한 떡밥을 풀어가는 형식이어서일까요? 시리즈에 유머가 없는 것도 좀 아쉽습니다.
제가 본 트렉들에는 모두 유머가 있었거든요.
시즌 내내 도미니언과 전쟁 중이었던 DS9에서조차 유머는 풍부했습니다.
좋았던 걸 꼽아볼까요.
일단 캡틴 조지우죠. 버넘은.. 미묘합니다. 너무 반듯해요.
기존 트렉 캐릭터와 비교하자면 피카드가 어린애들 앞에서는 무지 어색해 한다든가, 시스코는 야구에 미쳐있다든가, 키라는 성깔은 있지만 눈물이 많다든가.. 뭐 이런 식인데 버넘은 틈이 없어 보여요. 버넘이 선장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그냥 주연 캐릭터 구축에도 실패했다고 봅니다.
앗! 좋았던 걸 꼽기로 했는데...
스팍, 좋았습니다. 근데 끝에서 면도하고 나니 인상이 너무 확 달라져서 당황...
송아지 눈이 더더욱 순둥순둥 눈이 돼버려서 '스팍'만의 엣지랄까요, 뭐 그런 게 넘 없어 보여서요.
사렉과 아만다 캐릭터도 좋았습니다.
디스커버리가 스타플릿과도 연락이 안닿는 와중에 어떻게 디스커버리를 찾아와 버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는지는 의문이지만요.
파이크가 타임 크리스털을 겟하게 된 연출도 좋았습니다. 파이크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만 빼면요(...)
TOS와의 연계도 자연스러웠고, 주제면에서도 '트렉스러움'을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싶네요.
오빌은 여전히 높은 지지를 받는 모양입니다. 이역시 시즌2가 1보다 평가가 좋다 하구요.
TNG를 좋아하지만 Ctrl + C + V 같은 시리즈를 또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스 멕팔레인의 유머 코드도 저와는 전혀 맞지 않고요.
안보면 그만이지요. 근데도 시즌2는 유머를 뺐다니 함 봐볼까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나저나 새로 런칭하는 피카드 시리즈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넷플릭스가 아니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결정됐다더군요.
이 무슨..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