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나움 Capharnaüm (2018)

2019.01.24 23:54

DJUNA 조회 수:6867


나딘 라바키는 제가 이름을 알고 전작을 챙겨본 유일한 레바논 영화감독이고, 아마 아랍어권 영화 전문가가 아니라면 다른 관객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물론 제가 챙겨본 전작은 [카라멜] 하나 뿐이지만요. 다른 작품도 보신 분 계신가요?

라바키의 최신작 [가버나움]은 베이루트의 밑바닥 세계를 사는 자인이라는 12살 남자아이의 이야기입니다. 학교도 안 다니고 심지어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아 법률상으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이 아이는 무책임한 부모 밑에서 거의 알아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11살 밖에 안 된 여동생 사하르가 이웃에게 신부로 팔려나가자 자인은 가출합니다. 자인은 에티오피아에서 온 불법체류자인 라힐의 집에 머물며 라힐의 어린 아들 요나스를 보살피게 되는데 그만 라힐은 경찰에 체포되고 맙니다. 라힐과 연락이 끊어진 자인은 이제 혼자서 요나스를 키워야 해요.

정말 어린애가 감당해서는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이 두 시간 동안 연달아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게 좀 재미있어요. 자인이 끔찍한 삶을 사는 건 맞는데,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모두 여자들에 대한 것입니다. 조혼, 매매혼, 미혼모, (직접적으로 단어가 언급되지는 않지만) 낙태 기타 등등. 자인의 수난은 주변의 두 여자를 무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요. 영화 내내 굳이 안 해도 되는 고생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 때문에 자인은 특별하면서도 조금은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됩니다. 일단 이 아이는 밑바닥 남자아이들의 거친 느낌이 없습니다. 입은 험한 거 같아요. 별별 범죄를 저지르고요. 하지만 이런 세계 남자아이들이 끼리끼리 어울리며 쌓을 수밖에 없는 남성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전혀 없어요. 솔직히 말해 전 이 아이가 더 당사자일 수밖에 없는 여자아이였다면 더 그럴싸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지금은 좀 현실성 없는 천사 같은 아이가 되어버렸죠. 현실성이 없는 건 자인이 자신을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소한다는 이벤트성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전 이 영화가 자인을 밑바닥에 방치해두지 않았다고 짜증을 낼 생각까지는 들지 않습니다.

이 인위적인 느낌을 지워버리는 것이 영화의 생생한 현장성입니다. 거의 옛날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 수준이죠. 캐릭터들과 거의 비슷한 입장에 있는 아마추어 배우들을 캐스팅했는데, 이들은 캐릭터와 배우가 분리가 되지 않을 수준이고, 그들이 뛰어다니는 베이루트 판자촌은 거리의 악취가 느껴집니다. 모든 것들이 너무나 날 것이기 때문에 종종 비명이 나옵니다. 특히 요나스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그래요. 정말로 그 아이의 목숨이 걱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달아 일어나니까요.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 한국어 자막은 배우들의 뒷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다들 영화 촬영이 끝나고 자리를 잡은 모양이더군요. 배우들과 캐릭터들은 다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해피엔딩인 것 같아 안심이 되었습니다. (19/01/24)

★★★☆

기타등등
라바키는 자인의 변호사로 잠시 출연합니다.


감독: Nadine Labaki, 배우: Zain Al Rafeea, Yordanos Shiferaw, Boluwatife Treasure Bankole, Kawsar Al Haddad, Fadi Yousef, Haita 'Cedra' Izzam, Alaa Chouchnieh, Nadine Labaki

IMDb https://www.imdb.com/title/tt826760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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